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조리법 빼돌리다 덜미 잡혀
추어탕 조리법 빼돌리다 덜미 잡혀
  • 신원철
  • 승인 2011.01.28 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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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남가네 설악추어탕 조리법은 지적재산권”
앞으로 가맹본부 직원들이 퇴직 후 무단으로 메뉴의 조리법을 도용해 외식업체를 차리거나, 가맹사업을 하면 법의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법적으로 잘 보호받지 못해온 레시피의 지적재산권을 법으로 보호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손병준 판사는 ‘남가네 설악추어탕’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주)미라지식품과 이곳의 상무(공장장), 체인점관리이사(체인본부장), 생산부장, 품질관리과장 등을 역임한 이들이 나와 차린 A사와의 ‘부정경쟁방지 및 비밀보호법 위반’ 소송에서 미라지식품의 손을 들어줬다.

미라지식품은 이번 승소를 기반으로 A사에 손해배상액 40억여억원을 청구해 현재 2차 공판이 진행 중이다. 배상액 규모는 오는 3월 경 결정될 예정이다.
A사의 대표 박 모씨는 징역 1년 실형(법정구속)을 선고받았다.

가맹본부 직원들이 기업 비밀 유출

2008년 8월 미라지식품이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 가처분신청, 형사고소,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A사를 고소하면서 시작된 이번 소송의 핵심은 가맹본부의 소스 제조법을 도용해 임직원들이 가맹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적법성 여부였다.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것은 그간 가맹본부의 메뉴 레시피가 법적으로 보호받는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

가맹점주, 가맹본부 임직원 등이 브랜드의 경쟁력인 메뉴의 레시피를 빼내 따로 외식업체를 차리거나 가맹사업을 해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의 경우 단기간에 비슷비슷한 브랜드가 난립할 때가 잦았다.

또 가맹점주의 경우 계약기간이 끝나면 같은 음식으로 업소의 상호만 바꿔 달라 영업을 하기 일쑤였다.

정당하게 메뉴 레시피를 개발하고도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지 못한 가맹본부 중에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 결과 수백개에 달하는 가맹점 영업이 중단되고 가맹비를 돌려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컸다.

문제는 메뉴 레시피의 경우 특허로 인정받기 어렵고, 인정받았다고 해도 배합비율을 조금만 바꾸면 법적으로 전혀 다른 레시피가 되는 점에 있다.

이번 소송에서도 납품업체 A사는 ‘추어탕 조리법에 비밀이 없다’, ‘남가네 설악추어탕의 포장판매용 용기에 재료의 비율이 상세하게 표기돼 있어 지적재산권이라고 볼 수 없다’ 등의 이유를 들어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더불어 A사는 추어탕의 레시피만 임의대로 도용한 것이 아니라 남가네 설악추어탕 소속 가맹점주 6명이 미라지식품과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들과 가맹계약을 맺도록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5억원 달하는 독점사용료 지급 내역이 증거”

이처럼 A사가 지적재산권 침해가 아님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미라지식품이 설립 이후 추어탕 제조법에 관한 재료 배합비율, 조리방법, 순서 등의 노하우 독점사용료로 남은옥ㆍ원유진 부부에게 5억원여의 독점사용료를 지불해온 점을 들어 추어탕 조리법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판에서 “남가네 설악추어탕 매장에서 ‘추어탕 소스배합실’을 출입금지 구역으로 정하고, 소스 제조 담당에게 비밀유지 서약서를 쓰도록 하는 등 정황을 감안할 때 추어탕 요리법의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며 (주)미라지식품의 승소 이유를 밝혔다.

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더라도 음식을 조리하는 시간, 순서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지므로 레시피에는 지적재산권이 있다고 본 것이다.

(주)미라지식품 김태호 대표는 “레시피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정당화한다면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가맹본부의 지적재산권인 레시피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그간 메뉴의 레시피가 법적으로 보호받는 판례가 많지 않아 소송은 3년 넘게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주)미라지식품과 A사가 고용한 변호사 수가 10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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