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발전 ‘회색지대 안테나’가 이끈다
식품발전 ‘회색지대 안테나’가 이끈다
  • 김병조
  • 승인 2006.03.22 0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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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롯데제과 고객상담실장 변상만(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회장)
“검증되지 않은 식품안전 공표, 시장만 왜곡”
▶ 롯데제과 변상만 고객상담실장(OCAP 회장)
“기업발전은 회사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고객 접점인 상담실 갈수록 중요”
“외식업체 고객상담실 키워야” 충고

‘과자의 공포’로 식품업계가 또 한번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제과업체인 롯데제과의 고객상담실을 찾았다. 식품제조 회사로서는 소비자와의 접점이랄 수 있는 고객상담실의 분위기가 어떤지, 또 25년간 롯데제과에 근무해온 ‘과자 베테랑’이자 최근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OCAP) 회장으로 선임된 변상만 고객실장의 생각도 들어볼 겸해서였다.

- 추적60분 방송 이후 ‘과자의 공포’와 관련된 고객문의 전화가 어느 정도인가.
▶ 방송 이후 10일 동안 10건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는 롯데제과뿐만 아니라 다른 제과회사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평소 고객문의 전화가 하루 평균 적게는 30건, 많게는 100여건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적은 편이다.

- 의외다. 왜 그런가.
▶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해 클레임을 제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실제 클레임을 제기하는 소비자는 4%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보다는 다소 높은 10%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이 미국 소비자들보다 클레임 제기에 더욱 적극적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과자의 공포’ 사태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적다고 볼 수 있다.

- 그런데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물론이다. 롯데제과도 매출이 어느 정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영향은 미미하다. 대기업 보다는 오히려 중소업체가 더 타격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만두파동이나 김치파동 때도 그랬지만 일시적인 충격파가 중소업체에겐 사실상 치명타다. 과자에 들어가는 첨가물이 아토피를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지만 롯데제과의 경우는 방송에서 지적한 첨가물을 사용하는 제품이 하나도 없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줄어든 매출은 시간이 지나면 정상 회복이 가능하다.

- 이번 사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됐나.
▶ 행정기관이나 언론의 객관성이 결여되거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사항에 대한 섣부른 발표 내지는 보도가 시장을 얼마나 왜곡시키는가 하는 점을 새삼 느낀다. 소비자들은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어차피 소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래도 믿을 만한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기업은 어느 정도는 매출이 유지가 된다. 그러나 중소업체는 일시적인 충격파를 견뎌낼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에 충격이 심하고, 그래서 잘나가던 업체도 흑자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소업체지만 대기업보다도 훌륭한 제품을 생산해내는 우수한 업체들도 많이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식품안전성 문제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 간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얼마 전에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OCAP) 회장을 맡았는데 OCAP 차원에서 양자간의 인식의 차이를 좁힐 계기를 마련할 생각은 없는가.
▶ 좋은 지적이다. 각 회사의 고객상담실은 ‘회색지대 안테나’라고 볼 수 있다. 기업과 고객이라는 ‘흑’ ‘백’의 어느 쪽도 아닌 중간자적 입장에 서 있다는 면에서 ‘회색지대’이고, 그러면서 양쪽의 동향을 파악해서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안테나’이다. 지금까지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고객의 불만사항을 제품개발이나 생산에 적극 반영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은 많이 했지만 기업의 입장을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은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 소비자단체들과 워크샵 등을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게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다. 가령 유통기한 문제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소비자들은 유통기한 문제를 잘못 인식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런 바탕 위에서 상호 좋은 의견을 도출해 공동으로 정부에 정책건의를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 고객상담실장으로 8년을 근무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고객상담실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 달라.
▶ 고객상담실에서 일을 하다보면 생산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존재하고 있는지 까지 알 수가 있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클레임을 분석해보면 어떤 경우는 ‘아, 이 문제는 생산현장 직원들 간의 불화가 원인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해당 부서에 확인해보면 사실일 때가 많다. 그래서 상담실은 ‘안테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럴 때는 클레임을 해주는 소비자가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기업의 발전은 회사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고, 상담실은 그 두 주역인 기업과 소비자의 접점에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 말을 듣고 보니까 고객상담실의 중요성을 깨닫겠는데 OCAP의 회원사 가운데 외식업체는 거의 없는 것 같던데 외식업체 경영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OCAP의 전체 회원사가 180여개고 그 중에 식품업체가 54개지만 외식업체는 롯데리아 한 곳밖에 없다. 외식업체들의 경우도 소비자와의 분쟁사례가 매우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소비자상담실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업과 소비자간의 분쟁은 다양한 형식으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집단소송제 등으로 규모화 조직화 되고 있는 추세다. 개별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다. 일단은 회사 차원에서 상담실을 설치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협회에 소속이 되어서 조직적으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가령 단체급식 업체들의 경우 식중독 사고 발생 원인을 놓고 분쟁이 많은데 이럴 때 우리 협회에 소속이 돼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변상만 실장은 연구소 10년, 생산부 4년, 기획실 3년을 거쳐 고객상담실 8년 등 롯데제과에서 25년간 근무하고 있는 식품업계에서는 명실상부한 전문가로 통한다. 그래서 식품안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전방위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지난달에는 22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회장직까지 맡았다. 곁에서 보면 늘 소탈하지만 일에 관한 한 철저한 ‘장인’이다.
‘과자의 공포’ 사태로 식품업계는 또 한번의 시련을 겪고 있는 셈이지만 변상만 실장과 같은 앞서가는 전문가가 있는 한, 그리고 기업과 소비자를 동시에 생각하는 ‘회색지대 안테나’인 소비자 상담실 직원과 그들의 모임인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OCAP)가 있는 한 식품업계의 미래는 어둡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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