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외식업의 가업대물림 촉진을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월요논단>외식업의 가업대물림 촉진을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 관리자
  • 승인 2010.03.11 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대 문화관광대학 교수 최종문
‘어느 날 저녁 길가의 어느 이발소에 들어갔다. 허술한 가게 입구에 모리타(森田)라는 문패가 붙어 있었다. 가위질을 하는 마흔 살 전후로 보이는 주인에게 별다른 생각 없이 말을 건넸다. ‘이발 일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제가 3대째니까 가업이 된지 이럭저럭 60년쯤 되나 봅니다. 자식 놈도 이어주었으면 합니다만’ 특별한 뜻이 없는 잡담이었지만 예삿말로 들리지 않았다. 패전으로 완전히 좌절해야 할 일본인인데 담담하게 대를 이은 외길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투철한 직업의식에 놀랐다.’

1950년 2월 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호암 이병철이 그의 자서전 ‘호암자전’에 올린 이야기다.

일본인 이발사의 직업정신,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은 장인정신에서 호암은 일본의 재기성공 가능성을 읽었다고 한다.

일본인 이발사의 직업정신과 장인정신이 인재‧품질‧신용 등 모든 면에서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삼성의 기업정신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일본에는 1백년 이상의 긴 내력을 자랑하는 기업이 즐비하다. 도쿄 긴자에만 오랜 내력을 자랑하는 업소가 15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이 패전 후의 폐허를 딛고 불과 30여년 만에 세계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대물림 기업들의 직업정신, 장인정신에 힘입은 바 크지 않을까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백년은커녕 70년 이상짜리 기업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외국의 경제대국에서는 대표 대물림 가업으로 꼽히는 게 외식업이라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다.

6백년 역사의 서울에서 70년 이상의 외식업소가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1천년 맛의 도시라는 전주 역시 70년급 1개소를 포함해서 50년 이상의 업소는 10개미만이다.

반만년 단일 문화민족으로서의 자존심과 긍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외식업의 가업대물림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먼저 이른바 ‘사농공상’의 신분제적 직업사회에서 관리를 포함한 선비를 으뜸으로 삼고 상인을 맨 끝으로 인식하는 전통적, 차별적 직업관을 들 수 있다.

다음은 정부와 금융권의 외식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푸대접. 10여년 전만 해도 외식업체는 은행돈을 빌려 쓸 수가 없었다. 일정규모이상의 음식점에 대한 시중은행의 대출을 근본적으로 막아버린 한국은행의 ‘여신관리규정’때문이었다.

당시의 외식업은 보호, 발전, 육성시켜야 할 산업이 아니었다.

끝으로 가업대물림을 촉진하기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매우 미흡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근래 외식업계에서 젊은 2세의 경영참여가 늘고 있는데다가 가업대물림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근본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여간 다행이 아니다.

선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는 외식기업도 적지 않다. 해장국 전문점으로 유명한 ‘C옥’의 경우, 대물림으로 대표직을 이어받은 C 사장이 10여년전부터 명함에 자신의 직함을 대표나 사장 대신 ‘제3대 주인’ 으로 쓰고 있는데 그 당당함이 참으로 멋지고 신선하다.

때마침 정부가 가업승계를 가로막던 상속세를 2세의 경영실적이 좋으면 안 내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중소, 중견기업 육성책’을 마련한다고 한다.(동아 2010.1.26)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그 육성책에 외식업이 별도 독립된 챕터로 삽입돼 외식업의 가업승계를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

외식업에 대한 조건부 상속세 면제 말고도 조건과는 상관없이 행해지는 지원책, 예컨대 조리기술의 승계부분에 대한 상속세 감면이라던가 메뉴와 조리기술의 개발, 발전을 위한 R&D 세제지원 등의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세계정상급 기업으로 키워낸 이건희, 현대차를 글로벌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육성한 정몽구, 그리고 취임 15년만에 GS와LS를 떼내고도 그룹규모를 30조에서 125조, 4배 로 늘려 놓은 LG그룹 구본무 등 재벌그룹의 대물림성공사례를 외식업 가업대물림의 롤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일, 이론의 여지없이 정부의 몫이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