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슬로푸드만 드세요?
<월요논단>슬로푸드만 드세요?
  • 관리자
  • 승인 2010.09.0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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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김종덕 교수
필자가 슬로푸드에 대한 강의를 하거나 인터뷰를 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슬로푸드만 드세요?”이다.

물론 대답은 “아니오”이다. 우리의 먹을거리 환경으로 인해 슬로푸드만을 먹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패스트푸드를 재료, 조리과정, 맛이 표준화된 햄버거와 샌드위치, 각종 인스턴트식품에 국한하여 생각한다. 이들은 성장호르몬을 사용하여 사육 기간을 단축하여 생산한 돼지고기, 닭고기, 유전자 조작식품 등도 패스트푸드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후자까지 패스트푸드로 볼 때 현대음식의 90% 이상이 패스트푸드라고 말 할 수 있다. 이처럼 패스트푸드가 지배적인 세상에서 슬로푸드를 먹는 것은 매우 어렵고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오늘날 패스트푸드는 세계화되었다. 패스푸드업체의 대명사인 맥도날드사는 130여개가 넘는 국가에 진출해 있고, 이들 국가에서 거의 똑같은 맛의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 사육기간을 단축해서 단백질을 생산하는 공장형 사육도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 패스트푸드는 전 세계에서 비만, 질병, 환경오염, 가족관계 약화, 지역음식문화 소멸 등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패스트푸드가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을 야기하자, 그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슬로푸드 운동이 등장했다. 1986년에 이탈리아에 미국의 맥도날드가 진출하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은 현재 150여개 국가에 10만 여명의 회원을 가진 국제적인 운동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슬로푸드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회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번 9월 9일부터 13일까지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푸드 회장의 남양주 방문은 우리나라 슬로푸드 운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슬로푸드 운동은 처음에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대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산업형 농업, 속도 문명 등에 대한 반대와 생물 다양성 옹호, 음식다양성 지지, 미각교육 실시, 가족농 보호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슬로푸드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 아닌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알고, 지역 토양과 기후를 중시하는 가운데 생산이 이루어진 것이다. 슬로푸드는 또 자연의 방식대로 생산된 것이다. 사철과일이 아니라 제철과일, 양식된 생선이 아니라 자연산 생선, 양계장에서 키워진 닭이 아니라 자연에서 키운 닭이 슬로푸드이다. 슬로푸드의 대부분은 발효식품이다. 우리나라의 막걸리, 된장, 간장, 고추장, 각종 젓갈류, 청국장, 각종 김치 등은 모두 슬로푸드이다. 우리나라는 슬로푸드 강국이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간장이 화학간장으로 대체되고, 아이들이 된장국보다 햄버거나 피자 등을 선호하면서 우리의 전통음식에 대한 애호가 줄어들고 있다.

슬로푸드 강국의 위상을 다시 되찾는데 생산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더 중요하다. 소비자가 슬로푸드의 중요성을 깨닫고 슬로푸드를 적극적으로 찾게 되면 생산자들은 판매에 대한 걱정 없이 슬로푸드를 더 생산하게 된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음식에 대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음식은 맛과 향이 있으며 지역 농민에 의해 생산된 슬로푸드다. 지금은 패스트푸드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자신의 품위를 높이고 환경 보전과 미래 세대를 위해 슬로푸드의 비중을 점점 더 높여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러한 노력이 모아지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슬로푸드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소비자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의도적으로 글로벌푸드가 아닌 로컬푸드를 먹고, 로컬푸드 생산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슬로푸드를 먹을 뿐만 아니라 슬로라이프도 향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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