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칼럼>식품에서 영양이냐 기능이냐?
<식품칼럼>식품에서 영양이냐 기능이냐?
  • 관리자
  • 승인 2011.07.0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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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 연구원
1969년 7월 20일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의 고요의 바다에 첫발을 내딛을 때 쯤, 많은 세계인들은 인류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흥분하였고, 20세기가 끝날 즈음 달나라 여행이 가능할 것으로 미래를 예측하였다. 그러나 그 예측은 빗나갔다.

1970년대 미래에 대해 빗나간 예측은 몇 가지 더 있다. 하나는 1970년대에 뉴욕과 프랑스를 2시간 만에 주파하는 콩코드가 나옴으로써 2000년대에는 전 세계 어디든 2시간대 내에 도착이 가능하리라는 것과 1960년대 후반에 선진국에서 비타민제가 보편화되기 시작하고 맥도날드 햄버거가 세계시장을 파고든 이후, 2000년대에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없어지고 캡슐이 밥을 대신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러나 이 예측들은 모두 빗나갔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식품에 대한 잘못된 예측은 식품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기인한다. 식품을 단순히 영양(칼로리)을 얻는 수단으로만 파악하여 산업화 시대에는 식사 시간을 줄이고, 먹는 방법도 편리하게 하는 것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로 단순하게 생각한 데서 오는 잘못된 예측이다. 아마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식을 만들 때 드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줄이지 않으면 세계인들과의 경쟁에서 떨어져 선진국이 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식품으로 단순히 칼로리만 얻는 것이 아니다. 식품의 1차 기능은 우리가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영양을 공급해주는 것에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식품이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러므로 1960년대 이후 영양 공급의 정책이 중요했고, 동시에 식품에 의해 감염될 수 있는 예방 정책이 최우선 정책이었으며 이 정책들이 국민 건강에 크게 기여하였다.

영양은 식품의 매우 중요한 1차적인 기능이긴 하지만, 이제는 영양만이 최우선 과제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핸드폰, TV, 자동차 산업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적으로 리드해 나가고 있고, K-POP 등으로 세계의 중심을 두드리고 있다. 앞서 잘못된 예측처럼 식품은 영양의 기능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식품은 건강과 문화의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 세계의 경제가 발달하고 인류의 삶이 풍요로지면 질수록 사람들은 좀 더 건강한 삶과 한층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서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이 세계의 변두리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1960년대의 영양과 1970년대의 식품 안전 위주의 수동적 정책을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식품은 세계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건강 요소를 많이 갖고 있으며 세계인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문화 요소도 많이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도 자꾸 영양과 안전만 강조하다보니 정작 세계인들이 요구하는 건강과 문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식품이 단순히 영양을 안전하게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세계 문화의 중심에 설 수 없다. 아마 맥도날드의 빅맥과 버거킹의 와퍼가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하게 영양을 가장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영양 공급이나 식품의 안전을 소홀히 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영양과 안전에 대하여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능력은 갖고 있으며 이는 시스템의 문제이고, 산업체의 자세이며 국민적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건강과 문화에 대한 소프트웨어의 발굴, 즉 건강기능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나 스토리와 문화의 발굴과 연구, 지식(가치)의 창출에는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IT 기술을 바탕으로 정보고속도로를 만들어 내는 데 많은 투자를 하였다. 그 결과 많은 정보고속도로가 건설되어 네트워크망은 잘 갖추어져 있는 데 식품의 기능, 문화 등 살아있는 정보는 많이 집적되지 못했다. 이는 식품의 지식정보 창출에 소홀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식품을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 핸드폰, 한류, K-POP이 세계를 뒤흔들어도 최종적으로 식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세계 문화에서 우리 문화가 정점을 찍을 수 없다. 이제는 식품산업에서 영양요구를 벗어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생산과 공급의 하드웨어 정책이 아니라 세계인의 감성과 지식요구에 부응하는 소프트웨어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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