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식사하셨습니까?
<외경시론>식사하셨습니까?
  • 관리자
  • 승인 2010.10.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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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교수/푸드컬처리스트
세계 각국마다 다양한 인사말이 있는데 대부분이 건강이나 일과 같은 개인 신상에 대한 안부를 묻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중요하게 여쭙는 안부인사가 두 가지 있는데 그 첫째로 아침에 드리는 인사로 밤새 안녕하셨는가를 물었다. 편안한 잠자리 여부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연로하신 어른들의 무사안위를 염려하는 뜻에서 드리는 인사였다. 그 다음에는 어느 때를 막론하고 드릴 수 있는 인사가 바로 ‘식사하셨습니까?’이다. 건강을 챙기자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보리 고개’ 등의 어려운 시절을 겪다보니 하루 세끼 밥을 먹기 어려운 형편에 상대방을 염려해서 하는 인사였다.

예전에 비해 월등히 나아진 경제여건 속이라면 이제는 식사에 대한 인사는 사라질 법도 한데 아직도 식사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한 듯하다. 끼니때가 지나서 만난 지인에게 식사 안부를 묻는 인사를 건넨다. 아마도 정에 겨운 민족이기에 그런 훈훈한 정서가 남아 있는 듯하다. 부모들이 자식에게 당부하는 말의 대부분이 ‘밥 잘 먹고 다녀라’인걸 보면 우리가 생명을 부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 식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인들과의 대화에서도 마지막에는 항상 ‘언제 밥 한번 먹지’라는 인사를 건넨다. 저녁에 벌어지는 회식자리에는 음주가 상당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집에는 ‘밥 먹는다’라고만 전한다. 밥 먹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것이고 과다한 음주는 해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이처럼 식사를 목숨과 동일시하는 정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일상에서는 소중한 음식행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식사의 정의

식사(食事)라는 한자의 뜻을 풀이하면 ‘먹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가장 잘 나타내던 단어가 ‘빨리 빨리’였던 시절이 있다. 아직도 그런 정서가 남아 있기도 하지만 과거 전후시대에는 조속한 재건과 경제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일에 대한 속도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식사하는 과정에서도 흔히 엿볼 수 있다. 특히 점심시간에 근로자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음식을 먹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주한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고 마치 경쟁을 하듯 서둘러 식사를 마친다.

최근 모 의료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도시 직장인들의 평균 식사시간은 20분 미만이며 한식을 선호하지만 일부에서는 간편한 빵, 생선초밥, 쿠키 등으로 점심식사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는 영양 제공을 통한 생명 유지의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기호적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체 건강과 직결되는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예방의학 차원에서도 그 중요성이 높다. 우리 몸에 발병이 되면 그 치료를 통해 회복을 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방차원의 식사에 필요한 노력과 시간은 충분히 확보돼야만 한다. 그러나 하루에 한 끼 이상을 외식활동에 의존하는 현대인들은 혼자서 먹지 않는 한 ‘5분 대기조’와 같은 식사 패턴에 자기 몸을 돌볼 여유를 빼앗기고 만다.

우리 음식의 정체성, 생명의 교육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담당의사의 처방을 간절하게 받아들인다. ‘약 먹는 동안 밀가루 먹지 마세요’라고 하면 그 좋아하던 라면도 군침만 삼키고 외면한다. 하지만 발병하기 전까지는 마치 인체실험이라도 하듯이 몸에 좋지 않은 식품들과 과식을 일삼는다. 그래서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파봐야 건강 소중한 걸 알지’ 혹은 ‘사후약방문’이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식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면서 나도 모르게 터득한 음식습관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음식생활 환경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당장 내 자신과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서둘러 먹게 되는 음식환경을 돌려놓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단순하게 이론적인 교육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 내용을 몰라도 천천히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는 작업이 왜 필요한 것인지 공감해야 한다. 그 후에 건강한 식사에 필요한 물리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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