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우리아이들 학교 무상급식 범위와 방법에 대한 서울시 주민투표가 있었지만 투표율이 25.7%에 불과해 개표 요건인 투표율 33.3%에 미달되어 투표결과는 알지 못하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사안의 추진여부를 시민 당사자가 직접 결정하는 주민투표는 이전에 방사성폐기물 용지선정 등 세 차례 실시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먹을거리 문제에 대한 주민투표는 우리 역사상 처음 실시되는 것 같다. 그 만큼 학교급식이 정치 이슈가 될 정도로 국민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학교급식의 경제적, 영양적, 위생 측면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학교 등 집단급식시설에서의 식중독 발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의 일이라서 국민들의 식품 안전성 요구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급식법에서도 HACCP 개념을 적용한 안전한 급식이 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제 학교급식의 안전성확보와 함께 가정에서의 조리음식도 HACCP 원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식사에서 외식의 비중이 계속 늘고 있지만 여전히 가정음식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가정식사에서의 식중독 발생은 통계에는 잡히지 않고 있지만 식중독 위해요소가 늘 상존하고 있다. 이의 방지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가정음식에서의 HACCP적용’이라는 매뉴얼을 제작하여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절기 가정음식 식중독관리, 손씻기, 식생활 안전가이드 등 HACCP과 관련된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쉽게 HACCP 개념과 원리를 이해 할 수 있는 매뉴얼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HACCP지원사업단에서는 ‘가정용 HACCP 매뉴얼’을 작성하여 홍보 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특히 가정음식 중에서 식중독 발생 우려가 있는 명절음식과 비빔밥에 대하여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다. 곧 추석이 다가 오지만 추석과 설날 연휴명절에는 일가친척들이 모여 차례도 지내고 주부들이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나누게 된다. 평상시 보다 많은 양의 음식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만들고 연휴기간 동안 보관하여 먹으며 음식을 나누어 가지고 오는 일은 식중독 관리에서 중요한 위해요소가 도출 된다고 볼 수 있다. 가정 비빔밥의 경우에도 손이 많이 가는 나물류이지만 가열조리를 거치지 않거나 살짝 데치는 정도로 그만큼 식중독 세균의 증식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특히 우리 주부 들은 남은 나물을 큰 양푼에 넣고 남은 밥에 고추장을 넣어 썩썩 비벼서 드시는 ‘남은음식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일이 많지 않은가. 하지만 비빔밥은 식품위생학적 측면에서 보면 위해요소가 많은 복합조리식품이다.

이번에 제작되는 가정용 HACCP 매뉴얼은 식재료의 구매→보관→조리→상차림→남은 음식 보관 →재조리 등 단계별로의 주의 필수포인트(중요관리점/CCP)를 HACCP 개념에 맞추어 알기 쉽게 제시하고자 한다. 상기에서 언급한 가정에서의 식품위생 취약 음식인 비빔밥과 명절음식에 대하여는 음식별 위해요소(HA)와 주의점(CCP)을 제시할 계획이다. 매뉴얼의 표현방식은 전문용어가 아닌 쉬운 용어를 사용하고 관련 삽화와 사진 등 시각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계획이다. 매뉴얼 리플렛은 일회성이 아닌 가정의 주방 냉장고 등에 부착하여 항상 볼 수 있도록 제작할 계획이다.

현재 가공식품, 식당음식, 유통판매식품에 대한 HACCP 적용 기준은 마련되어 있다. 이를 준용한 가정용 HACCP 매뉴얼의 제작?보급은 국민들에게 HACCP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된다. 소비자의 HACCP 인식도 증가에 따라 자연히 식품제조가공업소와 집단급식소의 HACCP지정율도 높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가정 조리음식의 위생 안전성을 제고하는데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돌아오는 추석과 설날 명절음식, 나아가 우리 평상시 밥상에 HACCP으로 차려진 음식을 먹으며 가족 끼리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