이런 가운데 최근 어느 신문에 ‘디지털 SK가 38년째 나무 심는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다. 첨단 비즈니스인 에너지와 정보통신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재계 3위 SK그룹이 1972년부터 38년째 조림사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 보도내용이었다. SK그룹이 보유 중인 조림지와 조경수 단지, 수목원, 휴양림 등의 총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4.4배에 이르고, 보유 수목은 조림수 40여 종, 조경수 80여 종 등 총 150만 그루에 이른다는 것이다.
SK그룹이 이처럼 당장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나무심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는 고 최종현 회장의 꿈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종현 전 회장은 “벌거숭이산에 나무를 심어 30년 후 고급목재로 자라면 그것을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겠다”며 조림사업에 뛰어들었다. 최 전 회장은 같은 시기 고교생 퀴즈 프로그램 ‘장학퀴즈’를 후원하면서도 “난 30년을 보고 나무를 심는 사람이다. 사람이나 나무나 쓸 만한 재목이 되는 데 30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최종현 전 회장의 이같은 미래를 내다보는 생각과 맥을 같이 하는 또 다른 ‘경제거목’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과 관련된 최근의 소식도 참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러시아 연해주에 대규모 영농법인을 인수하면서 해외 식량기지를 확보한 것이 정주영 전 회장의 유지에 따른 것이라는 소식이다.
정주영 전 회장은 서산농장을 개발할 때부터 식량위기를 예견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조했다. 인구는 기하급수로 늘어나는데 땅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로서는 한 뼘이라도 곡식을 심을 땅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정주영 전 회장의 이같은 예견은 오늘날 적중하고 있고, 놀라운 선견지명과 그의 유지를 받들어 현대중공업이 해외에 식량기지를 확보한 것이다.
SK그룹이 나무를 심는 까닭이나 현대중공업이 농장을 개발하는 것 등은 모두가 미래를 위한 투자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당장 목전에 이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강한 의지나 미래예측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있는 투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를 심고, 땅을 일구는 형태의 미래에 대한 투자는 더욱 가치가 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식품외식업계로 시선을 돌려보자. SK그룹이나 현대중공업처럼 미래를 위해 나무를 심고 땅을 일구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아직 눈에 띠지 않는다. 혹여 당장 돈이 안 되는 미래에 투자하는 것은 SK그룹이나 현대중공업처럼 소위 잘나가는 대기업들이 할 일이지 하는 생각을 갖는다면 큰 오산이다. 말로는 글로벌기업, 천년을 이어가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당장 20~30년 후를 위한 투자도 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뻔하다.
식품외식업계의 경우는 안타깝게도 목전의 이익에 급급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원재료 가격이 조금 오르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제품가격 올리기가 바쁘고, 인력을 양성해 미래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생각보다는 원가만 따지면서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특히 외식업계는 당장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회사규모에도 어울리지 않는 스타급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먼 훗날을 위해 고객과 직원들에게는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민둥산에 나무를 심고, 척박한 땅을 일구는 등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투자는 비용이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먼 훗날에는 그것이 엄청나게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비싼 돈 주고 광고를 하지 않아도 기업이 쑥쑥 커나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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