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통계청의 이번 발표내용 중 전체 투자금액 500만원을 가지고 자영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가장 많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500만원을 가지고 자영업 중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 500만원에 비해 5천만원은 엄청난 금액이기는 하지만 임대료를 비롯하여 점포 인테리어와 각종 기물비용 등 사소한 소요비용까지 추정한다면 5천만원으로 자영업 중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런 적은 비용으로 인해 제한된 아이템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도저히 창업을 할 수 없는 최악의 조건의 입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창업시부터 자금 압박으로 인해 경영이 악화되고 결국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폐업에 이르는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통계조사를 보면 음식ㆍ숙박업 자영업자의 41.6%는 창업 후 5년 이내에 폐업하고 있었다. 전체 자영업자의 영업기간 평균이 9년6개월, 음식ㆍ숙박업의 경우 7년2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자영업자가 평균만큼도 영업을 하지 못했던 셈이다. 또 30년 이상 영업하는 곳은 자영업자 전체에서는 3.6%였고, 음식ㆍ숙박업은 2.2%에 머무는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자영업자들의 전반적인 소자본 창업화가 결과적으로 단명의 원인이 되고 있다.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선호되는 배달치킨전문점을 창업하는데도 점포임차비용을 포함하여 적어도 1억원 정도의 비용이 투자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5천만원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손꼽을 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가맹계약 부진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창업을 원하는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내려고 하지만 적은 투자비용에 적합한 아이템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창업자금이나 사채를 얻어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한다는 것인데 창업 시부터 자금압박을 받는가 하면 높은 이자 부담을 안고 시작한다는 것은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니다. 자영업 창업 시 전체 투자금액에서 부채는 결코 30%를 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왜냐하면 높은 이자를 충당하며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말 뿐인 ‘자영업 활성화 정책’
최근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내용 그대로 자영업자 중 월 평균 100만원 이하의 수입을 올리는 경우가 30.8%, 적자 혹은 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도 26.8%나 된다는 것은 결국 창업 시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 탓’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정부가 소자본 창업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컨설팅을 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도 끝없는 추락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자영업자들이 창업 직후 경영난을 겪기 쉬운 초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세금을 경감해주는 세제혜택 지원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이런 사소한 지원을 통해서는 도저히 자영업들을 구제할 수 없다. 따라서 소자본 창업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으며 자영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 역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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