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한식세계화의 오해와 외식기업의 방향
<월요논단>한식세계화의 오해와 외식기업의 방향
  • 관리자
  • 승인 2010.11.12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퍼듀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장수청 교수
현 정부 들어 국가차원에서의 한식 세계화를 위한 움직임이 어느 때 보다 활발하다.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의문은 ‘한식 세계화를 실행하는 주체는 누구일까’이다. 정부인가? 혹 우리는 정부가 주체가 되어서 열심히 하면 한식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것은 오해이다.

한식세계화에서 정부의 역할은 직접 한식당을 만들어 해외로 진출하는 주체가 아니라, 외식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하고,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즉 해외에 진출해 한식을 판매하는 주체는 외식기업이다. 특히 해외에 대규모 진출 시 필요한 효과적 주체는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형 외식업체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 프로젝트에 이들 기업 형 외식업체를 지원하기위한 것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까.

사실 외식업체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간단한 시장정보부터 사업모델에 기르기까지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기초자료도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담당자들도 사업 주체에 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또 하나의 오해는 한식세계화의 대상이 누구인지에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식세계화는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소비자가 그 대상이다. 그러나 많은 한식전문가 조차 외국소비자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에서 한국음식과 그 시장성을 평가하는 오류를 쉽게 범하곤 한다. 수년전 필자가 미국인 동료 교수들을 연초에 집으로 초대해 한국의 음식문화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떡국에 대해 ‘맛있다’ 또는 ‘훌륭하다’는 말 대신 ‘껌 스프’냐고 묻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 끈끈한 것을 삼키는 것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끈적하고 느낌이 이상한 스프라는 것이다. 이는 다른 문화에서 사는 소비자의 기호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예라고 하겠다. 한식 세계화와 관련 우리가 맛있으면 외국인도 좋아 하겠지 하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해외에 한식당을 오픈하게 되는 외식업체가 갖는 오해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한식당 개업을 몇몇 지역에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한식당의 상당수가 교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LA, 뉴욕, 워싱턴 DC, 시카고 등에 집중되어 있다. 교포들이 많이 거주해서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실상은 과당경쟁의 단계에까지 와 있는 곳이 많이 존재 한다. 반면 사업이 잘되는 교포 2세들의 한식당을 보면 기존 한식당의 위치와는 전혀 다르게 백인 밀집지역에 미국식당과 경쟁하며 영업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즉, 사업의 방향과 사업체의 위치도 현지인 중심의 사고를 할 때 현지인 소비자를 더 많이 끌어 들일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오해는 조리법에도 있다. 외식기업들은 한국에서 쓰는 전통 조리방식을 잘 지킨 음식을 해외에 소개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진정한 한식의 맛을 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한식의 복잡한 조리법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주방에서 일하는 외국인 요리사가 제대로 된 한식의 맛을 내는 것도 어렵지만,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져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조리법을 단순화한 한식을 지향해야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고, 사업도 오래유지 되어, 한식 세계화에도 일조 하게 될 것이다.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들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오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끼리 일하면서 현지 소비자의 기호를 우리식으로 상상하는 오해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해외 현지에서 한식을 소비할 주체는 현지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메뉴의 기획 단계부터 현지에 가서 현지의 식재료로 현지 소비자의 선호를 고려하여 사업을 기획하고, 서비스 측면도 현지 기준을 충족시키는 현지중심 사업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하겠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제는 한식 세계화에 대한 많은 오해에서 벗어나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해외 현지 시장과 소비자에 진심으로 눈과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 아닐까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