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식 (사)한국외식산업협회 상임회장
최인식 (사)한국외식산업협회 상임회장
  • 김병조
  • 승인 2009.05.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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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 진두지휘하는 ‘큰 사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말은 잡초처럼 성장해온 국내 외식업계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영세한 사업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외식업계로서는 의제매입세액공제, 카드수수료 문제, 인력과 임대료 문제 등 외식 경영을 지배하는 요소에 개별적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합된 힘이 절실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사)한국외식산업협회다. 탄생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해냈고, 앞으로도 협회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규제 일변도의 핍박만 받아온 외식업계로서는 꿈만 같은 ‘외식산업진흥법’ 제정도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런 ‘큰 일’을 진두지휘하면서 외식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큰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외식산업협회 최인식 상임회장이다.

대담=김병조 편집위원
▲최근 들어 정부가 한식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나.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에 대한 연구와 준비는 지금까지 많이 해 온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너무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한식세계화 정책은 일시적인 계획이 아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해 안에 법적 근거인 외식산업진흥법이 제정돼 외식산업 발전의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광진흥법이 우리나라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외식산업도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식세계화를 위해서 선행돼야 하는 것은.

-‘한식당 인증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증을 할 때에는 위생상태가 잘 갖춰져 있는지,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가 개발되고 있는지,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요소가 들어가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인증제 할 때도 철저한 평가를 거쳐서 해야지 그렇지 않고 무분별하게 인증을 남용할 경우 그 제도의 권위와 희소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인증 받는 곳에 대한 혜택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우리 것을 무조건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각 나라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야 성공적인 정착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외식산업이 발전해 오면서 달라진 것은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달라진 것은 하드웨어다. 조리기구, 기타시설 등이 많이 발전해 종사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게 됐고 소비자들도 그만큼 더 나은 환경에서 외식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변하지 않은 것은 직원들의 직업관이다. 이러한 것이 바뀌지 않은 이유는 사람 중심의 경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 시장논리, 기업논리로만 생각하니 안 되는 것이다.

▲회장님은 외식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식재료 가공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한가.

-그렇다. 외식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식재료 가공 산업의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식재료 전처리가 각 매장의 조리실에서 이뤄지게 되면 매장에서 조리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야 하는데 그러면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공간도 낭비된다고 생각한다. 임대료도 비싼데 괜한 비용낭비다.
하지만 조리실을 작게 하고 이를 객장으로 이용하면 좀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조리인력을 최소화함으로써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다.

▲외식산업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나.

-인재육성이 제일 중요하다. 현재 전국에 70~80개 대학에 외식 관련 학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기능인만 양성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 4년제 학사과정을 마치면 조리, 서비스, 경영 등을 두루 섭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는데 현재는 한 분야에만 치중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조리 쪽은 학원도 많이 있는데 굳이 대학에서 이것만 중점적으로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조리작품전 등을 개최하는데 그런 것은 고등학교 졸업작품전에서나 하면 어울릴만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4년이란 기간 동안 공부를 했다면 영업, 서비스, 경영관리 등을 총체적으로 배워 외식창업설명회, 발표회 등을 개최하거나 한 업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컨설팅을 실시해 보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외식산업대학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외식산업대학을 설립해 이론적인 것을 배우고 부속레스토랑에서 실질적인 경험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만큼 깊이 있는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의과대학에 인턴, 레지던트 과정이 있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교육 커리큘럼의 비중을 이론 30, 실기 70으로 나눠 실기를 좀 더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내가 외식업소를 운영해보니 솔직히 전공자라고 해서 좀 더 뛰어난 인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 외식업소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다.

동갑일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투입돼 4년을 현장에서 일한 사람과 대학 4년을 학교에서 보내고 현장에 투입된 사람은 능력 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좀 더 세월이 지나도 능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더라. 이게 바로 대학교육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외식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정부와 업계 등 관계자들이 취해야 하는 자세는.

-정부가 뒤늦게나마 농식품부를 만들고 한식세계화를 통해 외식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긍정적이다. 잘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만으로는 이쪽의 전문 지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때문에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농식품부가 현재 외식산업 관련 용역을 20여개 정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등 타 부처와 중복된 것도 많다. 모두 낭비다. 각 정부부처 간의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해 범정부적으로 힘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얼마 전 출범한 한식세계화 추진단이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외식 경영자들과 종사자들은 ‘나는 업을 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좀 더 소중히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주위를 살펴보면 돈 벌겠다는 단순 논리만 가지고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외식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들이다. 사람 중심의 경영이 필요하고 경영 철학 속에 휴머니즘이 녹아 있어야 한다.

특히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외식업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종사자들은 본인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것이 기본이다.

▲우리나라에 음식점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탈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식업은 누구나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되고 그러다 보니 창업과 폐업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외식산업을 선진화시키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는 구조 조정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면 이제는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이 망하면 본사도 망한다는 생각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말로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는 주종관계가 아닌 파트너십이 돼야 한다. 아울러 외식업소들이 기업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계형 점포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외식산업 발전을 위해 이것은 그래도 외식산업협회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하는 것이 있다면.

-현재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질적 양적 성장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 협회에서는 외식산업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외식산업진흥법 제정에 총력을 다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힘쓸 생각이다.

또한 카드수수료 인하문제, 부당한 임대차 정책 등 외식산업이 당면한 큰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단체들과 힘을 모을 것이다. 이러한 것은 누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냐보다 어떻게 잘 결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밖에도 종사자들의 정신계몽도 협회에서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는 정신적인 좌표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리 = 한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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