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여, 잠에서 깨어나라
조리사여, 잠에서 깨어나라
  • 관리자
  • 승인 2009.05.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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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한식을 세계화 하고, 외식산업을 선진화 하겠다고 난리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 대통령 영부인이 직접 전면에 등장하고 있고, 유명 연예인을 비롯한 스타급 인사들이 앵글에 잡힌다. 그런데 그 중요한 현장 어디에도 조리사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명색이 대한민국 조리사들의 집합체인 (사)한국조리사회중앙회가 있지만 이 단체의 회장은 최근 출범한 한식세계화추진단에는 끼지도 못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셰프가 되었다는 에드워드 권씨를 비롯해 극히 일부 조리사가 가끔 한식 세계화와 관련된 행사에 초대를 받지만, 왠지 그들의 무대 등장은 전시용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한식세계화추진단에 조리복장을 입은 한식 조리사는 없고 양복을 쫙쫙 빼입은 신사숙녀만 폼을 잡고 있으니 서글픈 현실이다.

조리사들이여,

당신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배운 것이라고는 ‘칼’ 잡는 일 밖에 없는 사람들이 그런 중앙무대에 서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분을 삼키고 있는가. 어느 경우든 그 책임은 조리사 여러분에게 있다는 사실도 아는가.

조리사가 누군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음식의 맛이 있고 없고는 조리사의 실력에 달려있다. 실력뿐만 아니라 조리사의 기분과 컨디션이 어떤가에 따라서도 음식의 맛에 영향을 미친다.

황제의 한 끼 밥상도 조리사의 손에 달려 있고, 막판 노동자의 달콤한 한 끼 식사도 조리사가 책임진다. 음식을 말하면서 조리사를 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식 세계화나 외식산업 선진화나 모두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다. 그렇다면 조리사가 항상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변죽도 못 울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직도 조리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곱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필자는 조리사들 자신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하고, 스스로 권위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돈’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도 많지만 ‘기술’로 ‘인격’을 파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수십 년 동안 갖은 고생을 하면서 갈고 닦은 기술에 혼을 담아 만든 음식은 그 사람의 인격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장인’이라고 한다. 진정한 조리사는 장인이라는 말이고, 장인이라면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자부심은 있다 하더라도 ‘조리사’라는 직업 자체의 위상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권위와 위상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성철 스님과 같은 제대로 된 중이 있을 때 불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듯이 제대로 된 조리사가 있어야 조리사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위상도 달라진다. 수도승처럼 어디엔가 제대로 된 조리사가 있겠지만 혼자서 도만 닦고 있어서는 안 된다. 조리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진정한 조리사는 숨어있고 나대는 조리사는 ‘정치 조리사’같이 보이니 안타까워서 하는 소리다.

조리사들이여,

이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당당히 나서라. 그대들의 ‘가방 끈’은 짧을지라도 그대들이 쌓은 ‘내공’은 ‘무림의 고수’이니 세상의 중심에 서거라.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라. 그대들이 10년, 20년, 30년 동안 오로지 주방에서 쌓아 온 경험과 기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힘이니라. 그 큰 힘이 한식 세계화의 초석이 될 것이고, 외식산업 선진화의 기둥이 될 것이니라.

그러니 뭉쳐라. 서로 잘 났다고 싸우지 말고, 잘 난 사람들이 뭉쳐 더 큰 일을 하라. 조리사들이 영양사들보다 못한 것이 뭐가 있는가. 그런데 그대들의 위상과 영양사의 위상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냉철히 보라. 영양사협회장 출신들은 국회의원이 되고,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단장이 되는데 그대들은 지금 어떤 꼬락서니로 있는지 비교해 보라. 이제 제발 악몽만 꾸는 긴 잠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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