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내용은 이렇다. 장류 대기업이 ‘국산’임을 강조하며 파는 고추장 제품에 사용된 고춧가루는 절반가량이 중국산이고, 여기에 들어간 '햇볕에 말린 고추'인 태양초는 중국산이 국산보다 더 많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사실 맞는 얘기다. 대상의 순창 고추장과 CJ제일제당의 태양초 고추장에는 고추양념이 5.3% 정도 들어갔으며, 두 회사 모두 고추양념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순창 우리쌀 찰고추장의 경우 태양초 함량은 8.5%지만 사용된 국산 태양초 함량은 3.2%다. 나머지 5% 정도는 중국산이다. CJ제일제당의 태양초 고추장 역시 태양초 함량 8.0% 중 국산 태양초는 함량은 2.7%다.
그러나 이들 업체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 중국산 원료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가공식품의 원료 상당 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료 공급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가격면에서도 국산 보다는 저렴하니 기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두 회사가 사용한 중국산 원료가 안전성 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은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은 마케팅 때문이다.
대상의 경우 지난해부터 자사 고추장은 국산쌀로 만든 제품이란 점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 광고로 인해 경쟁사 제품보다 좋겠거니 하고 믿고 구매한다. CJ제일제당의 경우도 국산 태양초를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다보니 영양성분표를 꼼꼼히 읽지 않는 소비자들은 국산 제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고추장 시장의 49.5%, 41.6%를 점유하고 있다. 두업체의 시장점유율이 91%대인 만큼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별다른 고민없이 이들 회사 제품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다. 이번 일로 두 회사가 묻매를 맞아도 할 말이 없는 이유가. 기업은 이윤을 남겨야 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마케팅의 포인트가 좋은 점만 강조하는 것에 맞춰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절대로 간과돼서는 안되는 점이 있다. 소비자의 배신감은 기업활동의 가장 큰 적이라는 것. 일본 자동차의 신화 도요타의 위기도 결국 소비자의 믿음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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