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불황기 신메뉴 전략 ‘박리다매’
피자헛, 불황기 신메뉴 전략 ‘박리다매’
  • 신원철
  • 승인 2011.07.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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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페셜’ 1년 3개월만에 500만판 판매…피자값 인하 각종 할인혜택으로 고객 시선 끌어
▶ 피자헛의 '더 스페셜 피자' 시리즈는 출시 1년 3개월만에 500만판을 팔아, 기업경영의 분기점을 마련했다.
1991년 국내에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피자전문점 시장을 연 한국피자헛이 수년간의 부진세를 털고 나섰다. 외식업체 경영의 기본인 메뉴 개발을 통해 불황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 피자헛의 더 스페셜 메뉴가 지난해 4월 출시 1년 3개월여 만에 500만판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는 히트 메뉴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피자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3년 연속 적자, 직영점 36개 문 닫아

한국피자헛의 지난 수년간의 부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서에 잘 드러나 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내리 적자였고, 적자폭도 갈수록 심해졌다. 2007년 34억1047만7천원, 2008년 31억138만5천원 등 연간 30억원대의 적자는 2009년에는 90억3477만6천원을 기록해 3년만에 164.9%나 적자폭이 커졌다.
이 시기 매출액도 내림세였다. 2007년 2441억9866만5천원이던 연 매출이 다음 해인 2008년 이보다 약 253억원이 줄어든 2188억5522만7천원이 됐고, 2009년에는 1798억8434만5천원으로 매출 2천억원이 무너졌다.
같은 기간 182개였던 직영점은 146개로 36개가 문을 닫았다. 또 전체 매장 수에서도 피자헛은 2008년 313개였던 데 반해 (주)미스터피자의 미스터피자는 345개를 기록해 국내 최대 규모의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라는 호칭을 내줘야 했다. 이 시기 피자업계에는 한국피자헛 매각설 같은 근거 없는 소문까지 돌았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지적됐다. 피자 고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이 꺼리는 느끼한 맛, 미국 본사를 통해 거의 모든 경영을 통제받으면서 빠르게 변하는 한국시장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경쟁사로 지목되는 미스터피자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상황이어서 한국피자헛이 사실상 국내 피자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아오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스터피자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메뉴, 마케팅 전략을 기반으로 2008년 91억6470만6천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해 미스터피자의 매출액은 한국피자헛의 56% 수준인 1239억9049만9천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한국피자헛의 적자폭을 감안할 때 122억6609만1천원이나 앞섰다.

●피자값 절반으로 ‘뚝’…까다로운 여자 입맛도 잡아
2010년을 기점으로 한국피자헛은 적자를 빠르게 회복해가고 있다. 신메뉴 전략이 불황기 시장 상황에 적중한 것이다. 피자헛은 여성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피자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느끼하다는 피자헛 피자 맛에 대한 평가도 더 스페셜 시리즈를 통해 호전됐다. 더 스페셜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에 라지 피자 한판에 3만원 안팎이던 가격이 1만6천원대로 거의 절반으로 낮춘 점이다. 물론 피자 크기가 기존 라지 피자보다 조금 작아졌고 토핑의 가짓수도 줄었다. 하지만 고객들은 비교적 도우가 얇고, 느끼한 맛을 줄인 더 스페셜 메뉴에 열광했다. 더 스페셜 시리즈 출시 이후 한국피자헛은 메뉴 전반에 걸쳐 가격 인하에 나섰다. 현재 69가지 피자헛 피자메뉴 중 한판에 3만원을 넘는 피자는 하프&하프 피자, 리치골드, 치즈바이트, 치즈크러스트 등의 패밀리 크기 피자 8가지뿐이다.
히트메뉴는 더 스페셜 시리즈만이 아니다. 지난 4월 말 출시한 크런치 골드도 두 달 뒤인 6월 50만판을 팔아치우며 피자헛의 인기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여성 고객들이 말하는 피자헛 메뉴 변화의 핵심은 토핑을 줄여나간 점이다. 2000년대 국내 피자업계의 메뉴 개발 트렌드는 보다 풍성하게 토핑한 든든하게 배를 채워줄 수 있는 피자가 대세였지만 한국피자헛은 매년 치솟는 식재료 물가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토핑 가짓수를 줄였다. 대신 기존에 쓰던 식재료보다 품질을 높이고, 피자의 크기와 가격을 줄였다.

지난해 초 피자헛이 기존 피자메뉴 개발 방식을 버린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피자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전까지 피자 고객의 대부분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고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국내 피자시장은 미스터피자, 피자헛, 도미노피자 등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피자와 라지 피자 한판 가격에 두 판을 판매하는 배달사업 중심의 소형 피자전문점, 피자스쿨, 피자빙고 등이 대표적인 포장판매 피자 등으로 크게 양분된 상황이었다.
주요 피자 브랜드 가맹본사는 피자헛의 가격 인하 정책이 브랜드 가치를 무너뜨려 중저가격 피자와의 차별화를 가로막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품질까지 떨어진다고 보지 않았다. 토핑의 가짓수는 줄었지만 더 스페셜 피자의 품질이 기존 피자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여성 고객들의 지지를 받았다. 적당한 가격에 여러 가지 피자를 맛보기 원하는 여성들은 더 스페셜의 맛과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피자헛의 신메뉴를 통한 경영개선은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피자전문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3가지 파스타 메뉴를 개발하고, 피자헛 상호를 임시적으로 ‘파스타헛’으로 바꾸는 이벤트도 벌였다. 당시 한국피자헛은 경영난의 돌파구로 2008년 기준으로 연간 8천억원, 매년 15%씩 성장하는 파스타 시장에 주목한 바 있다.
또한 6천원의 저렴한 가격에 점심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 런치’ 메뉴도 개발한 바 있다. 이런 시도는 3년이 지난 올해 빛을 보고 있다. 스마트 런치는 최근 피자헛의 메뉴 저가정책과 맞물려 2010년 상반기 대비 올해 30% 매출이 성장했다.
●프로모션도 가격 할인 이벤트에 집중

2010년 한국피자헛은 신메뉴의 가격에서뿐만 아니라 기업차원에서 전방위적인 저가전략을 폈다. 이동통신사 카드, 신용카드 할인 등을 강화한 것이다. SHOW, KTF, KT올레 카드, T멤버십 캐쉬백 등 카드를 통해 15~30%를 할인해주고, 비씨카드, 현대카드, 국민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을 통해 30% 정도를 할인 중이다. 국민카드의 경우에는 적립된 포인트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한국피자헛에서 펴고 있는 이벤트도 모두 가격할인, 부가 서비스 메뉴 제공 등 박리다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 말까지 진행되는 더 스페셜 500만판 판매 돌파 이벤트는 피자 두 판을 2만5천원에 판매하는 ‘1+1’ 이벤트다. 수년전까지 중저가 피자 브랜드들의 주요 판촉전략이었다. 또 요일별로 고객이 매장을 잘 찾지 않는 날을 정해 최대 50% 할인해주는 ‘오늘의 타임세일’ 이벤트도 폈다.
더불어 배달 강화를 통한 퀵서비스 레스토랑으로의 전환, 6천원대 점심메뉴를 출시해 직장인 여성들의 발길을 매장으로 끌고 온 점은 수년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한국피자헛의 마케팅 전략이다.

기존의 샐러드바를 새로 구성한 ‘샐러드 키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샐러드의 품질은 개선하고,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또 씬 크래커&갈릭디핑소스, 감자칩, 백김치 등의 메뉴를 추가했고, 그 중 요거트 메뉴를 특화한 요거트 바가 특히 인기다.
파스타 메뉴의 경우에는 쉬림프 아라비아따, 로얄 카르보나라, 포모도로 씨푸드, 알프레도 씨푸드, 자이언트 볼 등 10가지를 갖췄다.
음료는 콜라 일색에서 벗어나 파인애플, 베리 등 트로피칼 음료군을 새로 구성해 새로움을 줬다. 트로피칼 음료 메뉴는 한 잔에 3500원이지만, 두 잔에 6천원, 석 잔에 8500원으로 단계적으로 할인해주고 있다.
또한 일부 매장에 한해서는 맥주판매도 시도 중이다. 이는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피자와 함께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수가 맥주인 점을 메뉴 구성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피자헛의 이와 같은 경영변화에는 여성 고객에 대한 배려가 중심에 놓여 있다. 20대에서 30대까지의 여성 직장인들을 피자전문점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한국피자헛의 여성 마케터들은 이 점에서 최근 피자헛 브랜드 경영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매일 국내에서 출시되는 주목할 만한 피자 신메뉴를 맛보고 경쟁력을 분석한 뒤 신메뉴 개발에 반영하고 있고,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수년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씨를 모델로 영입한 점도 여성 고객들을 의식한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외식기업들은 합리적인 가격, 가격을 웃도는 고객 만족도를 갖춰 줄어드는 외식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한국피자헛의 사례도 일본처럼 군살을 덜고 최대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경영전략을 바꾸는 사례로 손꼽을 만하다.
무엇보다 최근의 경영변화가 미국 본사와는 다른 독자적인 경영전략, 마케팅이라는 점에서 한국피자헛의 사례는 국내 외식시장의 현실에 걸맞은 경영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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