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 신정규 소장
우리는 예부터 많은 음식을 먹어 왔다. 그리고 우리가 먹어 온 음식에는 우리의 숨결과 우리의 마음, 그리고 우리의 생각이 함께 있다. 세계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음식에는 문화가 있고 습관이 있다.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예부터 먹어왔던 음식들을 표준화하고 가공기술을 통해 상품화하고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정부는 ‘한식 세계화’라는 목표 하에 우리의 음식을 세계 속에 내 놓고,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게 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한식 세계화의 기치를 내 걸면서 언급되는 것이 우리의 음식을 수출할 국가의 국민들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먹는지, 즉 그들의 식문화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이 먹는 음식, 고르는 식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님으로부터 그 부모님의 그 위의 부모님부터 먹어 오던 것을 물려받으면서 수백 수천 년을 내려온 문화가 녹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 우리의 음식, 즉 이방민족의 음식이나 식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식문화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식문화가 함께 이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대한 식문화의 연구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문화에 대한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니 거의가 아니라 정부기관, 공공기관 그리고 민간 기관을 통틀어도 제대로 된 연구를 하고 있는 기관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을 보면 농촌진흥청, 한국식품연구원, 한국관광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국제교류재단, Kotra, 한식재단 등이 있으나 일부의 업무로 식문화 전파, 한식 세계화 기술 개발, 단 품목의 세계화 연구 등을 다루고 있을 뿐이고 식문화의 체계적 연구는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궁중음식 연구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N사의 음식문화원, P사의 식문화 연구원 등의 민간 기관은 전래의 음식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우리의 음식문화를 내외국인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는 있으나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이다.
'스시‘라는 음식을 세계화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일본식당해외보급추진기구(JRO),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등을 통해 일식을 세계에 보급하기 위한 체계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정부기관 내에 일본 식문화의 보급을 위한 식문화연구추진회를 구성하여 일본 식문화의 개념 구축, 식문화 보급에 대한 과제, 종합적 식문화 연구를 하고 이를 통해 일본 식문화의 기준서 작성, 외국인 셰프 실무 연수, 대학에 관련학과의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일본산 식자재의 수출 촉진, 식품수출확대, 식품수출 종사자에게 실천적 참고지침 제공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리고 민간에서도 K국제식문화연구센터, A식문화센터 등의 운영을 통해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식문화에 대한 자료수집 및 연구를 통해 자국 식품의 현지화와 수출 확대를 이루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앞서 말했듯이 식문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기관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익산에 세워질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초기 계획에 식문화 및 식생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식품 수출 확대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식문화 연구소의 설립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몇 번의 타당성 평가를 거치면서 식문화 연구소의 역할과 운영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그 계획이 유보되었다.
식문화 연구의 직접적인 경제성을 평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연구 프로젝트의 수행을 통해 자립성을 갖춘다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식품의 수출확대, 우리 음식의 확대 보급 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다.
이러한 필요성을 본다면 공공성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국가 식품클러스터 내에 식문화 연구소의 설립 여부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국내외의 식문화의 연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수출을 통한 식품산업의 진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공성을 가진 식문화 연구 기관의 설립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식문화에 대한 연구는 꼭 필요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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