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덕에 웃고 울고'…불고기 변천사
'국물 덕에 웃고 울고'…불고기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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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9.27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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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대표음식, 88올림픽 이후 내리막길
숯불형→육수형 전환 뒤 몰락…삼겹살에 역전 수모
불고기처럼 이름에 비해 실속이 없는 사례도 흔하지 않다.

김치와 함께 외국에서 한국 대표음식으로 꼽히지만 정작 국내 식당가에서는 삼겹살이나 등심보다 훨씬 인기가 없다.

30∼40년 전만 해도 이견 없는 '국민 별미'였던 불고기는 어떻게 몰락의 길을 걷게 됐을까.

이화여대에서 지난달 식품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규진(42ㆍ여ㆍ미국 뉴욕시립대 연구원)씨는 '근대 이후 100년간 한국 육류구이 문화의 변화'란 학위 논문에서 불고기의 변천사를 추적했다.

27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논문에 따르면 불고기의 영락을 좌우한 계기는 '국물의 등장'이다.

불고기는 원래 전신인 '너비아니'처럼 쇠고기를 간장과 같은 양념에 재워 숯불 석쇠 등에 구워먹는 형태였지만 6ㆍ25전쟁 이후 조리방법이 바뀌었다.

제한된 쇠고기 공급량보다 수요가 폭증하자 고기를 채소와 함께 달콤한 양념 국물에 전골처럼 끓여 먹는 '육수형' 불고기가 고안된 것.

이 방식은 소량의 저급 고기로도 쉽게 만들 수 있어 1970∼1980년대 불고기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시대가 바뀌자 인기하락을 부채질한 '양날의 칼'이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평균소득이 높아진 고객 사이에 고기 자체의 맛을 즐기는 성향이 퍼져 주물럭이나 삼겹살 등이 불고기의 대체 음식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삼겹살은 1997년 외환위기 불황과 2001년 광우병 파동을 거치며 저렴한 가격과 안전성을 갖춘 고기구이 대표로 불고기를 완전히 추월했다.

그래도 불고기의 명맥이 끊기지는 않았다.

1990년 이후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불고기버거'가 등장했고 국물 없이 석쇠구이의 맛을 강조한 고급형 불고기에 대한 관심이 커져 언양ㆍ봉계ㆍ광양식 불고기 등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전통적인 느낌과 달리 불고기란 단어는 순전히 20세기 산물이다. 고려시대에는 설하멱(雪下覓ㆍ눈 오는 날 찾는 요리라는 뜻)이나 설야멱(雪夜覓), 조선시대에는 너비아니로 불렸다.

불고기는 1945년 광복 이전에는 평안도에서만 쓰던 방언이었다가 분단을 전후로 이 지역 주민이 남한으로 대거 이주하며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어사전에는 1950년(큰사전 3권)에야 처음 등장했다.

논문 저자 이씨는 "불고기가 일본에 '야키니쿠'로 전파되고 미국에서는 '타코(Tacoㆍ멕시코 요리의 일종)'에 응용되는 등 글로벌 메뉴로 발전하는 만큼 이 음식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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