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세계 대도시와 레스토랑
<외경시론>세계 대도시와 레스토랑
  • 관리자
  • 승인 2011.07.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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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장 박주영
1782년에 파리의 명물 레스토랑 ‘라 그랑 타베른느 드 롱드르(La Grande Taverne de Londres)’가 문을 열었다. 프랑스의 유명 식도락가인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에 따르면 이곳의 요리사는 ‘우아한 방, 똑똑한 웨이터, 상급의 지하저장고 그리고 뛰어난 요리법이란 네 가지 필수적 요소’를 최초로 결합했다. 이것을 현대적으로 풀이한다면 고급 레스토랑의 4대 기본 요소는 인테리어, 고객의 니즈를 맞추는 종업원, 신선한 재료, 뛰어난 맛이 될 것이다.

인구 집중 지역이 외식 보편화 돼

연극이 그랬던 것처럼 고급 음식은 도시에 대형 시장들이 등장하기 전에 귀족들의 오락거리였다. 귀족들은 개인 요리사와 연극단에게 돈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부유한 유일한 고객이었다. 그러나 이제 도시에서 연극과 요리는 개인적 즐거움이 아닌 대중적 즐거움이 되었다. 술집이나 카페와 마찬가지로 레스토랑 역시 도시의 삶에 적응하기 위한 방식이다. 밖에 나가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든지 술을 마시는 것은 도시인들이 좁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갇혀 있지 않기 위해서 공동의 공간을 공유하는 방법이다.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zer) 하버드대 교수가 밝혔듯이 도시는 사적 공간에서 공적공간으로 사람들을 끌어내고, 공적공간을 사회화와 과시적 소비의 중심지로 만든다.

도시의 풍부한 생활편의 시설들은 도시인들이 즐거움을 누리려는 성향을 촉진시킨다. 소득, 교육, 결혼여부, 나이 조건이 같을 때 미국의 도시 거주자들은 시골 거주자보다 음악 콘서트에 갈 가능성은 19%, 박물관에 갈 가능성은 44%, 영화관에 갈 가능성은 98%, 술집에서 술을 마실 가능성은 26%가 더 높다. 따라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성향과 과시적 소비가 촉진 되는 곳에서 레스토랑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인류가 점점 더 부유해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생산성과 즐거움을 기초로 거주지를 선택할 것이다. 도시의 혁신이란 단순히 새로운 유형의 공장이나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놀이도 의미한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저녁의 오락거리로 극장에서 밤 공연을 보기보다는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이 연극보다는 외식을 하러 나가기 때문에 극장보다는 식당들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레스토랑은 분업과 전문화의 이점을 가질 수 있는 곳에서 더욱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단독주택들이 흩어져 있는 조그만 마을이나, 인구밀도가 낮은 교외에서는 집에서 요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인구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외식이 더 보편화되어 있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런던 등과 같은 선진국의 대도시에는 세계 먼 곳에서 조달해 온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지리적으로 다양한 요리 스타일을 섞어 부유하거나 가난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수백 개의 타깃화된 레스토랑이 영업 중이다.

런던의 레스토랑들은 초기에는 프랑스 요리법을 들여와 독특한 요리법을 창조했다. 이어서 프랑스 출신의 루(Roux) 형제들이 런던으로 와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세 개를 받은 런던 최초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든 램지(Gordon Ramsay) 같은 신세대 영국 요리사들을 훈련시켰고, 이렇게 훈련받은 요리사들은 다른 요리사들을 훈련시켰다.
런던의 유명 레스토랑들은 프랑스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요리 아이디어를 수입했다. 인도인들은 런던에 매운 양고기 카레인 램 빈달루(lamb vindaloo)를 들여왔으며, 루마니아인들은 뉴욕에 파스트라미(pastrami : 양념한 쇠고기를 훈제해 차게 식힌 것)를 들여오고, 이탈리아인들이 시카고에 피자를 들여왔다. 이렇듯이 세계의 대도시들은 가장 전문화된 요리에 대한 수요를 감당해 내기 위해서 충분히 다양화되어 있다.

국내 외국인 거주자의 식문화 ‘블루오션’

우리나라도 노동력 수입 문제와 국내거주 외국인을 위한 다문화 정책 등을 전담할 이민청을 설립한다고 한다. 국내거주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 125만 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2.5%에 이른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수입 수요가 커지면서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오는 2020년 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외국인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외식산업에는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들 외국인이 가져오는 식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개발한다면 세계 외식의 중심도시에 합류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세계 각국의 요리 아이디어를 수입하여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는 레스토랑이 나타난다면 외식문화의 선진국으로서 인정받음과 동시에 외식산업의 부흥기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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