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세계 외식시장에서 한식의 포지셔닝
<월요논단>세계 외식시장에서 한식의 포지셔닝
  • 관리자
  • 승인 2011.06.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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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기 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교수
식품은 포화성과 필수성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명품소비와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식품도 사치와 차별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적인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의 식품과 요리들이 진미(珍味) 또는 고급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저곳에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음을 보면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을 통해 너와는 다르고 그들과는 같다고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너희들이 먹을 수 없는 것을 나는 먹을 수 있다고 자랑하고픈 사람들과 네가 먹는 것을 나도 먹어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차츰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고가의 명품(사치품) 구매를 유도하는 이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명품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이용되는 정보는 가격과 품질, 원산지, 그리고 희소성이다. 둘째는 기능적인 효용보다는 정서적인 효용을 강조한 이론이다. 특정한 종류의 상품들은 기능적인 효용성보다는 정서적인 면을 더 많이 지니고 있는데, 고가(高價) 사치품의 소비는 감각적 즐거움, 미적인 가치, 흥분과 같은 정서적 반응과 높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과시성과 동질화로 대표되는 상징적 상호작용이다. 과시성의 효과측면에서는 사치품의 소비가 자신들의 부와 계층을 표현하기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질화 효과측면에서는 상류층이 형성한 유행을 그 보다 낮은 계층의 소비자들이 쫒아가는 소비심리를 주로 표현한다. 즉, 상류층의 소비는 계층 간의 차별을, 그 보다 낮은 계층의 소비는 상류계층으로의 소속감을 목표로 한다.

사치품은 세월과 함께 변화한다. 그러나 고급 식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사람들은 세계 3대 진미(珍味)하면 프랑스의 거위 간, 벨루가 캐비아(Beluga caviar), 이태리 알바(Alba)산 흰색의 송로버섯(white truffle)을 꼽는다. 그리고 가격을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의 10대 고급식품 리스트에는 정보원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캐비아, 사프란(Saffron), 알바의 마돈나(Alba Madonna)라 불리는 흰 송로버섯, 고베 비프(Kobe beef), 제비집(Bird's nest), 복어(Fugu), 거위 간, 바다가재(Lobster), 송이버섯(Matsutake), 굴(Oyster) 등이 올라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식품들을 이용해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은 음식들을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음식이라 소개한다. 흰색의 송로버섯을 다져 크림치즈에 섞어 반쪽으로 자른 베이글 위에 바른 다음, 리슬링(Riesling) 와인으로 만든 젤리(Jelly)향에 우려낸 구기자 열매를 뿌리고, 금박으로 장식한 백만 원이 넘는 베이글(Bagel). 영국 데본 게(Devon Crab)살과 흰색의 송로버섯, 벨루가 캐비아(Beluga caviar)로 속을 채운 토마토 위에 금박을 뿌리고, 스코틀랜드산 바다가재를 금박으로 싼 후, 캐비아를 듬뿍 올린 전복과 메추리알로 장식한 3백만 원이 넘는 카레. 코냑에 절인 바다가재, 샴페인에 절인 캐비아, 햇빛에 말린 토마토소스, 스코틀랜드산 훈제한 연어, 사슴고기 토막, 그리고 프로슈토(Prosciutto: 이탈리아 산 말린 햄), 생산지역과 연도가 표시된 발사믹(Balsamic)식초로 토핑을 만들어 피자를 만들고, 그 위를 24순도의 금박으로 장식한 4백만 원이 넘는 12인치 크기의 피자. 모두가 캐비아와 흰 송로버섯, 그리고 금으로 장식된 음식들이다.

우리음식의 고급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옳은 말씀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울타리를 벗어나면 세계적인 고급식품으로 인정받은 것들이 거의 없다. 임금님께 진상했던 귀한 식품들의 목록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자료들을 들이대며, 무식에 소치(所致)라고 몰아세워도, 김밥과 떡볶이에 거위간, 캐비아, 송로버섯, 그리고 금박을 뿌려 억지로 고급화할 수 있다고 우길지라도, 세계의 외식시장에서 한국음식의 고급화는 준거의 틀이 빈약하다. 그래서 필자는 타임지와 건강잡지 헬스가 선정했다는 건강식품을 이용하여 건강이라는 소박한 메시지를 듬뿍 담은 비빔밥과 같은 우리음식을 만들어 세계의 외식시장에 진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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