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FC 인수ㆍ합병, ‘득’ 인가 ‘실’인가?
외식FC 인수ㆍ합병, ‘득’ 인가 ‘실’인가?
  • 신원철
  • 승인 2010.08.20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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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평가 기준 모호…가맹계약 해지 사례 많아
브랜드 가치평가 기준 정비해야 사업 활성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 브랜드 인수ㆍ합병 바람이 불고 있다. 경영난 극복, 기업규모를 키워 가맹사업ㆍ식자재 유통에서 시너지를 얻으려는 등 노력이 절실하다. 이에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인수ㆍ합병 실태를 2회에 걸쳐 알아본다.

1회에는 브랜드 매각이 가장 활발한 외식 업태를 분석하고, 인수ㆍ합병 이후 시너지를 얻지 못하는 사례의 원인을 집중 분석한다. 2회에는 인수ㆍ합병의 유형별 분석을 통해 실질적인 인수ㆍ합병과 가맹사업법 저촉을 피해가기 위해 법인명, 법인 대표 등을 바꾸는 편법성 인수ㆍ합병 사례와 시장의 여파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최근 가맹점 개설에 부진을 겪으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인수ㆍ합병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평가의 기준이 모호해 인수ㆍ합병의 수요는 많지만 섣불리 거래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브랜드 평가의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수ㆍ합병 업태 주점ㆍ치킨이 가장 많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인수ㆍ합병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불황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주 수익원인 가맹점 개설이 지지부진하면서 늘어가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브랜드 매각을 희망하고 있는 것.

또 자금은 충분하지만 새 브랜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 해도 번번이 시장에서 실패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가맹점수, 운영 시스템 등이 완비된 중소 브랜드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처럼 인수ㆍ합병에 대한 수요가 특정 업태로 집중되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서에 등록된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6년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인수ㆍ합병 사례 95건을 분석한 결과, 인수ㆍ합병이 가장 활발한 업태는 주점으로 24건이었다.

주점 중에서도 일본 선술집인 ‘이자까야’를 벤치마킹한 퓨전주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인수ㆍ합병 시기로는 글로벌금융위기의 여파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 몰아친 2008년이 가장 두드러졌다.

치킨은 20건의 인수ㆍ합병이 진행돼 주점의 뒤를 이었고, 해장국ㆍ순대국ㆍ냉면 등의 한식업태는 11건의 인수ㆍ합병으로 세번째로 많았다.

피자와 떡볶이ㆍ김밥 등의 분식은 각각 6건이었고, 스파게티ㆍ스테이크 등의 양식은 5건, 샌드위치 등의 디저트ㆍ고깃집ㆍ일식ㆍ중식 등은 4건씩이었다.

더불어 가맹사업의 확장세에 힘입어 식품제조업체를 인수하는 등 시설인수ㆍ합병의 사례는 3건이었다.

이처럼 주점과 치킨이 인수ㆍ합병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이유에 대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종사자들은 불황 속에서도 가맹점 모집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퓨전주점의 경우 수년간 트렌드 실종 현상을 보이고 있는 외식소비시장에서 몇 안 되는 인기 상품이라는 것이다.

또 2003년 전후 퓨전주점이 본격적으로 외식업계에 도입된 후 8년째를 맞아 인기 하락세를 겪으면서 그만큼 매각에 나서는 업체가 많은 점도 있다.

치킨의 경우는 수십년간 창업 아이템으로 지속적인 인기를 끄는 점이 활발한 인수ㆍ합병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10평 점포에서 5천만원 안팎에 가맹점을 차릴 수 있는 배달치킨점 브랜드가 인수ㆍ합병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 정도 검증된 외식 아이템인 만큼 가맹사업에서 부진을 겪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경영난의 탈출구로 치킨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려는 사업자도 치킨 브랜드 인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인수 후 ‘외려 부진?’

이처럼 인수ㆍ합병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반면 인수ㆍ합병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이 문제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브랜드를 인수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충분한 수의 가맹점을 확보해 식자재 유통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랜드의 대부분은 가맹점 30~50개를 보유한 곳이 대부분이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종사자는 “보통 가맹사업을 할 때 가맹점 30개를 모집하기까지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어려움이 많다”며 “인수ㆍ합병에 나서는 사업자들은 이 기간을 단축해 가맹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브랜드 인수ㆍ합병 직후 가맹점이 대거 가맹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기간이 끝나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브랜드 인수ㆍ합병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때가 많다.

실제로 ‘해리코리아’가 운영하던 ‘해리피아’는 2007년 4월 16일 개인사업자를 거쳐 ‘장원에프앤씨’에 인수됐지만 그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이 대거 계약을 해지해 인수ㆍ합병의 시너지가 적었다.

‘퍼스트에이엔티’의 ‘콤마치킨’도 비슷한 사례다. 2008년 1월 2일 ‘한동식품’으로부터 콤마치킨을 인수했지만 이듬해인 2009년 11월 16일 마세다린에 콤마치킨을 다시 매각했다. 퍼스트에이엔티에서는 브랜드 인수 당시 쌀가루를 활용한 치킨 튀김옷 레시피의 노하우를 높이 샀지만 가맹사업에서 큰 성과를 보지 못한 것인 매각의 이유다. 콤마치킨은 현재 전국 30여곳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에프씨첼린지’는 2009년 1월 1일 ‘에스에치오리엔탈’로부터 퓨전주점인 ‘상하이객잔’을 인수했다. 하지만 그해 말까지 에프씨첼린지가 새로 개설한 가맹점은 불과 4개뿐이었고, 반대로 계약을 해지한 가맹점은 22곳이나 됐다. 2009년 말 상하이객잔의 가맹점수는 총 50개로 1년 전인 2008년보다 오히려 18개가 줄었고, 이는 2007년의 가맹점수와 같다. 결국 인수ㆍ합병 이후 가맹사업이 제자리걸음이었던 셈이다.

인수ㆍ합병 과정에서의 불투명한 정보제공이 실패한 인수ㆍ합병을 부른 사례도 있다.

‘인토외식산업’은 2009년 4월 21일 ‘지원F&S’로부터 떡볶이 브랜드 ‘해피궁’을 인수했다. 하지만 두달 뒤인 6월 30일 브랜드를 지원F&S에 재 매각했다. 당시 코스닥 우회상장을 준비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인토외식산업은 분식 브랜드 인수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었지만 지원F&S가 브랜드를 팔며 부채를 숨긴 것이 화근이었다.

인토외식산업 관계자는 “인수ㆍ합병이 워낙 비공개로 진행되다 보니 브랜드의 적정한 매매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며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인수ㆍ합병은 시너지가 아니라 부정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정확한 평가기준, 인수ㆍ합병 효과 반감

인수ㆍ합병 이후 부진을 호소하는 업체가 늘면서 브랜드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기준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통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대중적인 인지도, 가맹점 수, 추가개설이 가능한 가맹점수 등으로 매매가격이 평가된다. 또 식자재 유통업체가 브랜드를 인수할 때는 가맹점당 200만~300만원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평가기준은 가맹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만 상품가치를 가질 수 있다. 특히 브랜드 인수 후 가맹점이 대거 계약을 해지할 경우 매장이 줄어들면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동시에 식자재 유통량도 줄어든다. 따라서 기존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느냐의 여부에 따라 인수ㆍ합병의 성패도 갈릴 수 있다.

피쉬&그릴을 운영하는 리치푸드 조상철 마케팅팀 팀장은 “새 브랜드 사업을 위해서는 브랜드 인수ㆍ합병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보통 매물로 나오는 브랜드 대부분이 경영상의 문제가 있는 곳일 때가 많은 점이 걸림돌”이라며 “브랜드 인지도, 소비자들의 평가, 본부의 재무건전성, 가맹점주들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과연 인수가치가 있는 브랜드가 몇 곳이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인수ㆍ합병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이 사업확장의 어려움, 경영난 등을 효과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일 먼저 인수ㆍ합병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인수ㆍ합병 활성화를 위한 명확한 기준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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