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농업 없이 음식 없다
<월요논단>농업 없이 음식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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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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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김종덕 교수
땀의 결실을 수확하는 계절이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한 농민은 학비 때문에 아이들이 대학가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많지만 농사를 생업으로 시작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우리의 농업은 어떻게 될까? 그때도 농업과 농민들이 있을까?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대안 먹을거리 운동단체인 슬로푸드의 창시자이며, 국제 슬로푸드본부를 25년간 이끌어 온 카를로 페트리니 회장(Carlo Petrini)이 ‘2010 슬로푸드 대회’에 참석차 우리나라에 왔다가 지난 9월 9일 고려대학교에서 농업의 중요성, 농민의 소중함에 대한 감동적인 내용의 특강을 했다.

그의 연설요지는 다음과 같다.

“농민 없는 미래를 생각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휴대폰을 먹고 살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우리에게는 쌀과 채소와 과일이 필요합니다. 요리에만 관심 있고 농업에 관심이 없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농업에 대해 얘기 않고 음식만 얘기하는 것은 음식 포르노입니다. 농업과 음식은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농업 없이 음식이 없습니다.

우리는 농민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글로벌 식품을 사지 마시고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십시오. 농민은 뒤떨어진 사람이 아닙니다. 지혜가 있습니다. 자연을 아는 사람입니다. 생물학적 다양성을 아는 사람입니다. 농민은 책을 읽지는 않지만 작물을 읽고 계절을 읽고 자연을 읽습니다. 농민은 지혜롭습니다. 농민이야말로 교수입니다. 농민으로부터 배우십시오. 농민들에게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들의 지혜를 배우십시오. 그들을 존경하십시오. 이게 가장 현대적입니다.

발전이 자동차 컴퓨터 전화 등 하이 테크놀로지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농민은 가난한 사람에 한정되고 있습니다. 싸다고 하여 밖에서 음식을 찾는 것은 모순입니다. 한국은 많은 음식을 중국에서 수입합니다. 중국에서 싼 값으로 대량으로 농산물을 수입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발전할 것입니다. 중국에서도 자동차 휴대폰을 생산할 것입니다. 중국도 유기농을 원할 것입니다. 그러면 중국에서도 농산물 가격이 올라갈 것입니다. 그때 한국의 농업은 없을 것입니다.

모든 나라가 자신의 농업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지역이 지역 농업을 가져야 합니다. 농업을 망각하는 나라는 가난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한국의 농업을 만듭시다. 젊은이에게 음식의 중요성을 설명합시다. 좋은 음식에 약간의 돈을 더 씁시다. 그 돈이 나쁜 음식으로 인한 병 치료에 드는 약값을 절약합니다. 그 돈으로 젊은 농민을 도와줍시다. 한국의 농민을 도와줍시다. 농민에게 저축하십시오. 10명의 도시 소비자가 1명의 젊은 농민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농민이 되고 싶어도 땅값이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냅니다. 그러므로 10명의 도시 소비자가 땅을 사서 한 사람에게 농사짓게 해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먼저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정치는 우리가 시작한 다음에야 뒤따라옵니다.”

농업의 중요성과 농민의 소중함을 역설한 후 200명 정도 학생들에게 농사를 지을 용의가 있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자 2명이 손을 들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한명도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이번 배추 가격 파동은 카를로 페트리니가 지적한대로 ‘농업 없이 음식 없다’는 것을 여실이 보여준 사건이다. 이번에 배추가 문제가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다른 농산물이 문제될 소지는 항상 있다. 이번 배추파동을 계기로 농업의 중요성, 농민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
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배추파동을 기후 등 몇 가지 요인이 겹쳐서 생긴 일로 치부해버리고 넘어가면 다음에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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