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 ‘한식당’의 귀환
<외경시론> ‘한식당’의 귀환
  • 관리자
  • 승인 2011.01.07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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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지식재산공학과 겸임교수 이성우
G20정상회의 계기로 호텔 한식당 리뉴얼 바람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자취를 감춰가던 ‘한식당’이 다시 화려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서울시내 특급호텔에서 한식당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는데, 그 원인으로는 조리과정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재료비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고,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식당은 한식 특유의 향이 특급호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누명을 쓰고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받다가 하나둘씩 양식당이나 중식당, 일식당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최근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99년 밀레니엄서울힐튼의 한식당 ‘수라’를 시작으로 2005년 신라호텔의 ‘서라벌’, 웨스틴조선호텔의 ‘셔블’,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의 ‘한가위’ 등이 줄줄이 간판을 내렸고, 현재 서울의 특1급 호텔 19곳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롯데호텔의 ‘무궁화’, 워커힐호텔의 ‘온달’, 르네상스호텔의 ‘사비루’, 메이필드호텔의 ‘낙원’ 등 4곳에 불과하다.

반면에 양식당은 17개, 일식당은 16개, 중식당은 15개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 유명 호텔에서 한식당이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은 한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세계시장 진출을 외치는 이들에게 자괴감과 깊은 상심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주위에서 ‘국내에서도 외면 받는데 어떻게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길 기대하느냐’는 비아냥거리는 말을 들었을 때 의기소침해지곤 했다.

한식 세계화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외국인에게 한식을 알리려면 특1급 호텔에 한식당을 두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호텔들을 위한 뚜렷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아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G20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롯데호텔과 쉐라톤워커힐호텔 등의 초특급 호텔들이 드디어 한식당을 새로운 콘셉트로 단장해 오픈하는 등 고대하던 ‘한식당의 귀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롯데호텔서울 한식당 ‘무궁화’의 성공

국내 최고급 호텔 중 하나인 롯데호텔서울은 1층에 자리 잡은 한식당 ‘무궁화’를 호텔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최고층인 38층으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는데, 1년간의 리뉴얼 작업에 50억원 이상을 투자해 비즈니스 측면에서 막대한 결손을 감수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므로 그 성공 여부가 세인의 관심이 모아졌다.

물론 호텔경영자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이 향상돼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수요가 많아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실한 판단에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식당의 리뉴얼 과정에서 고려된 사항들은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한식당 ‘무궁화’의 재탄생을 위해 롯데호텔이 주력한 것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뉴의 개발이었다.

정통 한식을 보급할 것인가, 외국인 입맛에 맞게 퓨전요리를 활성화할 것인가를 두고 몇 개월 동안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그 결과 무궁화에서 내놓은 한식은 옛 ‘반가음식(양반이 먹던 음식)’을 기반으로 한 현대식 코스 요리였다.

많은 음식이 한꺼번에 나오는 한상 차림에 외국인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단품 요리를 모두 없애 한상 차림을 완전히 배제했다. 퓨전 한식 코스 메뉴(5만5000~25만원)를 개발해 고급스런 요리를 소량씩 나눠 한국 문화가 담긴 친절한 서비스를 가미한 코스요리를 선보인 것이다.

다행히도 이러한 시도가 현재까지는 매우 성공적이라는 소식이다.

G20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터키 대통령 가족들에게서 “불고기와 비빔밥 정도만 알고 있던 한국 요리가 이렇게 다양하고 맛있는 줄 몰랐다”며 “한국 요리는 정말 새롭고 세계적인 요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최근에는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매일 예약이 꽉 차고 외국인 손님들이 찾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특급호텔에서 ‘한식당의 귀환’을 보면서 유명 외국 영화에서 보던 ‘왕의 귀환’처럼 일시에 판도가 바뀌는 시원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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