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접객업 이물보고 의무화 재검토해야
식품접객업 이물보고 의무화 재검토해야
  • 관리자
  • 승인 2009.06.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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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얼마 전 일본 산케이신문 국장과 서울에서 술을 한잔 할 기회가 있었다. 동행한 일본 사업가들과 함께였다. 국내 외식프랜차이즈 기업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한국의 막걸리와 함께 여러 가지 안주를 푸짐하게 시켰다. 산케이신문 국장과 일본 사업가들은 막걸리를 한잔씩 하고는 한마디로 ‘굿’을 연발했다.

그런데 안주를 먹던 산케이신문 국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안주에서 이물이 나온 것이었다. 새끼손톱 크기의 플라스틱 이물이었다. 대략 난감이었다. 그 자리에는 그 주점의 본사 대표이사도 함께 있었다. 당연히 그 사장은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회사 대표이사는 누구를 탓할 것인가. 매장의 조리장이 본사 사장에 대한 앙심이 있어 사장이 데리고 온 특별한 손님에게 일부러 이물을 넣지 않고서는 그 이물이 어디서 어떻게 혼입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것이 식품접객업소에서의 이물과 관련된 현실이다.

음식은 철저한 공정관리에 의해 생산되는 상품이 아니다.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원료 농수축산물의 사용이 많고 그것도 다양한 원료가 사용된다. 최근에는 웰빙 열풍에 따라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채소의 경우 벌레가 있을 수도 있다.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벌레가 나왔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농약을 치지 않고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의 잘못인가, 아니면 벌레가 붙어있는지를 확인하지 못하고 음식을 만들어 내놓은 음식점의 잘못인가. 문제는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식품접객업 제품은 대부분이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제공된다. 소비자의 부주의로 인한 이물혼입 또는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혼입 가능성도 매우 높다. 설렁탕을 한 그릇 시켜 먹던 고객이 거의 다 먹은 상태에서 자기의 머리카락을 주인 몰래 밥그릇에 집어 넣고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지금까지는 주인이 “죄송합니다”며 밥값을 안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이물이 검출된 사실을 관할 시군구에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대부분 영세한 식품접객업소에서 이물을 제어할 기술적 장비 등의 설치는 불가능하며, 이물 보고 절차에 따른 전문적인 관리 인력도 부족하다. 특히 영세한 점포의 경우 이물 검출과 미보고 등에 따른 과태료 부과나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지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업소에서 신고를 해도 관할 관청에서 이물 보고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울시 강남구의 경우 식품접객업소가 1만2천개가 넘는다. 이들 업소에서 이물보고가 쏟아진다면 몇 명 안 되는 직원으로 감당이 불가능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른 업무는 아예 제쳐두고 이물보고 관리만 해도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신고가 들어오면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이물 혼입과정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장비와 수단이 부족하다면 행정기관이나 업소 모두에게 불필요한 소모가 엄청날 것이다. 식품접객업에 대한 이물보고 의무화에 대해 재검토를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식품접객업에 대한 이물보고 의무화에 앞서서 위생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부터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식품제조업체들은 HACCP 등 제조공정에서의 위생관리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지만 식품접객업체들은 아직 위생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벌이 주어지는 위생관리의 칼날을 들이댄다면 업체들이 큰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쥐새끼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주고 쫓으라고 했다. 식품접객업소가 위생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자율위생관리 프로그램이나 제3자 위생감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설프게 시작한 정책으로 인한 폐해가 눈에 보인다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정책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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