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업계, “안정적인 공급 위해 관세율 낮춰야”
매년 맥주 수입량이 늘고 있지만 수입맥주를 취급하는 세계맥주주점 시장이 커지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맥주를 요구하고 있지만 맥주 수입에 따른 관세 등이 수입맥주 가격 인상을 주도하고 있어 세계맥주주점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세청의 주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03년 연간 2만700t이었던 맥주 수입량은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 3만8천t으로 83.5%나 늘었다. 이는 액수로는 6년 사이 2022만3천달러나 커진 것.
세계맥주주점 FC 10곳도 안 돼
이처럼 수입맥주 소비가 늘면서 수입맥주를 취급하는 주점은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1~2가지 수입맥주를 취급할 뿐 5가지 이상의 수입맥주를 취급하는 전문 주점이 많지 않다. 세계맥주점이 처음 시장에 나타난 2000년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세계맥주주점을 표방하는 곳은 주점 프랜차이즈 중 브랜드가 10개가 채 안 된다. 또 개인주점 중 세계맥주주점으로 운영되는 곳을 찾기는 더 어렵다.
주점 프랜차이즈 업체 등 법인사업자들이 세계맥주주점 시장을 선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수입맥주의 공급가격이 국산 맥주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주점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공동구매 등으로 구매단가를 끌어내리기 전까지 350㏄ 수입 병맥주 한병이 1만5천원 가량에 판매됐다. 현재 6천~1만원 안팎에 판매가격이 형성되고 있지만 이 가격은 하이트, 오비 등 국내 맥주 제조사의 제품보다 여전히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2009년 기준으로 직영점 11곳을 포함해 총 236곳의 매장을 보유중인 세계맥주주점 와바는 해외의 맥주 제조사들과의 직거래를 통해 유통단계를 줄임으로써 수입맥주의 가격을 안정화시키고 있다. 와바처럼 거래량이 충분치 않을 경우 수입맥주의 판매가격을 시중가격보다 떨어뜨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주점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호가든, 하이네켄, 밀러, 산미구엘 등 인기가 높은 수입맥주의 공급가격을 낮추는 것이 세계맥주주점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역량으로 꼽히고 있다.
와바를 운영하는 인토외식산업 관계자는 “10여년간 세계맥주주점에서 1등 브랜드로 자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수입맥주 공급능력이었다”며 “시중 유통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하려면 100여개 이상의 가맹점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세율 현행 10분의 1로 낮춰야
세계맥주주점 시장에 진출하려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수입맥주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관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주변국들과 비교해 10배나 높은 우리나라의 수입주류에 대한 관세율은 세계맥주주점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주점 업계의 분석이다.
수입주류에 대한 세금을 보면 홍콩은 현재 관세가 없으며, 일본은 20%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나 된다. 따라서 현행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수입맥주 가격이 국산맥주의 2배 이상인데도 주점 프랜차이즈 업계가 수입맥주를 취급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맥주를 주로 취급하는 호프 등의 주점업계는 수년새 음식의 품질, 맛 등을 강화해 차별화에 나섰지만 고객의 발길을 끌어오는 데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외식 소비가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맞고 있는데다가 다양한 먹을거리가 개발돼 소비자들의 선택이 폭이 넓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전통적으로 식사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삼겹살집 등의 고깃집에 고객을 빼앗긴 영향도 크다.
이에 따라 안주 메뉴 강화로 돌파구를 찾으려던 주점업계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안주에 더해 맥주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는 것.
고무적인 것은 미국산으로 집중되던 수입맥주 시장이 국가별로 다변화되는 점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미국산이 주도하던 국내 수입맥주 시장은 최근 5년 사이 네덜란드(23.3%), 미국(18.7%), 일본(18.6%) 등으로 삼분되고 있다.
특정 국가 수입맥주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수입맥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점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숨통이 트였다.
주점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처럼 수입맥주에 거는 기대가 큰데다 최근 국내에 시장 개방화 물결이 일고 있어 수입맥주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점 프랜차이즈 업계의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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