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비극’이 주는 교훈
‘노무현 비극’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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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29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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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가셨다. 자연의 한 조각으로 돌아가셨다. 그러나 너무 빨리 가셨다. 그것도 충격적으로 가셨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분이었기에 슬픔이 크다.

나는 슬픔을 넘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삶의 종말이 우리에게 무슨 숙제를 남겼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왜 그는 투신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의 그런 행동을 통해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정치 지도자인 대통령까지 지냈지만 그의 일생 전체를 두고 보면 일류(一流)의 삶은 아니다. 주류(主流)가 아니라 비주류였다. 말하자면 아웃사이더였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대학도 나오지 못했고, 법조인으로서도 화려한 경력은 없다. 정치에 입문했지만 정계에서의 기반도 약했다. 그런데도 그는 대통령이 됐다.

국민은 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을까. 조건이 좋은 우리사회의 주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의사회를 구현하려는 그의 몸짓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인권변호사로 약자의 편이 되어주었고,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5공비리청문회’ 때 그가 보여준 행동은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청문회 증인을 상대로 악을 쓰고 명패를 던지던 그 모습은 기득권을 가진 우리사회의 주류를 향한 ‘독설’이고 ‘투신’이었다.

그 뿐인가. 3당통합 때 동참하지 않고 외로운 길을 선택한 그는 ‘정도’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스스로 비주류를 선택했다. 그 후로 세 차례나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정치1번지 종로에서 보란 듯이 당선돼 재기에 성공했다. 끝내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권력까지 잡았다. 국민들은 조건이 나쁜 상황에서도 정도를 걸으며 실패에 굴하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의 용기와 신념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렇게 국민에게, 특히 가진 것 없고 배움이 짧아 우리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고 있는 약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런 그가 무너졌다. 약자들의 꿈과 희망도 동시에 무너졌다. 그의 충격적인 죽음에 많은 국민들이 슬퍼하는 이유는 그가 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를 통해서 우리사회에도 정의가 통할 수 있게 하고,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배운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그 희망의 끈이 끊겼기 때문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 주류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슬피 운다.

돌이켜 보자. 대통령이 된 이후에 우리사회의 주류, 보수 세력으로부터 얼마나 그가 철저하게 외면을 당했는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동네 어른들’은 ‘애들’이 ‘애’를 뽑아서 ‘애’를 먹고 있다며 비아냥거렸고, 검찰 인사개혁을 하려다 저항에 부딪치자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평검사들과의 TV공개토론에서 검사들조차 일국의 대통령을 상대로 ‘맞짱’을 뜨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심지어 탄핵을 시도하기도 했다. 수구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유력 언론들은 대통령 집권 내내 한 번도 노무현의 편에 선 적이 없다. 검사들은 퇴임 후에 까지 자신들의 힘을 과시라도 하듯이 노무현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검찰의 조사보다도 자신을 통해 꿈과 희망을 가지려 했던 많은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그 고뇌를, 외롭고 힘든 싸움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 몸을 던져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제발 가진 자는 부족한 자에게 베풀고,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과 환경을 가진 사람을 인정함으로써 태생적 부족함 때문에 우리사회에 영원한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도록 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극이 비극으로 끝나버린다면 그것 또한 비극이다. ‘노무현의 비극’이 시간이 지나면 잊어지는 한 순간의 슬픔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사회가 한 단계 성숙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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