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 CJ제일제당이 설탕 출고가격을 평균 9.7% 인상한데 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코카콜라음료와 한국네슬레 등이 일부 품목의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코카콜라음료는 13개 품목 공급가격을 4.2~8.6% 인상했고, 한국네슬레는 대표 커피 제품인 테이터스 초이스 등을 품목에 따라 8~12% 올렸다. 또한 오뚜기는 당면 가격을 17% 인상했으며, 풀무원과 CJ제일제당도 일부 두부 제품의 가격을 20% 정도 인상했다.
하지만 올 들어 식품업계는 가격 내리기에 급급하며 지난 해 말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재료비 인상을 이유로 지난해 말 일부 품목의 가격을 올렸던 풀무원, CJ제일제당, 오뚜기 등이 올 들어 잇따라 가격을 내렸다.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은 두부 제품의 가격을 올린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가격을 낮췄다. 오뚜기 또한 지난 20일 양념장과 당면의 가격을 5~10% 내렸으며, 대상FNF도 25일부터 일부 두부 제품 가격을 평균 6% 정도 인하한다고 밝혔다.
식품업체들은 설을 앞두고 물가가 폭등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이를 덜어주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며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전면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가 강해 업체들이 저마다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로 인해 원가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업체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이 가격 인상 한 달 만에 정부의 물가인하 압박에 굴복해 가격을 내린 마당에 당장 제품가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장기간 기존 가격을 고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측의 전망이다.
이미 제분업계가 가격을 인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물가 안정 시책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지난 해 11월부터 원재료 가격이 올라 비싼 가격에 사들인 매입분이 제조에 투입되기 시작하면 더 이상 가격인상을 미루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라면, 과자, 빵 등의 가격 인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원재료 가격 인하 시에는 모른척하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는 식품업체들에 대해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가격인상을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속적인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간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봄이 기자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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