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커피’ 시대가 온다
‘착한 커피’ 시대가 온다
  • 관리자
  • 승인 2009.11.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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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좋으니 ‘맛’도 두배요!
아름다운가게, 2006년부터 공정무역 커피 판매 시작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부피를 기준으로 석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상품은 무엇일까.

더 쉽게 말해 전 세계에서 하루에 25억 잔 이상 소비되는 제품이 있다면, 답은 바로 커피다.

어마어마한 양의 이 커피는 베트남과 에티오피아 등 주로 저개발국가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렇다면 커피농가는 모두 부자일까?

안타깝게도 커피 재배 농민들이 손에 쥐는 돈은 한 잔당 0.5%에 불과하다고 한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을 살펴보면, 유통의 마지막 단계인 소매점이 25%를 가지며 10%는 수출업자가 가지고, 세계 커피 무역의 75%를 지배하는 거대 다국적기업이 55%를 가져간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문제점이 하나둘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공정무역(Fair Trade)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에선 공정무역 인증기구가 활동할 정도로 이미 일반화된 이른바 ‘착한 소비’가 국내에서도 영역을 넓혀 가면서 공정무역이라는 용어가 언론에까지 자주 등장하게 됐다.

그만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국내 공정무역 커피 현황과 함께 필요성에 대해 짚어보기로 했다.
길보민 기자 gbm@foodbank.co.kr


아름다운가게, 2006년부터 공정무역 커피 판매 시작
매출 11% 네팔 페루 어린이 교육·커피 묘목 등 지원
공정무역이란, 아프리카·남아메리카·동남아시아 등 저개발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주고 구매한 제품을 선진국 소비자가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윤리적 운동으로, 저개발국 빈곤퇴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다.

이 운동은 2000년 미국과 유럽에서부터 시작됐다. 공정무역 운동의 태동은 세계공정무역연합(IFAT)가 설립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21개국이 참여한 세계공정무역상표기구(FLO)가 발족, 2002년에는 공정무역 마크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품목은 커피. ‘공정무역커피’ 혹은 ‘착한 커피’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대기업들이 이익의 대부분을 챙겨가는 커피를 거부하고 농민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공정한 무역으로 거래되는 커피를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공정무역인증 커피 생산량은 3%정도에 불과하다”며 “이에 공정무역커피를 사용하는 소수의 업체들은 이익보다는 ‘착한 소비’라는 상징정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무역커피를 사용하는 선두업체들의 착한소비 운동이 확산돼야 소비자인식 수준과 함께 공정무역 커피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름다운 커피, 올해 매출 전년대비 3배에 달해

국내에서는 2006년부터 아름다운가게가 공정무역 커피를 팔기 시작하면서 착한 커피 바람이 불었다.

아름다운 가게는 네팔과 페루 등 제3세계 농민들에게 FLO 권고안인 3.19달러(1㎏당)보다 더 높은 평균 4달러의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다(스타벅스는 3.28달러에 거래).

이는 자유무역거래가격의 2~3배가 되는 가격이다. 또한 생산활동을 원활하게 돕기 위해 거래대금을 선지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커피 매출의 11%를 네팔과 페루 어린이 교육지원을 위한 장학사업과 커피의 내륙 운송을 돕는 차량지원, 일자리 제공을 위한 인건비 지원, 커피묘목 보급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밖에도 아름다운가게에서 사온 ‘착한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비롯해 홈플러스, 롯데마트, 갤러리아백화점, 세븐일레븐, 올가, 생협 등 전국 500여개 매장에서 착한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아름다운 커피의 매출이 올 들어 크게 늘어 전체 매출액이 지난해 9억원의 3배인 3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다운커피, 기아대책 행복한나눔, 바리의꿈, iCOOP생협, 여성환경연대 희망기획단, 이매진피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한국YMCA Peace coffee 등 국내 공정무역 단체 8개가 연합한 ‘공정무역거리추진위원회’는 지난 10월 30, 31일 서울 삼청동과 안국동 일대에서 ‘워킹 페어 트레이드’ 행사를 열었다.

美 스타벅스 역시 2008년 한해 전 세계 공정무역 원두 유통량의 10%에 해당한 9천t의 착한 커피를 구매했으며 2009년에는 구매량을 2배로 늘려 1만8천t을 구매하는 등 윤리구매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2002년 FLO와 협정을 맺고, 스타벅스 해외 매장에서 공정 무역 인증 커피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전체 원두 구매량의 5%가 공정커피원두였으며, 77%는 C.A.F.E Practice 원두였다.

자체 친환경 윤리 구매 가이드라인 C.A.F.E Practic는 공정무역 조합에 속해있지 않은 커피 농가의 원두로, 지난 2004년 국제환경단체(Conversation Interna tional, 이하 CI)와 스타벅스가 공동 개발한 것이다.


●편의점, 홈쇼핑, 대형마트까지 진출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라틴아메리카와 동아프리카지역의 공정무역 혼합 원두인 ‘카페 에스티마’ 원두와 드립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원두 판매율은 올 들어 10월까지 전년동기대비 141%나 증가했다.

또 5월9일 세계 공정 무역의 날과 10월 세계 공정 무역의 달 행사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소개하는 다양한 활동과 함께 금주의 커피로 1주, 연 총 2주간 ‘카페 에스티마’ 드립커피를 판매해오고 있다.

점차 공정무역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공정무역커피는 편의점과 홈쇼핑, 대형마트에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훼미리마트는 ‘아름다운 커피’를 지난 9월부터 팔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처음에는 티백 제품을 들여와 팔다가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컵커피를 자사브랜드(PB) 제품으로 내놓았다.

현대홈쇼핑은 최초로 공정무역 커피 판매 방송을 진행, 준비한 물량 9천만원 어치가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형마트들도 앞다퉈 ‘착한 커피’ 판매에 뛰어들고 있다. 2007년부터 공정무역 커피를 팔고 있는 홈플러스에 이어, 롯데마트도 지난 9월부터 모든 영업점에서 공정무역 커피 판매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올 2월부터 60개 매장에서 한국YMCA의 공정무역 커피 브랜드인 ‘피스커피’를 팔고 있다.

한편 YMCA는 동티모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동티모르 커피를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와 판매하고 있으며, 카페 티모르를 통해 착한 커피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길보민 기자 gbm@foodbank.co.kr
“업체·소비자에게 공정무역 인식 확산돼야”
이 강 백 아름다운가게 사무처장


▲ 공정무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 2002년 12월 서남아시아지역 수공예품을 수입하면서부터 저개발국 생산자의 자립을 북돋는 공정무역을 시작하게 됐다.

그 당시만 해도 공정무역은 수입업자에게 4~5배 비싸게 구입해 마진을 덜 붙여 판매하는 ‘말도 안되는 사업’이었다.

그러다 2005년 가방, 지갑 상품을 접고 커피를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2006년 네팔커피 ‘히말라야의 선물’을 출시했다. 이후 2007년부터 ‘생산자지원금’ 기금을 적립하기 시작하면서 2008년 페루커피 ‘안데스의 선물’ 출시와 함께 아름다운 커피 직영카페 1호점 안국점을 오픈했다.

점차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2009년에는 우간다커피 ‘킬리만자로의 선물’ 출시와 직영카페 4호점까지 오픈했다.

현재 아름다운 커피에서 판매하는 공정무역상품은 원두, 인스턴트커피, 홍차를 비롯해 11월말에는 초콜릿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나나, 올리브 오일 등 제품군 확대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아름다운커피는 2006년 1억2천만원, 2007년 3억5천만원, 2008년 9억원 규모로 매년 약 200~300% 성장세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성장세를 이어가 대표 공정무역 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 국내 시장의 공정무역커피 현황은.

- 국내커피 시장은 90%가 인스턴트 커피이며, 10%의 원두 시장 안에 공정무역커피 시장이 형성돼 있다.

2007년 자료를 기준으로 1천억 원두커피 시장 중 공정무역 커피는 10억 원 정도의 규모로, 원두커피 시장의 1%, 전체 커피 시장의 0.1% 정도 점유하고 있다.

지금 전국에 분포한 아름다운가게의 점포수는 138개이며,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를 아름다운커피로 놓은 ‘아름다운 사무실’은 45개, 리테일 업체는 100여 곳, 아름다운커피가 입점한 외부 쇼핑몰이 37개다. 국내 공정무역 단체인 아이쿱 생협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정무역 인스턴트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 착한 커피 운동이 확산돼야 하는 이유는.

- 지난해 커피 판매는 전 세계적으로 70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공정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억5천만 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의 179개 커피 농가들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 공정무역 이후에도 절반 이상의 커피 농가들이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커피농가에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는다 해도 공정무역 거래 수수료와 세금, 농가 지출경비 등을 제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정무역이 없으면 이러한 열악한 수익마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FLO에서 커피농가업체와 커피업체, 소비자 구매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커피 가격을 책정하게 되는데 농가만을 위해 무작정 가격을 인상할 수도 없다. 때문에 FLO는 결국 시장을 확대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 세웠다.

이들은 스타벅스 같은 세계적 커피 체인점을 더 많이 확보해 커피 농가를 돕겠다는 것이다. 또 커피농가들에게 농가사업자금으로 저금리 대출을 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 공정무역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 최근에는 커피부터 초콜릿, 홍차, 와인, 설탕, 의류까지 공정무역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의 마케팅이 하나같이 ‘착한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제품의 구매는 분명 착한 소비임이 틀림없지만 착하다는 제품의 속성보다는 ‘제품 자체의 품질과 철학’에 대한 홍보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이에 아름다운 커피에서는 공정무역을 알리는 대학생, 시민홍보단인 아름다운 ‘커피특공대’와 공정무역을 홍보하는 아름다운커피의 이동식 카페인 ‘움직이는 카페’ 등의 캠페인 활동을 통해 공정무역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길보민 기자 g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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