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창업 성공스토리> 1)놀부 김순진 회장
<외식창업 성공스토리> 1)놀부 김순진 회장
  • 김병조
  • 승인 2009.04.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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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입성(入城)’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렵다고 했다. 창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창업한 기업을 유지·발전시켜 장수기업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창업자의 열정과 인내, 뚝심, 그리고 도덕적 양심과 기업가로서의 윤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국내 외식업계에도 수많은 창업과 폐업이 되풀이 되고 있는 가운데 10~2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깊은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들이 어떻게 해서 성공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지 그 성공스토리를 연재하고자 한다. 첫 순서로 5월 10일 창립 22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 대표 외식전문기업 놀부와 창업자 김순진 회장의 창업 성공스토리를 소개한다.

#. ‘보쌈’의 역사를 새로 쓰다

1987년 5월, 서울 신림동의 후미진 골목에서 꼼장어 구이를 팔던 ‘골목집’ 식당의 유리창에 ‘보쌈전문’이라는 큼지막한 안내문구가 붙었다. 이것저것 해봐도 실패를 거듭한 ‘골목집’ 아줌마 김순진이 찾은 새로운 돌파구이자 승부수였다.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들이 즐겨먹는 ‘보쌈’의 새로운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고작 5평의 작은 공간에서 테이블 5개를 놓고 보쌈장사를 시작한 김순진은 첫 손님이 ‘아줌마, 여기 보쌈 하나 주세요’라고 주문을 했을 때 마치 오랫동안 연인의 프러포즈를 기다려왔던 것 같은 설렘과 감동이 밀려왔다고 회고했다.

2인분에 2500원, 푸짐하면서 저렴한데 맛이 좋으니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김순진은 마침 옆에 붙어있던 호프집이 문을 닫자 방 보증금을 빼고 사채를 빌려 호프집을 계약했다. 5평 ‘골목집’에 7평 호프집이 더해져서 보쌈을 개시한지 두 달 만에 12평으로 늘어났다.

없는 돈을 모두 쥐어짜서 식당을 확장한 마당에 이사를 한다고 쉴 수는 없었다. 식당 문을 늦게 열 수도 없었다. 김순진은 새벽에 살림집을 빼서 친정으로 짐을 옮기고 아이도 친정엄마에게 맡겼다. 그리고 다시 식당에 달려와서 손님을 맞았다. 또다시 새로운 새벽이 왔고 마지막 손님을 배웅하고 나서야 김순진은 정신이 들었다.

“내가 퇴근해서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이제 좀 있으면 날이 밝을 것이라는 것을, 하루 종일 뛰어다니던 이곳이 내가 잠들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식당 한쪽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다시 이불을 펴고 누웠습니다. 갑자기 친정에 맡긴 딸이 떠올랐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어나 종이와 연필을 꺼내 내 결심을 써내려갔습니다. ‘따끈한 온돌방이 있는 큰 식당을 갖고 싶다’고.”

#. 운명이 되어버린 두 글자 ‘놀부’

새우잠을 자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을 때, 김순진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골목집’이라는 간판과 ‘호프집’이라는 간판, 그리고 손수 써 붙인 ‘보쌈전문’이라는 글씨였다. 어울리지 않는 3중주였다. 새로운 이름을 달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손님들이 찾아오는 보쌈집, 맛도 좋고 인심도 좋아 장차 즐거운 잔칫집으로 소문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보쌈집이 될 수 있는 염원을 담고 싶었다. 고민하는 순간 운명처럼 떠오른 이름은 다름 아닌 ‘놀부’였다.

“사실 처음에 제가 직접 ‘놀부’라고 이름 지었을 때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전래동화로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있고, 기억하기 쉬우며, 빨리 잊혀 지지 않고 보쌈이라는 전통적 이미지와 공통점이 많아 ‘놀부’라는 상호로 결정을 했습니다.

훗날 보쌈을 드시러 온 손님이 김치에 돼지고기를 한입 가득 싸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마치 놀부의 이미지와 너무 닮아서 보쌈 상호로서 ‘놀부’가 제격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미 브랜드의 중요성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바로 ‘놀부’라는 상호를 제 이름으로 특허청에 출원해 지금까지 놀부 브랜드를 이렇게 키워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김순진은 ‘놀부보쌈’이라는 간판을 달고 T셔츠를 맞췄다. ‘놀부보쌈 신속배달’이라는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가 인쇄되어 있는 면T셔츠였다. 배달을 갈 때나 식재료를 사러 갈 때나 항상 이 T셔츠를 입고 다녔다. 사람들은 ‘보쌈’이라는 메뉴나 ‘놀부’라는 이름도 모두 생소하고 독특했기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김순진을 붙잡고 ‘뭐하는 데에요?’하고 묻기도 했다.

김순진은 지금도 그 때 그 T셔츠와 ‘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성경구절이 새겨진 목판을 재산목록 1호로 간직하고 있다. 이 물건들을 보고 만지면 그때 베인 땀과 희망이 온몸으로 느껴지곤 한단다.

#. 메뉴 개발에 혼을 심다

놀부의 메뉴개발에는 김순진의 혼이 담겨있다. 처음 ‘놀부보쌈’ 메뉴를 개발할 때는 좁은 주방에서 갖가지 바가지에 일일이 번호를 붙여가며 각종 재료로 조리 레시피를 반복적으로 만들면서 잘 삶은 구수한 돼지고기 한 접시와 먹음직스러운 보쌈김치 한 접시인 보쌈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수없이 연구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배추따로 속따로 고기따로 타원형 접시에 담아내는 ‘김순진표’의 새로운 보쌈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당시에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보쌈인 절인배추에 잘 삶아진 돼지고기와 양념이 맛있게 밴 무절임을 함께 싸 먹는 ‘놀부보쌈’이었다.

그렇게 5평짜리 주방에서 만들어진 놀부보쌈은 가장 가까운 고객접점에서 고객만족 서비스를 체계화했고, 조리법을 표준화하고 레시피화하면서 1989년부터 프랜차이즈사업으로 전개돼 22년이 지난 지금도 놀부의 대표 브랜드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제2, 제3의 브랜드들도 혼이 담긴 것은 마찬가지다. 젊은 층들에게 인기가 높은 ‘놀부부대찌개’는 1991년에 운영하던 칼국수집이 영업이 부진해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던 중 상품개발팀의 부대찌개에 대한 아이디어를 받아 대중성과 가맹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개발했다. 특히 놀부만의 독특한 차별적인 맛으로 개발했고, 당시 독특한 인테리어나 운영시스템으로 차별화해 20년 가까운 장수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솥뚜껑삼겹살 개발과정도 특이하다. 1994년 김순진은 직원들과 제주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먹자골목 시장통의 조그마한 식당에서 솥뚜껑에 돼지고기를 굽는 모습을 보고 솥뚜껑삼겹살 아이템을 고안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 자동차휠을 이용해 개발된 솥뚜껑삼겹살구이기는 그 차별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의장등록 특허와 실용신안까지 받았고, 솥뚜껑삼겹살은 당시 외식업계에 급격히 확산되면서 솥뚜껑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던 사업 아이템이었다.

#. 대한민국 대표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

놀부의 가맹사업은 창업 2년 뒤인 1989년에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20주년이 된다. 1호점인 상도점을 비롯해 5개 가맹점이 최근 20주년을 맞이했다.

22년 전 5평짜리 구멍가게에서 시작된 놀부는 8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본사매출 1200억 원을 올리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장이 640여개나 되고 가맹점 인력까지 합쳐 6500명의 고용을 창출하며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2003년 회사가 ‘분사’라는 예기치 않은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에 직면한 적도 있었지만 창업자 김순진은 놀부가 인생의 전부이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위기를 극복해 오히려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분사가 되어 회사가 반쪽이 되었을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 현재 가맹점은 2배 가까이 늘어났고, 매출은 3배 가까이 성장했다.

“가장 큰 위기였던 당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가맹점을 포함한 우리 전 놀부가족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기업이 반쪽이 났음에도 한명의 직원도 내보내지 않았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우리 놀부가족들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밤을 새워가며 함께 뛰고 열정을 다해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의 성장을 이룩해 왔습니다. 그래서 놀부가족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김순진 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 인간중심 신뢰경영이 원동력

“남들은 내가 보쌈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보쌈이 아니라 신용과 품질을 팔았습니다. 메뉴판은 고객과의 계약서라는 생각으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부’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곧 CEO 김순진의 이미지다. 이루고자 하는 것은 꼭 이루고야 마는 고집과 인내로,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인간중심의 신뢰경영이 오늘날 놀부를 만들어 낸 원동력이다. 때문에 놀부는 외환위기 때도 건재하게 성장해왔으며 22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한국 외식산업의 역사를 창조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사업은 특히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점점 더 브랜드의 도덕성이나 경영자의 기업윤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외식 프랜차이즈산업은 지금까지 고용창출이나 지역경제 및 서비스산업 기여 등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창업 후 자신이 개발한 브랜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가맹점사업자들에게 선의의 피해를 준 사업자 또한 얼마나 많은가.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놀부’의 창업자로서 오로지 ‘놀부’를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김순진 회장의 열정과 뚝심이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지금까지 놀부 브랜드가 20여 년 동안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 밑거름은 ‘신용’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나의 경영철학을 믿고 함께 하신 가맹점주님들과 사랑으로 보답해준 고객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2주년을 맞이한 (주)놀부NBG의 미래비전인 글로벌종합외식기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과거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고객에게 다가갈지 고민하면서 사랑을 주신 고객님들 모두에게 ‘행복’이라는 보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창업 22주년을 맞이하는 김순진 회장이지만 5평짜리 가게를 할 때의 그 마음 그대로 항상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자세의 초심, 경영정신이 변함없이 살아있다.

김병조 기자 bjkim@foodbank.co.kr

*사진은 위부터 김순진 회장과 (주)놀부NBG의 창업점포(1987년 5월 10일 개점), 한정식 전문 ‘수라온’, 차이니스 비스트로 ‘차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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