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에 2등은 없다”
"나의 사전에 2등은 없다”
  • 김병조
  • 승인 2006.04.28 0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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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세계푸드 최병렬 대표이사
“나의 사전에 2등은 없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이는 1등 철학을 갖고 살고, 또 어떤 이는 2등 철학을 삶의 지혜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정치권에서는 2등 철학이 1등 철학보다 더 지혜로운 철학으로 통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난세(亂世)에는 2등이 영웅이다’는 말까지 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2등이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2등이 1등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기에 1등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지도 모른다. 1등의 자리에 오르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그 자리를 지키는 일 또한 오르는 일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주)신세계푸드는 현재 단체급식 업계에서 2등도 아닌 4등이다. 그런데 이 회사 최병렬 대표이사는 약 5년 후인 2010년에 업계 1등이 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오랜 세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근무했기에 식품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단체급식 업계에 입문한지는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햇병아리’인 처지에 어디에서 그의 그런 ‘배짱’이 묻어 나오는지 궁금했다.

결론은 자신감과 자존심의 발로이자, 지고는 못사는 그의 1등 철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기업의 흥망성쇠는 CEO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도대체 최병렬 대표이사의 어떤 면이 보는 이로 하여금, 듣는 이로 하여금 5년 후에는 1등 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에 믿음을 갔게 하는지 그의 철학과 생각을 함께 엿보자.

대담=김병조 편집위원


▲ 대표실 벽을 모두 투명유리로 처리한 것이 인상적이다. 취임하고 나서 이렇게 바꾼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굳이 얘기를 하지 않고도 표정만 봐도 생각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를 항상 볼 수 있도록 취임 후 제일 먼저 집무실의 벽을 트고 유리벽으로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표와의 벽을 허물고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평소에도 직원들과 자주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기본이며, 사무실에 있을 때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직원들 자리로 찾아가서 보고를 받고 결제를 하는 편이다.

“직원들과 고민도 비전도 공유하는 CEO 될 터”

▲ 회사 내에서 직원들을 격의 없이 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 밖에서도 직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해 달라.

- 우리는 외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맛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직원들과 함께 ‘맛집 탐방’을 하고 있다. 매월 셋째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직원들과 함께 수도권 곳곳의 소문난 맛집을 수소문해 탐방하고 있다.

식품회사 직원이라면 업무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절대미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작년 3월 취임 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직원들의 미각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오늘도 조리아카데미에서 조리실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영업부 직원들이다.

(* 최병렬 대표는 직원들에게 식품업계 종사자로서의 장인정신을 일깨워 주기 위해 일본의 인기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을 사내에 비치하고 근무하는 틈틈이 직원들에게 읽게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혀의 미각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전직원에게 담배를 끊도록 하기 위해 금연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전개하기도 했다.)

▲ CEO는 이번이 처음인데, 취임하면서 ‘나는 이런 CEO가 되겠다’고 다짐한 것이 있는가.

- 신세계푸드가 어려운 시기에 대표자리에 와서 그동안은 정신이 없었다. 우선은 회사를 제대로 키워서 본사 직원 1200명을 포함해 협력사까지 합치면 5천여명에 이르는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과 생각을 같이 하는 CEO, 같이 고민하고 비전까지도 공유하는 한 덩어리가 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특히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CEO를 대신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CEO라고 생각하고 일할 수 있게 현장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고민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 회사를 키워서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다.

“2등을 하고는 못 참아, 2010년 업계 1위가 목표”

▲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경영목표와 비전은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가.

- 원래 2등을 하고는 못 참는 성격인데 이 회사에 와서 느낀 점은 사내에서도 직원들이 자부심이나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외적으로도 신세계 그룹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신세계푸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장 비중이 큰 현업을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직원들이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고, 고객으로부터도 인정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회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급식부문을 중점적으로 재정비할 계획이며, 고객사로부터 인정을 받음으로써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는 기업으로 키워나갈 것이다.

오는 2010년에는 외형적으로나 운영수준으로 보나 모든 측면에서 업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음식업종사자는 수익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 하는 철학을 가져야”

▲ 급식업계에 입문한지 1년 정도 됐으니까 시장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 텐데 느낀 소감이 뭔가.

- 단체급식 시장이 많이 왜곡돼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앞서 간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종사자들이 음식사업에 대한 철학이 부족한 것 같다. 생각의 거품을 걷어내고 본질적인 접근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

비록 2천원짜리 식사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맛있고 위생적인 급식을 제공한다면 사회로부터 칭찬을 받을 텐데 너무 수익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급식은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급식을 개선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급식을 단지 한 끼 때우는 배식 내지는 배급의 차원이 아니라 즐기면서 선택할 수 있는 식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 다른 업체들도 그런 정도는 알지만 문제는 현실적인 문제, 즉 급식단가가 지나치게 낮은데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닌가. 신세계푸드라고 차별화 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있는가.

- 급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식자재인데, 물론 현실적으로 식비 자체가 너무 싸다 보니까 제대로 된 식재 사용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신세계푸드는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을 했기 때문에 현재는 식자재 구입과 유통면에서 다른 업체와 다르다고 자신한다. 본인은 구매와 유통에 관한 한 이마트에서의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

구매는 사는 방법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신세계푸드는 본인을 포함해 임원, 구매팀장까지 이마트에서 투입됐기 때문에 식재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얼마 전에 발표한 회사 중장기 전략을 보면 프리미엄 급식을 추구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 프리미엄 급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 단순히 급식의 형태나 서비스 형태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급식의 질을 개선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급식비가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고객사측의 식대 지불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급식이란 ‘선 제안형 마케팅’을 말하는 것이다. 선 제안형 마케팅이란 급식운영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메뉴나 운영면에서 설계단계부터 제안하는 방식이다. 쉽지는 않지만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 학교급식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 전체 급식 영업장 중에서 학교급식은 현재 26개밖에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그동안은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학교급식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리스크는 10명의 식사를 제공하는 업장이나 천명 규모의 업장이나 마찬가지다. 리스크 관리에 자신이 없다면 급식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급식은 적자만 안되면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학생들은 미래 신세계의 잠재고객이기 때문이다.

“외식사업은 신개념의 FR에 관심, 한식은 관심 없어”

▲ 외식사업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는가.

-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외식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비싼 음식은 당연히 맛있겠지만 싸고 품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그만큼 필요하며 노하우도 필요하다.

굳이 업종을 말하자면 패밀리레스토랑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국내 패밀리레스토랑과는 컨셉과 차원이 다른 자체적인 브랜드를 만들 예정이다. 외식업체도 수익을 내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며, 고객에게 이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어렵다.

(* 최병렬 대표는 한식에는 관심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없다”고 말했다. “한식은 정말 하기 힘들 분야이므로 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해외진출 계획에 대해서도 “국내에서도 아직은 할 일이 많으며 실속이 중요하다”면서 “해외진출은 그 다음 단계”라고 말해 당장 진출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단체급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구조에서 벗어나 종합식품유통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난 3월 회사명을 ‘신세계푸드시스템’에서 ‘신세계푸드’로 변경하고 2010년까지 매출액 1조원, 세전이익 850억원을 달성, 업계 1위 도약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급식사업을 비롯한 식자재유통, 식자재가공, 외식사업을 4대 핵심사업으로 선정, 종합식품유통기업으로서 균형 성장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리=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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