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불량 식자재 무엇이 문제인가
학교급식 불량 식자재 무엇이 문제인가
  • 김병조
  • 승인 2006.04.13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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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마저 이러니 누굴 믿겠나”

수협을 비롯한 19개 대형 수산물유통업체들이 수입산 수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학교급식 등에 납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교급식 식자재 유통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학교급식 식자재 유통과 관련된 비리 및 불법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믿을만하다고 생각했던 수협마저 국민들을 배신했으니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 아닐 수 없다. 불량 수산물 납품 사건을 계기로 학교급식 식자재 유통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집중 조명해 본다.

국산-수입산 가격차 커 낮은 급식단가론 해결 못해

학교급식 식자재 유통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식자재의 질적 수준과 원산지 둔갑이다. 원산지가 수입산이라고 해서 모두 저질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수입산이 국산 식자재에 비하면 질적 수준이 낮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학교당국이나 학부모들은 질 높은 국산을 요구하고 있는데, 납품업체들은 두세 가지 이유로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불법과 비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한 가지 이유는 급식단가이다. 현재 대부분이 위탁급식인 서울지역 중고등학교의 경우 평균 급식단가가 2300원 안팎이다. 급식비에서 식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을 65%로 권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값비싼 국산 식자재를 사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자가 2004년 10월에 국내 대표적인 식자재 유통 대기업 3사(CJ푸드시스템, 신세계푸드, 아워홈)의 단체급식 식자재 납품단가표를 입수, 분석한 결과 국산과 수입산 식자재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서너 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표 참조>. 2006년 현재 시점에서 볼 때도 다소의 단가 차이는 있겠지만 국산과 수입의 가격차이는 비슷한 수준이다.

학교급식에서 주로 많이 사용하거나 비용 측면에서 비중이 높은 품목들을 보면 우선 곡물의 경우 쌀을 제외한 잡곡류는 단가면에서 사실상 국산을 사용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콩과 팥의 경우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이 서너 배 차이가 있고 수수와 차조, 기장의 경우 무려 10배에서 20배가량 차이가 난다. 육류의 경우 돼지고기는 국산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지만 쇠고기는 수입산과 국내산(육우)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육류 유통전문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경우 80% 정도의 학교가 육우를 사용하고 있고 순수한 한우를 사용하는 학교는 1%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수입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우와 수입산의 가격차도 평균 세 배정도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가입찰제 방식 납품단가 결정이 저질 부추겨

이런 현실에서 식자재 유통 업체들이 수입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 최저가입찰제다. 현재와 같은 최저가입찰제 방식의 식자재 납품단가 결정과 이에 따라 책정되는 낮은 급식단가로는 우수한 국산 식자재 사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학교급식에서 우리농산물 사용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한 통계수치가 없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영급식에서는 97%, 위탁에서는 91%의 국내산 농수축산물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의 급식단가를 감안하면 대부분 학교에서 사용하는 식자재의 절반가량은 수입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실이 그렇다면 식자재의 전량을 국산으로 대체할 경우에는 급식단가가 최소한 지금보다는 30% 이상은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산 수급불균형도 문제, 수산물은 거의 대부분 수입산

학교급식에서 수입산 식자재가 유통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국산 식자재의 수급문제다. 우리농산물의 생산량은 전체 소비량의 24%정도에 불과하다. 그것도 쌀을 제외하고 나면 훨씬 낮은 수치다. 특히 학교의 급식이 3월에서 12월까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3월과 4월, 11월과 12일에는 우리농산물의 생산이 어려워 원활한 공급조차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수산물 등 일부 품목은 국내에서 생산자체가 되지 않는 식자재도 적지 않다. 국내 대형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수산물의 경우 오징어와 미꾸라지 정도를 제외하고는 단체급식 납품 견적에 아예 취급 자체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국내 유통 수산물 중에 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5%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국가공인 식자재 유통 전문회사 육성 절실

학교급식에서 저질 식자재 유통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최저가입찰 방식의 철폐와 급식단가 현실화 등의 제도적 보완이 우선이다. 또 영양사와 조리사 등 담당자의 식자재 검수능력 향상 등 기술적인 지도 교육도 시급한 해결과제다. 그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수입산의 국산 둔갑 등의 유통비리를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장기적 과제로 정부가 학교급식 식자재 제조 및 유통 전문회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또는 우수한 식자재 사용과 HACCP 적용 등의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시설과 조건을 갖춘 업체를 국가가 공인업체로 지정한 뒤 학교에서는 국가가 공인한 식자재 제조 및 유통업체만을 상대로 납품 견적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국가공인 업체가 생산자와의 계약재배 및 직거래를 통한 유통경로 단축으로 급식재료의 안정적인 조달과 비용절감이 이뤄지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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