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먹을거리의 자가 생산
<월요논단>먹을거리의 자가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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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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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김종덕 교수
보통 먹을거리는 농어민, 축산인, 어민 등이 생산한다. 반면에 도시민들은 먹을거리를 소비한다. 현대에는 먹을거리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어 있다. 산업화 이전의 시대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을거리의 생산자이자 동시에 소비자였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생겨나고 도시가 발전하면서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생산하게 되었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소비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분업, 즉 먹을거리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분리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먹을거리의 생산자와 소비자는 분리는 많은 문제를 낳았다. 현대 음식의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을거리 생산자와 소비자 중간에 막강한 힘을 가진 유통 업자나 식품업체가 등장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에 종속되었고, 그 결과 먹을거리를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또 먹을거리가 소비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생산과정이 소비자에게 숨겨지고, 장거리 수송으로 식품안전 등에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도시에서 도시민들에 의한 먹을거리의 자가 생산이다. 조사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시민들의 56%가 자기 먹을거리의 일부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의도적인 산물이다. 밴쿠버 시정부는 시민들에게 개인화단에 꽃이나 나무 대신 채소나 과일나무를 심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밭이 없는 시민들에게는 공동체 텃밭(community garden)을 만들어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해준다. 또 시민들이 간단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영농을 교육하거나 지도해준다.

먹을거리의 자가 생산은 여러 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안전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다. 현대 도시민들에게 공급되는 먹을거리의 대부분은 생산자가 멀리 떨어져있고, 생산과정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신선도가 떨어지고, 식품안전에도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자기가 직접 키우는 먹을거리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둘째, 소규모이지만, 영농에 종사함으로써 소일거리를 찾을 수 있고, 가정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농사를 짓는 농민들을 이해할 수 있다.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일반 농사와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정서면에서 특히 자녀들의 인성교육면에서 긍정적이다. 영농을 통해 자녀들은 생명의 소중함, 먹을거리의 소중함, 노동의 가치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은 암기위주의 입시교육보다 훨씬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먹을거리 자가 생산은 우리나라처럼 땅이 좁은 경우에 실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의지를 가지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꼭 농사를 짓지 않더라고 에서 김치를 담가 먹고 콩나물을 키워 먹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노력만 하면 집에서 메주를 쑤고, 띄워서 간장과 된장을 만들 수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상추와 파를 키워서 먹을 수도 있다.

아파트에 사는 경우 아파트 옥상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집주변에서 공터를 찾을 수도 있다. 사실 4인 가족에게 필요한 텃밭은 2평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근래 들어서는 농촌에서 도시로 편입된 땅의 경우 휴경지도 눈에 띤다. 또 지자체나 농협 등이 주말 농장 등을 분양하고, 농사짓는 것을 장려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기회들을 활용하면 우리나라 도시민들도 자기의 먹을거리를 자기가 생산할 수 있다.

또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도시의 주부들 중심으로 소비자 연합 등을 만들어 농촌에서 안전하고 믿을 만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나서는 것도 우리가 먹을거리를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좌우하는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해서 먹는 경험을 자녀들과 더불어 해 볼 것을 적극 권한다. 자신은 물론 아이들이 바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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