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욱 회장과 변화에 인색한 식품업계
손욱 회장과 변화에 인색한 식품업계
  • 관리자
  • 승인 2009.11.20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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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1월부터 농심을 이끌어온 손욱 회장이 12월 말 퇴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경영 고문으로 영입되며 농심과 연을 맺은 손 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농심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아 농심을 최선두에서 지휘해 왔다. 특히 손욱 회장은 삼성전관 대표와 삼성인력개발원 원장 등을 지낸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데 매우 인색했던 농심에서 손욱 회장을 경영의 총책임자로 앉힌 것과 관련해 손욱 회장에 대한 평가가 더욱 높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손욱 회장은 취임 직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이라고까지 불렸던 쥐머리 새우깡 사건을 비교적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농심을 본 궤도에 올려놨다.

또한 ‘혁신전도사’란 별명에 걸맞게 농심의 기업 체질을 바꿔놓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했다. 덕분에 농심 직원들은 그동안과 전혀 다른 근무 강도를 경험해야 했다. 농심에서 20여년간 근무한 한 베테랑 직원은 “지금까지 일한 것보다 회장님이 새로 오시고 한 일이 더 많은 것 같다”며 “밤 10시전에 퇴근한 일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폐쇄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던 농심에 개방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 놓은 것도 손 회장의 역할이었다. 손 회장은 역대 CEO들과 달리 활발한 외부활동을 통해 농심과 자신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렸고 이로 인해 농심의 기업 분위기 자체가 외부와 소통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손욱 회장의 사임설이 알려지자 외부에서는 이같은 경영 스타일이 은둔경영으로 유명한 농심그룹의 신춘호 회장과 불협화음을 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손욱 회장의 강한 개혁 드라이브에 농심의 가신 그룹이 반발해 결국 여기에 밀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손욱 회장이 외부 회의에서 동의한 사안에 대해 다음 회의 때 다른 임원이 참석해 반대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농심 측은 이에 대해 “손 회장 본인이 농심의 개혁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 돼 후학 양성에 대한 의지를 내세워 사의를 표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유가 어찌됐던 간에 손욱 회장의 하차로 인해 농심의 2년간의 새로운 실험은 끝이 났다. 다시 외부 인사를 CEO로 영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농심의 문화를 감안하면 그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식품업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보수적이다. CEO도 대부분 내부 인사이거나 외부에서 영입을 하더라도 동종 업계 인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업계에서 영입돼서는 적응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는 얘기들도 나온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식품업계가 내수 시장 중심의 레드오션 속에서 별로 남는 것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은 이런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손욱 회장의 퇴장은 너무나 아쉽다.

이제는 또 다른 삼성 출신 CEO가 있는 대상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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