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50억 짜리 명품 한식당의 덫
뉴욕 50억 짜리 명품 한식당의 덫
  • 관리자
  • 승인 2010.12.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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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 나정기 교수
한식세계화가 궁금하여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창에 ‘한식’이라 입력했더니 한식재단, 한식 세계화 예산, 한식 세계화 등이라는 검색어가 떴다. 호기심에 ‘한식 세계화 예산’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해 보았더니 “세계화는 영부인 말고 문광부가 맡아라. 교촌 치킨이 한식당? 한식 세계화 지원 논란. 여야, 한식 세계화 한 목소리 질타. 한식 세계화 엉터리. 한식 세계화 예산 실효성 있나?” 등등 한식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로 꽉 차 있었다.

필자는 한식 세계화 사업은 정한 길을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거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 왜냐하면 한식 세계화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식세계화 추진단들의 의견들이 반영되어 ‘한식 세계화 추진방향 및 정책과제’가 만들어졌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식세계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영부인께서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이 되어주셨고, ‘한식 세계화 2009 국제심포지엄’에 직접 참석 환영사를 통해 한식세계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방침도 밝혔으며, 국민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대통령국정운영에 조언을 하는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도 한식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사업이라고 훈수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장에서 앞치마를 두룬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꼬치요리를 구워 대접하는 모습에서도 대통령의 한식세계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으며,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국빈들에게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영부인의 열정에서도 한식 세계화의 중요성과 막강한 지원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식 세계화는 추진방향에 따라 정책과제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한식의 세계화라는 나무에서 작은 열매가 맺기 시작한다는데, 그리고 매년 그 열매는 많아지고 질도 좋아진다는데도 여기저기서 ‘한식의 세계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동이 쉽게 제어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한식 세계화’의 투입과 산출비로 평가되는 성과를 정성적이 아니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추진한 대부분의 사업들은 정량적으로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사업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사업들은 어디에 한식이라는 나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열매가 열리며, 문제점들은 무엇인가? 그리고 한식이라는 나무 중 어떤 나무를 어디에 어떻게 심어야 좋은 열매를 딸 수 있을까 등과 같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준비 작업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만 없다면 한식 세계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비쳐도 목에 힘을 주고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라고 큰 소리 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뉴욕 한식당 50억 원이라는 덫에 ‘한식 세계화’가 걸려들었다. 이 덫은 두고두고 한식세계화에 골칫거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50억 원이라는 덫은 더 큰 문제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는 뉴욕에 명품 한식당이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과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식의 세계화에 관심을 가진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뉴욕의 명품 한식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뉴욕에서 한식당을 경영하는 교민들의 저항의 문제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명품 한식당을 출입할 대부분의 고객들은 현지인들 보다는 지금 뉴욕의 한식당을 선호하는 교민과 뉴욕을 방문하는 다양한 유형의 한국 사람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식당 운영에 대한 성과이다. 한식세계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식당이 영업을 시작하는 날부터 영업이 얼마나 잘되는가를 수치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런 학습경험도 없고, 운영 주체도 뚜렷하지 않은 명품 한식당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이때는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그 때는 나무를 심자마자 열매가 맺기를 기다리는 조급한 사람들의 성화라고 성토할 수도 없다. 오직 성과만이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되는데, 50억 원짜리 뉴욕 한식당이 대박이 날까? 그래도 대박이 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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