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 특별기획> 히트 상품 '이유 있다'
<창간10주년 특별기획> 히트 상품 '이유 있다'
  • 김병조
  • 승인 2006.05.06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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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야 살고(live) 튀어야 산다(buy)”
식품, 유행사이클 짧아져 한 눈에 소비자 사로잡는 매력 필요
식품업계 히트상품 집중분석

식품업계에서는 참 많은 신제품이 나온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10개 이상의 신제품이 쏟아지기도 한다. 1년 동안 출시되는 신제품은 대략 500여종. 이 중 소비자들에게 인식이 되는 제품은 10%가 채 안된다. 더군다나 이 중 히트상품이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일.

식품업계에 신제품이 많은 이유는 식품이란 상품이 문화상품이기 때문이다. 문화상품은 유행에 민감하고 따라서 유행에 따라 새로운 상품이 나와야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행 사이클이 과거보다 더 짧아져서 식품회사들은 한해에도 계절에 따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과거처럼 여러 세대를 거치는 스테디셀러 제품이 나오는 것은 전설에 가까운 일. 히트상품이 나오더라도 길어야 1~2년 잘 팔리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다.

히트상품의 요건도 과거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최근 신제품의 최대과제는 ‘튀는 것’이다. 수많은 신제품을 소비자들이 다 먹어볼 수 없는 노릇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자들의 눈에 띄어야 하고 귀를 사로잡아야 한다. 아무리 맛있고 좋은 제품도 소비자들이 먹어 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 길어지면 좀 어때 알기 쉬우면 그만~
제품명, 단어에서 문장으로
재료·맛 등 한번에 인식시켜


튀기 위한 첫번째 요건은 제품명이다. 최근 식품회사들은 신제품을 준비하면서 제품 네이밍에 많은 신경을 쓴다. 소비자들은 제품명이 재밌거나 특이하면 한번쯤 먹어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제품명에 제품에 대한 모든 소개를 하는 경우가 있다. 샘표식품의 ‘참숯으로 두 번 거른 양조간장’, 해가온의 ‘무농약 쌀로 만든 크래커’ 시리즈, 풀무원의 ‘씻고 자를 필요가 없어 간편한 미역국거리 미역’, 대상의 ‘참깨와 마늘로 맛을 낸 쌈장’ 등은 제품명만 보면 이 제품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제품의 재료나 맛, 용도 등 제품 특성을 한 눈에 알 수 있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데 그만이다. 과거에 제품명을 지을 때 2~4글자로 해야 소비자들이 외우기 쉽고 한 눈에 들어와 성공할 수 있다는 정설을 뒤집은 것. 이같은 추세는 그냥 배만 채우고 입만 즐겁게 하면 되는 시대를 지나 나에게 맞는 안전하고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 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감성적인 제품명도 소비자를 유혹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설레임’, 해태제과의 ‘내 안에 녹아든 차’, 두산주류의 ‘처음처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들은 감성적인 제품명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감어린 이미지와 함께 호기심을 유발시켜 구매를 유도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둘, 모두가 ‘NO’할 때 ‘YES’를 외친다
기존 통념 깬 컬러마케팅 활발
파란색 포장 제품 줄줄이 출시


튀기 위해선 선입견도 무시한다. 일반적으로 파란색은 식감을 떨어뜨려 식품의 포장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업체들이 식품 포장으로 가장 선호하는 색은 빨간색. 빨간색은 식감을 불러일으키고 매운 맛을 상징하기 때문에 매운 음식의 포장으로 주로 사용된다. 그밖에 분홍, 노랑, 갈색 등이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통념을 깨고 파란색 포장을 한 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튀기 위해선 당연한 일이다. 남들이 안 쓰는 색으로 포장을 한 제품은 매대에 진열했을 때 단번에 눈에 띄게 된다.

롯데제과의 졸음방지 껌 ‘베타블루’와 과일맛 껌 ‘블루시트러스’는 포장뿐만 아니라 제품명까지 블루를 사용했을 정도로 파란색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ABC 초콜릿 화이트&크런치’와 ‘아이스버그’ 등 초콜릿 제품 포장도 파랗게 했다. 검정 비스킷 ‘깜뜨’와 ‘목캔디 아이스민트’ 역시 파란 포장이다. 오리온의 미니초콜릿 ‘허쉬&모어’, ‘마이쉘’, 캔디 제품인 ‘시원한 솜솜이’와 ‘바이오츄’도 파란 포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해태제과의 ‘티스마일껌’, ‘초코틴틴’, 크라운제과의 ‘마이쮸 포도’, 농심의 스낵제품 ‘오미야’도 파란색이다.

이같은 현상은 파란색이 깨끗하고 시원한 느낌과 웰빙의 개념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또 불경기의 답답함에 시원한 느낌을 주고, 사이버 세대들에게는 시각적으로 신선함을 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의 칼라마케팅은 예전부터 주요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빨강, 초록, 검정, 노랑 등 주요한 색이 특성에 따라 제품 자체의 색 및 포장에 이용돼 왔다.


셋, 따라할테면 따라해 봐~
新공법으로 ‘미투’ 원천봉쇄
주류·유업계 차별화 시도


튀기 위한 세번째 방법은 신공법을 내세우는 것이다. 식품은 특별하기가 어려운 제품이기 때문이다. 형태나 포장이 특이해봐야 거기서 거기다. 게다가 식품업계에 만연해 있는 미투 상품은 특별한 것을 금새 평범하게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기술은 남들이 따라하기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주류업계는 신공법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진로는 참이슬 리뉴얼 제품을 내면서 ‘은함유 죽탄여과공법’을, 두산주류는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알칼리수 환원공법’을 사용했다고 자랑했다. 대선주조는 시원(C1) 소주 리뉴얼 제품에 ‘음향진동숙성공법’을, 국순당은 발효주 ‘별(別)’을 출시하면서 ‘산소발효공법’을, 하이트 맥주는 하이트맥주 제조에 ‘신선도 유지시스템(Fresh Taste Keeping System)’을 각각 도입했다.

차별화가 어려운 유업계 역시 신공법 경쟁이 치열하다. 유업계의 대표 백색시유 제품들은 신공법을 내세우고 있다. 매일유업의 매일우유 ESL은 우유의 모든 제조과정을 최첨단 무균화 공정으로 이룬 ESL(Extended Shelf Life)시스템을 도입했고, 남양유업의 맛있는 우유 GT는 우유 속에 숨어있는 잡맛을 없애고 맛의 변화가 없도록 용존산소를 모두 제거하고 질소로 충진하는 GT(Good Taste)신 공법을 개발, 실용화 했다. 이밖에 서울우유의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는 우유의 이미·이취를 HEPA필터로 필터링하는 HEPA공법과 신충전 방식인 비접촉CLEAN 충전 공법을, 매일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LF(Lactose Free)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넷, 건강까지 챙기면 ‘금상첨화’
소비자가 아는 비타민·칼슘 등 기능성 첨가로 일반 제품과 차별


튀기 위한 네번째 방법은 기능성을 표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최근 들어 가장 각광받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현대는 말 그대로 먹기 위해 사는 시대가 아니다. 먹는 것 하나도 몸에 좋은 것을 챙겨서 건강을 유지하고 즐기며 사는 것이 현대인의 바램이다. 따라서 식품이 기능성을 표방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이 아니고서야 현실적으로 기능성 표현을 할 수 없다. 식품위생법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바로 잘 알려진 기능성 원료를 첨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타민, 칼슘, DHA, 클로렐라, 인삼·홍삼, 녹차 등의 원료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아는 것들이다. 이런 원료를 식품에 첨가하고 ‘00 첨가 제품’으로 표시하면 일반 제품과 차별화 시킬 수 있다. 최근 나오는 신제품들은 기능성 원료가 첨가된 것이 많다. 대표적으로 최근 음료업계의 최대 히트작인 롯데칠성의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광동제약의 ‘비타500’, 2004년 히트작인 해태음료의 ‘아미노업’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석류, 비타민C, 아미노산 등 기능성 원료를 첨가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들이다.

또한 식품위생법의 관리를 받지 않는 축산물가공품, 특히 유가공품은 비교적 자유롭게 기능성 표현을 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장 건강을 위한 ‘메치니코프 라이프’, 위까지 생각한 ‘윌’, 간을 위한 발효유 ‘쿠퍼스’, 매일유업의 ‘도마슈노’(장), ‘헬리코박터 gut’(위), ‘gut HD-1’(간), 서울우유의 ‘칸’(장), ‘해파스’(간), 파스퇴르의 ‘쾌변’(장), ‘웰빙석류 농후발효유’(장), 빙그레의 ‘닥터 캡슐 엑스퍼트’(장), ‘장의 힘’(장) 등의 제품이 각각 장과 위, 간에 대한 기능성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의 ‘120 80’은 혈압발효유로 표현해 허위·과대광고 논란까지 빚었고, 이어 혈당발효유를 표방한 ‘닥터인슈’까지 출시해 기능성 표현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섯, 기본에 충실해야 스테티셀러 반열에…
맛과 품질 떨어지면 1회용 전략
웰빙·맛 모두 만족시키는 ‘기본’


하지만 단지 튀는 것으로 히트상품이 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식품으로의 기본을 충실히 해야 한다. 바로 맛과 품질이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튀어서 소비자의 손에 선택됐다하더라도 맛과 품질이 형편없으면 1회용으로 그치게 마련이다. 오리온 ‘초코파이’, 농심 ‘신라면’,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코카콜라’, 오뚜기 ‘마요네즈’, 해태제과 ‘고향만두’, 동원F&B ‘동원참치캔’, 웅진식품 ‘아침햇살’, CJ ‘햇반’, 대상 ‘순창고추장’, 풀무원 ‘두부’, 롯데제과 ‘자일리톨껌’ 등 대표적인 히트상품들의 공통점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튀기 위한 전략은 단지 소비자에게 한번 선택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면 맛과 품질은 소비자를 충성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요소다. 이 맛을 찾기 위해 지금도 모든 식품회사의 신제품 개발 담당자들은 끊임없이 여러 식품의 맛을 보고 있다.

또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식품 시장의 환경에 따라 웰빙은 두말할 것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몸에 나쁘면, 아니 조금이라도 좋지 않다는 정보만 있으면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과자의 첨가물 위해성 논란과 비타민 음료의 벤젠검출, 과거에 문제가 된 만두 사건, 기생충 김치 파동 등 많은 식품안전 사고에서 경험했듯이 말이다. 식품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웰빙을 표방한다고 해서 웰빙 제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웰빙을 해야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향후 식품회사들은 화학첨가물, 당, 나트륨, 지방 등을 4대 기피 원료로 지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웰빙과 맛을 동시에 갖추기 위한 연구가 식품회사의 몫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식품 신제품들이 출시될 것이다. 이 제품들은 예외없이 맛과 웰빙을 기본 개발 지침으로 할 것이다. 여기에 튀기 위한 전략으로 독특한 제품명, 남들이 하지 않는 포장, 새로운 제조 공법 개발, 획기적인 기능성 표방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식품은 ‘내 가족이 먹는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이다. 정말 먹음직한 신제품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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