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도 피자출시, 저가경쟁 ‘촉발’
편의점도 피자출시, 저가경쟁 ‘촉발’
  • 신원철
  • 승인 2011.04.21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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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구매능력이 성패 가른다”…기업규모 따라 빈익빈부익부
▶ 편의점 GS25에 최근 시중 피자의 1/3 가격인 ‘위대한 피자’가 출시됐다.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피자사업에 뛰어듦에 따라 피자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슈퍼슈퍼마켓(SSM)인 GS슈퍼마켓의 ‘더 큰피자’, 롯데슈퍼의 ‘피자캣’, GS25 편의점의 ‘위대한 피자’, 이마트의 ‘이마트 피자’, 롯데마트의 ‘더큰피자’ 등이 바로 그것.

이들 업체의 피자는 45㎝ 라지 한판 가격이 1만~1만2천원 사이로 기존 브랜드 피자보다 더 크고, 가격은 절반 이하다. 합리적인 가격은 고물가 시대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가장 큰 경쟁력이다. 또 맛, 품질에서도 소비자들은 브랜드 피자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장에 따라 다르지만 판매량이 많은 곳의 경우 하루 약 300판 안팎의 피자가 팔리고 있고, 주말에는 500판까지 늘어난다. 그나마 매장마다 피자판매량을 제한하고 있어 소비자 만족도 보다 판매량이 적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유통업계, 고객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 대형 브랜드 피자업계는 대형마트의 피자판매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왔다. 기존 피자집과 대형마트의 상권이 뚜렷이 구별돼 고객이탈현상이 심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마트 중심으로 확산돼온 피자출시 경쟁이 SSM, 편의점까지 확산되고 있어 우려된다.

편의점 GS25에 최근 출시된 위대한 피자는 (주)GS리테일이 자체 개발한 브랜드상품(Priv농수산물유통공사e Brand)으로 지름 45㎝인 피자 한 판을 6등분한 조각피자다. 가격은 1990원(220g)으로 이마트 피자 한 조각이 2500원(210g)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20%나 저렴하다. 이마트 피자의 가격이 기존 피자업체의 가격보다 절반 수준, GS25의 위대한 피자는 메뉴에 따라 1/3 가격인 셈이다.

게다가 SSM, 편의점은 주택가는 물론 대도시 사무실 밀집지역 등 주요 상권에 폭넓게 분포해 있어 기존 피자집들보다 고객과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고객들이 발길을 돌릴 우려가 큰 것.

피자가격 낮춰야 기업 성장한다?

유통업체들이 이처럼 저가피자를 앞세워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 최근 피자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2010년 기업매출 현황을 보면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피자업체들의 매출은 많게는 20% 정도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65%나 뛰었다. (주)미스터피자의 2009년 대비 2010년 영업이익이 35.4%, 한국도미노피자(주)가 48.7%, 피자에땅을 운영하는 (주)에땅의 영업이익이 65% 성장한 것. 이들 업체는 대표적인 메뉴 판매가격 인하, 신용카드 제휴 할인, 인터넷 주문 시 추가 할인 등의 할인정책을 펴온 업체들이다.

또 라지 한판에 6천원인 테이크아웃피자 전문점 피자스쿨을 운영하는 (주)피제리아의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최근의 경기 불황 속에서도 영업이익이 3년 사이 500% 정도 성장했다.

따라서 이들 피자업체보다 식재료를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바잉파워(buying power)를 갖춘 유통업체들의 저가피자 시장 진출이 피자업계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피자시장은 주택가 인근의 배달 저가피자집,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주도하는 레스토랑형 중고가 피자집 등으로 양분됐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피자업체들이 연이어 가격할인에 나서고, 테이크아웃피자 전문점들이 급성장하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가격경쟁이 활발해졌다. 가격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유통업계의 피자는 기존 피자업체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간단한 조리법이 차별화 걸림돌

더 큰 문제는 피자가 메뉴 개발 능력만으로 차별화가 쉽지 않은 점이다.

한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R&D팀 관계자는 “피자는 도우 위에 식재료를 토핑해 오븐에 굽는 비교적 조리가 간단한 메뉴”라며 “따라서 경쟁업체들이 손쉽게 레시피를 따라 할 수 있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출시돼 큰 인기를 누렸던 포테이토피자의 경우 현재 국내 피자집 대부분에서 취급하는 기본 메뉴가 됐다. 무엇보다 도우의 경우 동일한 식품제조업체가 여러 브랜드에 동시에 도우를 납품하는 것으로 드러나 브랜드별로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유통업계의 저가피자 출시로 저가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피자업체들은 저렴한 가격, 맛과 품질에 더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올 수 있는 마케팅 경쟁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규모가 클수록 성장세를 이어가고, 영세할수록 시장에서 도태되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피자업계를 강타할 전망이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주)미스터피자의 경우 연간 지출하는 광고ㆍ판촉비용은 140여억원, 한국도미노피자(주)는 120여억원 수준이었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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