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처’ 신설 배경과 의미
‘식품안전처’ 신설 배경과 의미
  • 김병조
  • 승인 2006.03.02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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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식품안전관리를 위해 ‘식품안전처(가칭)’를 독립기구로 신설키로 함에 따라 오랜 기간 논란을 벌여왔던 식품행정체계 개편의 방향이 가닥을 잡았다. 식품과 의약품 안전관리를 함께 담당해왔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기능 중에서 식품안전관리는 ‘식안처’에서, 의약품안전관리는 보건복지부 내에 별도의 전담기구를 설치해 담당케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로써 식약청은 사실상 창설 8년 만에 해체되는 셈이다. ‘식안처’ 신설을 통한 식품행정체계 일원화의 배경과 의미, 향후 풀어야 할 과제를 집중 점검해 본다.


<배경> ‘식품안전처’ 신설,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식품행정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논의돼 왔다. 식품행정체계 개편 논의는 2002년 말 식약청이 가장 먼저 문제 제기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8개 부처로 분산돼 효율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식약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농림부 등 관련 부처가 강력히 반발, 부처간의 갈등만 증폭시켰을 뿐 논의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2004년 6월 불량만두 파동이 발생하자 식품안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고 정부와 정치권은 식품안전위원회 또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식품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식품안전기본법이 업체에 대한 새로운 규제 강화의 수단으로만 작용할 뿐 분산돼 있는 식품행정의 일원화에는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정부는 이해찬 총리의 지시로 행정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 총리의 생각이었다.

2004년 11월, 국무조정실은 식품안전관리를 전담할 ‘식품관리처’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행정체계 개편 방향을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당시에는 청와대가 이를 거부했다. 정부는 다시 식품안전기본법에 기초한 식품안전정책위원회의 권능 강화로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김치 기생충알 파동이 불거지면서 식품안전 행정체계 개편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고, 정부는 식품안전관리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방안과 식약청이나 농림부 등 특정부처로 통합관리하는 방안, 식품안전정책위원회 권능을 강화하는 방안 등 4가지 안을 놓고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기존의 특정부처로 기능을 통합하는 것은 부처이기주의로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방안이며, 식품안전정책위원회 권능을 강화하는 방안은 기존의 행정체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행정 일원화로 볼 수 없는 차선의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에 선택한 ‘식품안전처’ 신설을 통한 행정체계 개편방안은 가장 강력한 최선의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의미> 식품행정 일원화와 식품-의약품관리 분리 가장 큰 의미

‘식품안전처’의 신설은 식품안전관리 행정의 일원화라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8개 부처로 분산돼 난맥상을 보여 온 식품안전관리 행정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입안되고 추진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식품안전처의 처장이 비록 차관급이지만 정책결정권이 있는 명실상부한 독립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어서 식품안전관리 행정과 관련해서는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기에다가 식품안전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도 설치할 예정이어서 차관급 기관으로서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측면에 대한 보완장치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식품안전처 신설은 자연스럽게 식품과 의약품관리 업무를 분리시켰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식품안전처는 식품안전관리만을 전담하고 의약품안전관리는 복지부 내에 별도의 ‘의약품안전관리본부(가칭)’를 설치해 전담케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식품과 의약품안전관리의 분리는 기존의 식약청이 지나치게 의약품 관리 업무에 치중해 있어 식품안전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당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기존의 식약청의 기능을 강화해서 식약청을 중심으로 행정일원화를 도모하지 않는 이유도 현 식약청의 경우 인적구성을 비롯한 여러 면에서 식품안전관리 업무가 의약품안전관리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식품과 의약품안전관리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지난 2004년말 국무조정실이 ‘식품관리처’ 신설을 통해 행정체계를 개편하려고 했던 이유도 바로 그런 주장에 기초를 두고 있다. 결론적으로 식품과 의약품을 통합관리해온 식약청이라는 기존의 기구가 사실상 해체되지만 식품 쪽만 두고 보면 집행기능만 가진 ‘청’에서 정책결정권을 가진 ‘처’로 승격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최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과제> 당정협의 및 국회통과, 행정공백 최소화 관건

정부는 당정협의와 관련법 개정을 통해 오는 7월쯤 발족을 시킨다는 목표다. 그러나 식품안전처가 출범을 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당정협의 과정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줄곧 식약청 중심으로 행정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압력단체인 대한약사회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표를 의식한 여당이 정부가 내놓은 식약청 해체라는 극약처방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식약청 해체는 일명 ‘약쟁이’들의 밥그릇 축소를 의미하는 것인데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던 약사회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보겠느냐는 것이 우려의 시선이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지난 2004년 말 국무조정실에서 ‘식품관리처’ 신설을 통한 행정개편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을 때 청와대가 이를 거부한 이유도 약사회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의 정부조직법개정안 통과 여부도 만만치 않다.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면서 새로운 기구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행정공백이다. 정부가 식품안전관리를 위한 전담부처를 신설키로 공식 발표한 이상 해체 위기에 처한 기존의 식약청 조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식품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로서는 ‘처’로 승격되는 꼴이기 때문에 내심 환영하고 있겠지만 의약품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를 비롯해 간부진은 적지 않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자칫 행정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반발세력들이 약사회를 비롯한 압력단체와 손을 잡고 정치권에 조직적인 로비활동을 전개할 경우 예상 밖의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식품안전처장 누가 될까>
정부가 식품안전처를 신설키로 함에 따라 누가 초대 식품안전처장에 기용될 것인지가 관가와 업계 주변에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로서도 누굴 기용해야 할지 이미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초대 식품안전처장은 관련 전문가로 하는냐 아니면 행정관료 출신으로 하느냐에 따라 출신 성분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관련 전문가 중에서 찾는다면 대체로 4~5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영순 서울대교수, 신광순 전서울대교수, 이철호 고려대교수, 신동화 전북대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영순 교수는 식약청장을 지낸 바 있으며 정부의 이번 식품안전처 신설에 적지 않게 정책적 자문을 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적임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미 차관급인 식약청장을 역임한 사람이라 본인이 또다시 차관급 처장을 맡을지가 미지수다.

신광순 박사의 경우 (사)식품안전관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등 식품안전관리에 관한한 전문가로 꼽히고 있지만 나이가 많다는 점이 다소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순, 신광순 박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면서 식품안전관련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 중에서는 고려대 생명과학과 이철호 교수, 전북대 식품공학과 신동화 교수 등도 하마평에 오를 만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식품안전처장을 행정관료 출신에서 기용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지난 8년간 식약청장을 전문가로 기용해왔지만 행정력이 부족해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현 문창진 청장이 임명된 사례에서 행정관료 출신이 임명될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행정관료 출신 중에서는 보건복지부 차관 출신의 김용민씨,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과 식품의약품안전관리원장을 지낸 김종대 계명대 초빙교수, 변철식 전 식약청 차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병조 기자 bjkim@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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