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CEO]핫썬치킨 김동진 대표
[앞서가는CEO]핫썬치킨 김동진 대표
  • 신원철
  • 승인 2010.05.06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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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구이 치킨 열풍의 산파…제품 개발에 생닭 1400마리 쏟아
오븐구이 치킨의 열풍이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많은 외식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도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더니 어느새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웃돌고 있다.
건강ㆍ웰빙소비에 부합해 승승장구하는 오븐구이 치킨의 산파 역할을 한 이가 바로 핫썬치킨의 김동진 대표다. 잘 나가는 증권맨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대표가 되기까지 그를 지탱해준 치킨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들여다봤다.

최근 수년 새 ‘중고신인’, ‘신데렐라’라는 말이 유행이다. 무일푼 연습생으로 출발해 홈런왕에 오른 프로야구 선수, 10년의 기다림 끝에 비로소 연기력을 인정받아 펄펄 나는 영화배우, 무명의 설움을 훌훌 털고 상종가를 치는 인기가수 등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쉼 없이 노력해온 사람들이 전성기를 맞으면서 붙은 별칭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신데렐라가 있다. ‘여자치킨’, ‘김현중 치킨’이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지난해 가장 주목을 받은 치킨브랜드 중 하나인 핫썬치킨의 김동진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0여년 남모를 어려움을 겪고 가맹사업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핫썬치킨을 비롯해 굽네치킨, 본스치킨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치킨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꼽힌다. 기존의 후라이드치킨과 달리 기름에 튀기지 않고 구운 오븐치킨을 앞세워 가맹점 500여개를 훌쩍 넘었다. BBQ, 네네치킨, 교촌치킨 등 쟁쟁한 치킨 브랜드들이 몰려 치열하게 경쟁하는 치킨시장에서 틈새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들 오븐치킨을 개발해 2003년 국내 최초로 특허를 받은 이가 바로 핫썬치킨의 김동진 대표다. 기술개발 후 4년간 내실을 다져오더니 김 대표의 핫썬치킨은 최근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 올해 600개 가맹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핫썬치킨의 베이크치킨은 개발 당시 가히 치킨요리로는 혁명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기름에 튀기지 않으면서도 후라이드치킨처럼 밀가루 옷을 입혔고 갓 튀겨낸 듯 바삭한 맛도 냈다. 생닭의 육즙, 기름만으로 조리할 수 있도록 한 밀가루 파우더가 핵심기술이었다.

김 대표가 베이크치킨을 개발하는 데 들인 시간은 7개월여. 숱한 밤을 새우며 실패를 거듭했고 그 과정에서 1400마리의 생닭이 사용됐다. 또 현재 핫썬치킨에서 운영중인 주요 메뉴를 모두 개발하기까지 5년이나 걸렸고, 연구개발비로만 12억원이나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원료육 자체 기름을 이용한 조리방법’, ‘베이크치킨 조리법’ 등은 국내에서는 물론 미국 특허까지 출원해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증권가 엘리트에서 치킨배달부로

2002년 그가 돌연 직장을 그만두고 치킨사업에 뛰어들겠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는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 UC데이비스에서 식품공학을, USC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유학파 출신으로 귀국 후 외국계 투자자문사에 근무했던 그였기에 굳이 치킨집 사장이 되겠다고 하자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의 부친은 김 대표를 거의 내놓은 자식으로 여길 정도였다고 한다.

사실 김동진 대표가 치킨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 국내 치킨업체들에 밀가루 파우더를 공급해온 부친의 영향이 컸다. 부친의 기업인 하산양행은 1990년 당시까지 수입산에 의존해야 했던 치킨 밀가루 파우더를 최초로 국산화하는데 성공한 곳이다.

하산양행이 기술력을 갖춘 식품제조업체였지만 김동진 대표는 브랜드 없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고 한다.

어렵사리 국산화한 파우더 제조 기술에 대한 투자비를 회수하기도 전에 파우더를 납품하던 업체에서 기술만 빼가고 거래를 중단하는 사태를 몇 번이고 경험했던 것이다.

김동진 대표는 “아버지의 회사가 곧 문을 닫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체 유통 브랜드가 없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제조업체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그 기술만 빼앗기고 결국은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보며 브랜드를 만들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또 치킨 브랜드들은 나날이 성장하는 반면 식품제조업은 원가ㆍ인건비 상승, 경쟁업체 출현, 판로축소 등으로 생산성 저하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김동진 대표는 부친의 기업을 물려받기 전에 식품제조업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자체 브랜드 사업을 시작해야 기업의 미래를 단단하게 다질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하지만 유학까지 다녀온 그가 치킨배달을 하겠다고 하자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이렇다 할 도움도 없이 퇴직금으로 모아 놓은 1700만원으로 작은 치킨집을 차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접 오토바이를 몰며 고군분투했다. 가족들에게는 2년만 지켜봐 달라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듬해 34평짜리 치킨 호프집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순탄한 듯 보였던 사업에 이내 위기가 찾아왔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조류독감이 발병하면서 손님이 뚝 끊기면서 하루 매출이 10만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던 김 대표는 위기를 거꾸로 기회로 삼아 무료시식회 등 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모두 동원해 손님 끌기에 나섰다. 3개월을 자는 둥 마는 둥 매달리자 비로소 회복의 기미가 보였고, 하루 매출을 100만원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김 대표에게는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 김 대표가 생닭 1400마리를 투자해 개발한 베이크치킨.

女心 사로잡는 브랜드를 만들다

2004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후 5년 만인 2009년 핫썬치킨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룹 SS501의 김현중씨를 브랜드의 대표모델로 계약한 후 4년간 정체를 보이던 가맹점 개설이 순풍에 돛단 듯 활기를 띠면서 단숨에 가맹점을 500여개까지 늘렸다.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 전략에 맞춰 김현중씨를 모델로 내세운 김동진 대표의 판단은 정확했다. 기름기를 쫙 빼고, 담백하게 구운 핫썬치킨과 여성 소비자들을 만나게 하자 엄청난 시너지가 나온 것.

핫썬치킨의 급성장은 무엇보다 배달치킨집 보다 가맹점 창업비용이 몇 배는 되는 치킨호프 모델인데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기 전이었기에 프랜차이즈 업계의 놀라움은 더 컸다.

성공의 비결은 바로 김동진 대표의 과감한 마케팅 투자. 당시 핫썬치킨에서 모델 개런티, 제품 포장지 및 홍보물 제작비용, TV CF 등에 들인 비용은 연간 수십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가맹점주 모집 광고가 아닌 순수하게 제품 홍보, 브랜드 알리기에 초점을 맞춘 광고였다.

수많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직접적인 수익이 되는 가맹점 개설에 매달릴 때 김동진 대표는 일반 소비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핫썬치킨을 창업할 때 품었던 브랜드 사업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다.

김 대표의 브랜드 중심 경영은 가맹점이 급증하는 가운데도 흔들리지 않았다.

김동진 대표는 “핫썬치킨은 횟수로 7년이 된 회사다. 만약 가맹점을 늘리려고만 했다면 아마도 지금쯤 700호점을 돌파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 매장 개설 문의 건수 중 30%만 오픈을 시켰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따라가지 않고 매출이 충분히 나올만하다고 판단되는 곳만 매장을 열도록 했다. 그렇게 해야 브랜드의 기반이 튼튼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의 가맹점 골라내기 정책은 30평 매장의 테이블 당 매출이 1회 4만원을 웃도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단순히 배달형 매장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은 수익이라는 핫썬치킨측의 설명이다.

또 김현중과의 일일 데이트ㆍ와인파티, 일반인 전속모델 선발대회 등 연간 10여회의 톡톡 튀는 이벤트, 프로모션 등을 통해 매장당 매출이 연간 30% 증가하는 효과도 거뒀다는 것이다.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과 MOU를 맺고 공급중인 핫썬치킨 도시락도 브랜드 알리기에 일조하고 있다. 핫썬치킨의 노하우를 살려 만든 삼각김밥, 그릴샌드위치, 잉글리쉬머핀 등의 상품은 지난해 12월 출시 수개월 만에 누적판매 15만개를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김동진 대표가 늘 강조하는 기술력과 브랜드의 조화가 이뤄낸 성과다.

“단 한곳의 가맹점이 남아도 할 일은 한다”

끈기 있게 기다리되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뛰어드는 김동진 대표의 강단 있는 경영방식은 그의 프랜차이즈 지론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김동진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속설이 있다. 성공하면 사업가고, 실패하면 사기꾼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만약 핫썬치킨을 운영하며 성공한 사업가로 불릴 수 없다면, 적어도 사기꾼으로는 불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보며 늘 정직하게 사업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배웠다. 사업이 부진해 가맹점이 줄어든다면 단 하나의 가맹점이 남아도 본사가 해야 할 일을 조금도 거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직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쌓아올린 핫썬치킨을 앞으로 KFC 버금가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생각이다. 이미 3년 전에 미국에 베이크치킨과 관련한 특허를 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여건만 갖춰지면 본격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해 KFC 매장의 바로 맞은편에 핫썬치킨 매장을 내 글로벌 브랜드와 당당하게 겨룬다는 것.
정직함, 건강을 앞세운 김 대표의 핫썬치킨이 전세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을 기대해 본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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