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따로 손발 따로
머리 따로 손발 따로
  • 관리자
  • 승인 2009.10.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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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큰 풍년이 들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풍년이 오길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까지 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풍년이 든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장관은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나서 쌀값 안정과 쌀 소비 진작에 대해 강조하고 나서고 있다. 쌀 수매가를 일정 수준으로 보장하고 쌀의 잉여분을 격리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정책의 골자다. 여기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 고위층의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농식품부는 지난 8월 13일 쌀 가공식품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 비축미를 30% 인하해 공급하고 쌀 가공산업을 지원해 육성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정책이 발표되고 나서도 30% 저렴한 가공용 쌀은 공급되지 않았다. 9월 초에 기자가 이에 대해 확인해 보니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쌀 가격 인하에 들어가는 예산 문제를 놓고 협의를 하고 있어 공급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쌀 과잉공급으로 인한 문제가 농식품부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던 지난주 다시 농식품부에 이를 확인했다. 이번엔 다행히도 9월 28일부터 가공용 쌀 공급이 시작됐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농식품부가 대책을 발표한지 꼭 한달 반만의 일이다. 하지만 가공용 쌀이 공급된 지 열흘이 넘었는데 이같은 정보를 접하지 못했다는 점이 의아했다. 기자가 농식품부 출입을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와 가공용 쌀 공급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쌀가공식품협회에 이를 문의하자 보도자료를 내서 언론에 보도가 됐고, 협회 측에서는 쌀 공급 대상업체 600여곳에 공문을 보냈고 대기업에는 직접 연락해 이를 알려줬다고 답했다.

기자는 혹시 보도자료를 받고 그냥 지나쳤나 해서 그동안 받았던 보도자료 리스트를 확인하고 농식품부 홈페이지의 보도자료 리스트도 확인했다. 그리고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 봤다. 하지만 9월 28일부터 가공용 쌀을 공급한다는 기사는 한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또 실제 쌀을 사용하는 몇몇 업체들에 확인을 해 봤다. 대기업 몇 곳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실제 공급 신청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가공용 쌀이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못했다.

장관과 대통령은 쌀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쌀국수 사리가 들어간 설렁탕집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관련 공무원들은 뭐가 그리 어려운 문제라서 부처 간 협의를 빨리 하지 않아 한달 반씩이나 쌀 공급을 지체시켰는지, 또 가공용 쌀 공급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정책이든 위의 생각과 의지만으로 성공하는 정책은 없다. 이것이 아래까지 전달되고 실행이 돼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위부터 아래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일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길 바란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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