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싸고 질 좋으면 다 좋나?
치킨, 싸고 질 좋으면 다 좋나?
  • 신원철
  • 승인 2010.12.17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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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중단을 요구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항의시위가 지난주 방송과 뉴스를 장식했다면, 최근에는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 중단에 반발한 소비자들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폭리로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치킨 가맹점주들이 대형마트의 가격파괴 치킨 출시를 반대하는 이면에는 경기가 어려운 이때 생계형 외식업종을 보호해 서민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이에 대부분 여론도 롯데마트보다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민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일부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치킨과 비교해 가격이 1/3에 불과했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으로 소비자들의 치킨에 대한 심리적 가격기준이 크게 내려간 결과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는 치킨의 원가분석 자료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에 올린 치킨 원가분석 자료 중에는 객관성을 잃고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만 반영한 것들이 있어 우려된다.

소비자들은 생닭을 구매해 밀가루 옻을 입혀 기름에 튀기는 비용만을 계산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스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데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을 굳이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의문들이다. 문제는 최근 불거진 치킨가격 폭리논란으로 유독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만 이처럼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점이다.

식품ㆍ외식업계, 유통업계를 막론하고 업체들은 식품안전에 날로 까다로워지는 소비 트렌드로 품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이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어 마케팅비용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의 치킨을 제치고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단기간에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한 것도 그만큼 롯데마트가 홍보마케팅에 투자한 결과다.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CF 광고, 드라마 PPL 광고 등에 앞다퉈 나서고 있지만 TV를 켜면 여전히 대기업의 제품광고를 만나기가 더 쉽다. 당연히 대기업의 제품에도 마케팅비용의 일정 부분이 판매가격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소상공인인 가맹점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기업의 수익까지 내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은 원료로 치킨을 만들어도 대형마트보다 판매가격이 비싸기 일쑤다.

소비자로서는 대형마트의 자본력을 앞세운 가격파괴 외식 메뉴가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시장을 장악해 경쟁자가 모두 사라진다면 그때에도 대형마트가 지금처럼 충분한 수익을 포기하면서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뛰어난 외식 메뉴를 판매할지 의문이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때 싸고 질 좋은 통큰치킨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소비자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특정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기보다 적정 수준의 경쟁이 유지되는 것이 소비자에게 장기적으로 더 이익이 될 수 있다.

소비자를 위해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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