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 연구가 한식세계화의 지름길”
“음식문화 연구가 한식세계화의 지름길”
  • 김병조
  • 승인 2009.06.19 0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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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음식문화원 이종미 원장
우리는 흔히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뿌리 깊은 민족임을 자부한다. 그러면서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생활과 가장 밀착해 있는 음식문화의 연구에 대해선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대로 정리해 놓은 자료 하나 찾기 어렵고 전문가다운 전문가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식품기업인 농심이 이같은 상황을 풀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지난 4월 23일 우리 음식문화를 연구하는 농심 음식문화원을 개원한 농심은 원장에 오랫동안 관련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해 온 이종미 전 이대 교수를 선임했다. 이종미 원장은 우리 음식문화에 대한 연구가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와 산업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식세계화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도 우리 음식문화의 복원과 계승·발전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본지는 이종미 원장을 만나 우리 음식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 농심 음식문화원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 음식문화원은 ‘품격 있는 음식문화 유산 구축과 음식문화 진흥을 위한 공헌’이란 취지로 설립됐다. 우리 식생활의 문화적 기반과 가치관을 확립하고 전래 음식문화를 계승·발전시키며 식양(食養)문화를 구축하겠다는 목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 및 인재육성, 음식문화 콘텐츠화, 음식문화 전문도서관 운영, 한국의 식양문화 ‘새샘운동’, 음식문화 연구체계 구축, 국제교류 지원 등 6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지금까지 음식문화원은 어떤 활동을 했나?
- 우선 농심 본사 도연관 2층에 국내 최초의 음식문화 전문도서관을 설립했다. 현재까지 단행본 6천여권, 고서 300여권, 정기간행물 54종·1천여권, 영상물 17종·76편 등을 수집했고 올해까지 1만권까지 장서를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 도서관은 직접 찾아와서 자유롭게 자료를 볼 수도 있지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자료를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음식문화 연구체계 구축을 위해선 전문포럼을 3회에 걸쳐 개최했다. 1회에는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해 고찰해 봤고, 2회에는 한국냉면의 글로벌화, 3회에는 우리음식의 사상체계 속 장수문화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또한 농심의 율촌재단과 함께 8억6천만원을 지원, 음식문화 기초연구 10개 과제 등 총 36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 및 인재육성을 위해선 ‘고문헌을 통한 전래음식문화 연구’ 강의와 전래음식 조리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 과거의 음식문화를 연구하고 계승·발전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 우리 조상들은 약식동원(藥食同原)의 이치로 잘 먹는 것이 곧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식문화를 만들어 왔다. 제철에 나는 재료로 음식을 해 먹으며 그 계절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했고, 이웃과 서로 나눌 줄 알았으며, 음식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절제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이렇게 먹으면 당연히 몸이 건강할 수밖에 없다. 현대에 와서 각종 성인병과 어린이 질병 등의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바른 식문화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 음식문화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단 뭐든 기본과 뿌리를 알아야 응용을 해도 잘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과거의 식문화에 대해 무관심과 무지로 일관하고 있다. 이를 연구하는 학자도 거의 없고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곳도 없다. 문화는 품격이다. 한식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 이런 것이 전제가 돼야 한식세계화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 우리 음식문화 연구와 한식세계화가 어떤 연계가 있나?
- 한식세계화를 하려면 외국인들에게 한식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알려야 한다. 지금 진행되는 한식세계화를 봐라. 떡볶이나 비빔밥을 들고 나가 세계화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그럼 외국인들에게 떡볶이가 왜 한식인지 비빔밥을 언제부터 먹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단지 음식만 들고 나가는 것이다. 이탈리아나 일본을 보면 자신들의 음식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메뉴판에 비빔밥을 소개하면서 비빔밥의 기원, 비빔밥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 등을 적어주면 외국인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음식의 기원, 역사, 과학, 문화 등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찾아내다 보면 이야깃거리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이런 정보를 외국인들에게 준다면 얼마나 흥미롭고 품격을 느낄 수 있겠는가. 이런 정보가 다 음식문화 연구에서 나온다. 이것을 한식세계화의 도구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단 이런 작업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국가가 나서서 이런 작업에 투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어떤 결과를 얻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식세계화를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농심 음식문화원은 이런 일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 음식문화 연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있어야 하나?
- 정부나 학계에서 이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소수 있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전문가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적극 활용해야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음식문화에 대한 학문적 체계를 세울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우리의 전통적인 상류층 문화, 다시 말해 반가(班家)문화를 되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서민문화 속의 음식문화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이 반가문화 속의 음식문화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이에 대해 문화를 문화로 인정하지 않고 이를 사회·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거의 폐기하다시피 방치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음식 관련 연구자들이 한자와 일어 등 언어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도 음식문화 연구에는 필수적이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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