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서도 식빵은 바쁜 직장인들의 아침식사 대용 등으로 사랑받으며 쌀과 같은 주식의 개념이 된 지 오래다.
다른 식사메뉴에 비해 저렴한 맛으로도 빵을 즐겨먹던 기자는 요즈음 빵을 사러갔다 가격을 보고 놀랄 때가 종종 있다.
빵 몇 가지를 고르면 만원, 이만원이 훌쩍 넘어버리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점들이 국제 곡물가격 급등과 환율상승을 이유를 앞세워 빵 가격을 최저 100원에서 최고 500원까지 인상했다.
‘기껏 100원, 200원이 얼마나 큰 돈이냐’고 하기에는 빵은 이미 가격민감도가 높은 생활필수품이 돼버렸다.
최근 원화가치 상승과 원자재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빵 값이 계속 올라 가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한 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은 ‘환율과 국제 원자재가를 감안할 때 빵 가격을 내릴 요인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농경연의 보고서에 따르면 빵은 주로 국내에서 가공된 밀가루나 설탕 등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어 밀이나 원당 등 국제 원가재 가격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분석됐다.
또 원자재 구입비용은 전체 공장도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절반이 안 돼 업체들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도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국내 제빵업체들은 지난해 상반기 국제 밀값이 급등했다며 소비자값을 크게 올린 뒤 국제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에도 ‘환율이 올랐다’며 소비자값을 내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빵값은 평균 7.9% 올랐으나 국제 밀값은 오히려 50% 정도 하락했다.
앞으로 국제 밀값 및 환율 상황이 더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빵값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농경연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 빵 등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이 값 인상에 대한 소비자 반발을 의식해 제품 포장을 바꾸면서 값을 올리거나 중량을 줄이는 편법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경연 관계자는 “값 인하 요인이 있는 업체에 대해 계도하고, 제품에 단위값(예 :100g당 ***원) 표시를 하도록 해 편법적인 값 인상을 막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빵업체들은 가격인하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 베이커리 관계자는 “이제껏 원자재값 하락에 맞춰 빵 가격을 낮춘 전례는 없었으며 현재도 인하 계획은 없다”며 “1년 단위로 원자재가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값이 떨어져도 이를 즉각 제품가격 인하로 연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군색한 변명이다. 그렇다면 제품가격을 올릴 때는 어떻게 그토록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모든 이유를 들면서 가격을 올리지만 정작 그 이유가 사라졌을 때는 원래대로 가격을 돌려놓을 생각도, 의지도 없는 업체들의 태도에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업체들이 서민 물가를 위해 가격을 인하하는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길보민 기자 gbm@
저작권자 © 식품외식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