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에서 답을 구하다
학교급식에서 답을 구하다
  • 관리자
  • 승인 2009.07.24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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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농업경제학과 식품외식산업 교수
몇 해 전에 영국에서 제이미 올리버라는 지명도 높은 조리사를 내세워 학교급식의 개혁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학교급식에서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 중심의 식사를 친환경식품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은 생각만큼 순탄치는 않았다. 그 방송내용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어느새 보편화된 ‘아토피’증상은 우리의 아이들과 부모들을 괴롭히고 있었고 각종 환경오염에 인한 생태계 변화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라 친환경급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자치단체마다 줄이어 급식유통센터 등을 건립하는 등 친환경식재료를 안전하게 학교에 공급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곳곳에서 로컬푸드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연계작업에는 상호 이해관계가 얽히는 등 구조적인 문제점도 많다.

현재는 지역단위로 생산과 소비를 구상하고 있지만 교통, 통신 등 물류시설이 발전했고 시장경제에 근거한 경쟁논리 등을 감안하여 국가 전체의 사업으로 큰 틀을 만들어가야 할 사항이기도하다. 그래서 학교급식의 성공적인 운영은 단순히 로컬푸드시스템의 성공에 의한 경제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건강의 증진과 함께 식문화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는 범국가적인 사업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고정관념을 깨자

학교급식은 운영방식에 따라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기업에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양자 모두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혹자는 직영을 할 때 학생들이 품질과 서비스에 더욱 만족한다는 평가를 하고, 혹자는 기업의 위탁경영이 위생적이고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위생과 안전관리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대기업에서 위탁운영을 하는 경우 실제로 학교급식사업은 수익성이 낮은 편이다. 오히려 시설에 대한 투자와 저렴한 식재료단가 등을 고려하면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사업구조이다. 이러한 제한적 조건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식재료와 인건비를 낮추거나 인력을 적게 투입하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고 위생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쉬운 형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식메뉴의 구성상 밥, 국, 김치를 기본으로 하고도 반찬을 3가지 정도 제공하려니 낮은 식재료단가에 맞추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3가지 반찬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말이 반찬이지 하나하나 모두 조리하려면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매 한가지이다. 그러나 이렇게 식재료단가를 맞추면서 어렵사리 내놓은 식단에 대해서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 밥을 먹으면 쉽게 허기지고 먹을 만한 반찬도 없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결국 부실한 반찬은 고스란히 남아 잔반으로 버려지고 이로 인한 피해는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환경문제로 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왜 우리의 한식은 반찬이 여러 가지가 있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이고 영양학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전통문화는 결국 소외되는 것이 현실이다. 집집마다 남은 반찬으로 고민하고 새로운 반찬을 만들어야 하고, 음식점마다 반찬을 더 줘야 하고 남은 반찬 재사용금지로 결국은 음식쓰레기만 넘쳐나게 된다. 일반음식점에서는 반찬을 줄이면 손님이 줄어든다고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결국은 가정과 학교에서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새로운 식문화의 진원지

우리의 식사방법을 살펴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밥, 반찬, 국물 등의 순서로 연속동작이 일어난다. 식사 도중에 수저나 젓가락 모두를 내려놓은 적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빨리 먹게 된다. 그리고 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남긴다. 어떤 반찬은 손도 대지 않은 채 다시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먹지도 않을 반찬 왜 차렸나 싶은데 혹시라도 먹을까봐 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음식점에서는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 영양학적으로 꼭 필요해서 차렸다 하더라도 우리의 식습관이 이렇다 보니 결국 영양보충은 부족해 지지 않을까? 필수적인 영양소를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되 주요리를 한 가지로 국한시켜야 한다. 학교급식에서도 부실한 부찬 2~3가지를 없애고 주요리에 집중한다면 동일한 식재료단가를 가지고도 충실한 식단을 제공할 수 있으며 조리인력 운용도 훨씬 생산적이 될 수 있다. 학생들도 안전한 식재료를 이용한 실속있는 식단을 통해 천천히 남김없이 먹는 식습관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보다 외식을 자주하는 현대인들에게 학교급식은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교육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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