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은 죄와 인생을 낭비한 죄
사랑하지 않은 죄와 인생을 낭비한 죄
  • 관리자
  • 승인 2006.03.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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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오래 만에 부드러운 이야기 좀 하자. 드라마와 영화 이야기다. 개나리꽃도 피고 날도 따뜻해 움츠렸던 가슴이 확 펴지는 계절이니 모두가 정신적 여유를 가져보자는 뜻에서다.

필자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시간도 별로 없지만 시간이 있어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경우 역사드라마는 자주 보는 편이며, 영화는 그래도 유명한 영화는 억지로라도 본다. 대화에서 소외되기 싫어서다. 그런데 필자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이 대사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주고자 하는 교훈의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가장 잘 표현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얼마 전에 종영된 SBS의 ‘서동요’였다. 마지막회 바로 직전에 방영된 내용(3월 20일 방영분) 중 주인공인 백제 무왕(부여 장)의 맞상대인 신라 화랑 출신 김도암(사택기루)이 무왕을 죽이고자 무왕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맞선 장면에서 김도암이 “내가 무슨 잘못을 하였기에 철저히 혼자 버림을 받느냐”는 내용의 말을 하며 분노를 표출할 때 백제 무왕이 하는 말이 압권이다.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랑하지 않은 죄다.”

김도암은 사랑했던 선화공주가 자신을 버렸고, 고국 신라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말하지만 무왕은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이 사랑했던 선화공주를 끝까지 사랑하지 않고, 자신의 나라 신라를 사랑하지 않으며, 나아가 자기 자신까지도 사랑하지 않은 그것이 가장 큰 죄라고 일깨워 준다.

전율이 흘렀다. 드라마의 주제가 신라 공주와 백제 왕자 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였지만 종국에 가서 우리 인생 전체에 있어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 사랑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지를 그 짤막한 대사 한마디가 웅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모난 성격에 ‘미움’을 화두(話頭)로 삼고 ‘어떻게 하면 남을 미워하지 않고, 나도 미움을 받지 않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는 필자에겐 더욱 충격적이었다.

또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영화 ‘빠삐용’ 이야기다. 줄거리를 이야기 할 필요도 없이 웬만한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걸작영화다. 죄도 없이 살인자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주인공 빠삐용(스티브 맥퀸 분)이 자신을 살인범으로 몬 검사에 대한 복수심과 자유에 대한 갈구로 수차례 탈출을 시도하다 거의 평생을 오히려 더 참옥한 옥살이를 겪은 뒤 끝내 탈출에 성공해 백발의 초췌한 모습으로 내뱉는 대사가 역시 명대사다.

“나는 무죄였지만 인생을 낭비한 죄는 사형이다.”

“자유의 몸이 된들 무엇 하랴, 이미 늙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라는 독백이 숨겨져 있다.

그렇다. 비록 드라마와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들이지만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가르쳐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동물 중에서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살아가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취급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필자는 “인생이란 죽기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살아 있을 때 하는 인간의 모든 짓거리들은 죽음이라는 순간에 느끼는 지극한 순수와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 즉 연습에 불과한 것이다.

어차피 살아가는 인생지만 시간을 낭비하고, 남을 미워하고 정직하지 못하게 살아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사소한 인간관계든 인간집단에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많이 미치는 사업이든 마찬가지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적개심과 분노, 불평과 불만으로 어두운 인생을 살 것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으로 밝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진리가 아니겠는가.

열정과 사랑으로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톨스토이는 그의 저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설파하고 있다.

“인생은 정말 한번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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