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두 기관은 다른 입장에 처해 있다.
먼저 식약청은 중국산 김치에서 납이 검출됐다는 고경화 의원의 발표가 나오자 시중에서 유통되는 59개 제품(중국산 31, 국산 28)을 수거 검사했다. 자체 검사만으로 끝내지 않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 재검사를 하고 KAIST에서 결과에 대한 검증까지 받았다. 철저한 신뢰확보를 바탕으로 식약청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김치는 안전하다고 자신있게 발표할 수 있었다.
그같은 자신감은 지난 1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11일 국감에서는 김치문제와 관련해 예정에도 없던 김민영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이 증인으로 출석되고 여야 의원들은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하며 질의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미 감사의 중점은 식약청이 아닌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방법과 시료폐기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철저한 준비를 한 식약청의 판정승.
반면 해수부는 중국산 물고기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뒤, 국내산 양식 물고기를 조사한 결과 송어와 향어 양식장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곤경에 처했다.
게다가 말라카이트 그린의 사용을 해수부에서 권장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향어는 정식 양식장이 아닌 곳을 검사한 것과 식약청과 사전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언론의 융단폭격과 함께 양식어민들의 맹렬한 불만까지 쏟아지자 더욱 난감해 하고 있다.
덕분에 해수부는 전국 양식장에서 출하된 송어와 향어를 전량 수매해 폐기처분하는 부담을 져야만 했다.
하지만 아직도 양식어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그치지 않고 있고, 관련 음식점들도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한다.
식품안전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정확하게 대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100% 안전한 식품은 없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식품의 안전성문제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제기될 것이다.
이렇게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급하게 수습하려고 하면 반드시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평소에 위기상황을 대처하는 방법과 절차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는 등 위기관리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먹거리에 대해 안심할 수 있다.
식약청의 김치 관련 기자회견 후 한 기자 내뱉은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김치는 몰라도 물고기는 끝났어.”
이승현 기자 dream@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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