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에 거는 기대와 한계
CJ에 거는 기대와 한계
  • 김병조
  • 승인 2006.02.23 0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CJ 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외식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53년 제일제당공업(주)으로 시작해 1993년에 삼성그룹에서 분리, 1996년 제일제당 그룹으로 출범한 지 올해 10주년이 되는 해다. 2004년 말 현재 그룹 전체 매출이 8조 원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 식품-외식 분야 매출이 4조5천4백70억원으로 55% 정도 차지하고 있다. 세계 1000대 기업 가운데 498위이며 100대 식품기업 가운데 55위에 랭크돼 있다. 물론 국내 식품기업 중에서 100대기업에는 유일하게 들어가 있다. 식품-외식 분야 계열사 가운데서는 모기업인 CJ(주)의 매출액이 2조5천4백억 원으로 단일 법인으로는 국내에서 1위 업체이다. 국내외 식품-외식시장에서 CJ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이런 CJ가 최근 ‘규모의 경제’ 논리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지난해 미국의 식품유통 전문 현지법인 애니천을 인수한데 이어 국내에서는 50대 50의 지분으로 제휴관계를 유지해왔던 장류 전문업체 해찬들을 완전히 인수해버렸다. 올 들어서는 세계 31위 식품기업인 하인즈와 업무제휴를 맺고 하인즈 제품의 국내 B2C 유통과 마케팅을 전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식품 대표기업으로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국내 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100대 식품기업 중 5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면 우리 식품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CJ의 연간 매출 45억4700만 달러(한화 약 4조5천억 원)는 세계 식품 1위 기업인 네슬레의 매출 697억2200만 달러(한화 약 69조7천억 원)의 7% 수준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식품 전문 기업들의 규모가 다른 분야 기업들에 비해 그리 작은 규모가 아니다. 세계 1000대 기업 중에 식품기업들이 무려 115개나 포함돼 있고, 식품 1위 기업 네슬레는 19위(2003년 17위)를 기록하고 있다. 115개 업체의 국적을 따져 보면 일본이 29개로 가장 많고 미국이 28개, 영국 10개, 프랑스 7개, 캐나다 6개 등의 순이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기업은 CJ 하나밖에 없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CJ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CJ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CJ 자체를 두고 한번 따져보자. CJ는 식품-외식분야에서 수많은 브랜드와 헤아릴 수 없는 제품들을 갖고 있다. 심지어는 CJ 직원들조차 자사의 제품이 몇 가지인지 잘 모를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브랜드와 제품 가운데 시장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와 제품이 과연 몇 가지가 되는가. CJ 관계자에 따르면 모기업인 CJ(주)의 지난해 매출 2조4천6백억 원 가운데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 등 식품소재와 원료 부문 매출이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익은 그 부문에서 주로 낼뿐 나머지 부문은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내 1위 식품기업 CJ의 한계다. 특히 세계 55위에 랭크된 기업이면서도 세계를 무대로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은 사실상 없다고 할 정도로 국제 경쟁력은 아주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1위 식품기업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따지고 보면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고 혹평할 수도 있다. CJ가 이처럼 내수전용 기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CJ의 제품 구성이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은 기초식품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CJ의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식품 내수시장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한 기술이나 탁월한 제품력이 아니라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으로 고추장, 간장, 두부, 콩나물에 이르기까지 싹쓸이를 해나가는 듯한 인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에 하인즈와의 제휴도 케첩 등 하인즈 제품의 국내 판매망 역할 만 함으로써 다른 국내 업체와의 경쟁만 격화시키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을 만 하다. CJ가 국내 1위 식품기업답게, 유일하게 세계 100대기업 반열에 든 위상에 걸맞게 세계시장에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개발과 연구에 과감한 투자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