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표시제도-국내산 강조표시 개념으로 접근하자
원산지 표시제도-국내산 강조표시 개념으로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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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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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연구원 우수식품인증센터 책임연구원 한규재
그동안 농산물품질관리법, 수산물품질관리법, 식품위생법 등으로 분리, 운영되어왔던 원산지 표시제도 관련 법령이 지난 2월 ‘농수산물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로 통합, 제정되었고 그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지난 8월 11일자로 공포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원산지 표시 제도는 커다란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의 경우 닭고기, 오리고기가 추가되었고 쌀, 배추김치를 취급하는 영업장 면적에 대한 예외조항이 삭제됨으로써 거의 모든 음식점이 표시의무 대상자가 되었다. 또한 배달치킨, 천일염 등 다소비 품목이 추가됨으로써 그 파급효과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통합법 제정과 표시대상의 확대 적용은 원산지 표시제도의 효율적 추진과 관리감독의 일원화라는 의미도 있지만, 높은 인지도와 함께 생산자, 소비자 모두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제도로서 국내산 농수산물의 수요 증가와 수입 감소 효과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에 따른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의 경우 제도 시행 전(2007년) 대비 시행 후(2009년) 표시대상품목의 수입량이 크게 감소(쇠고기 17%, 돼지고기 21%, 김치 40%)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경우 원산지 표시제도는 정부나 민간,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로부터 당연하고도 꼭 필요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원산지 표시 문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대립되는 ‘뜨거운 감자’다. CODEX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포장식품표시에관한일반규격’에서는 원산지(country of origin) 표시를 두 개의 조항만으로 간단히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 등 일부 회원국이 원산지 표시의 의무규정화와 가공품 원료에 대한 원산지 표시를 제안하였으나-이는 우리나라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다-대부분 국가들이 이에 강력히 반대함으로써 정식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산지 표시의 의무규정화를 반대하는 국가들은, 원산지 표시와 식품안전은 서로 관련성이 없고, 표시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으로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주며, 특히 가공품 원료의 원산지 표시는 다양한 원료를 사용해야 하는 가공품의 특성상 시행에 많은 어려움과 혼란이 발생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70% 이상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원산지가 식품안전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지적하는 추가비용 발생이나 제도 시행상의 어려움은 별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통합법 제정에 따른 원산지 표시 확대 시행을 계기로 우리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원산지 표시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한 소비자 신뢰 확보가 관건이지만 원산지를 판별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부 분석법들이 개발되어 있으나 가공식품의 경우는 이화학적 성질이 변하거나 여러 원료들과 혼합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따라서 원산지 판별은 대부분 영업장 장부나 서류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며 여기에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한다.

원산지라 함은 ‘농산물이나 수산물이 생산·채취·포획된 국가·지역이나 해역’으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정의에만 집착하여 원산지 표시제도를 운영할 경우 상당 부분의 원료를 다양한 수입선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수시로 변하는 원료 상황을 정확히 표시사항에 반영하는 것은, 중소업체의 경우는 더더구나, 쉬운 일이 아니며 정부가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국내산과 수입산을 동시에 표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혼란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원산지 표시제도의 핵심은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원산지 표시 위반사례의 거의 대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원산지 표시제도는 국내산 농수산물임을 강조하는 ‘강조표시제’의 개념으로 운영,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수입산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는 업체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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