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낭만의 힘, 긍정의 힘
<월요논단>낭만의 힘, 긍정의 힘
  • 관리자
  • 승인 2011.09.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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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주대 문화관광대 교수
초가을을 맞이한 전주대 캠퍼스는 매우 아름답다. 올 여름 풍부했던 강수량과 그 이후의 집중적인 일조량 덕분에 더욱 탱탱해진 나뭇잎은 자못 육감적이기 조차 하다. 하지만 가을은 가을이다. 몇몇 성질 급한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는 벌써부터 겨울채비를 서두는 듯, 바람소리가 들리면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도 에누리 없다. 내 입가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을노래 ‘솔베이지의 노래’ (그리그의 음악극 ‘페르귄트’) 의 스산하고 촉촉한 멜로디가 맴돌며 내 가슴을 속절없이 적셔 준다. ‘그 겨울이 지나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그 여름날이 가면 더 세월이 간다, 세월이 간다 / 아! 그러나 그대는.........’
2학기 개강을 맞이하여 마치 논산 훈련소 신병 이발하듯 캠퍼스 풀밭에서 일제히 솎아낸 풀포기 더미 와 요 며칠간 땅에 떨어진 나뭇잎을 치우는 환경미화원의 손길이 날래고 바쁘다. 그런데 그 표정은 한 결 같이 무덤덤하다. 나뭇잎과 풀포기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기 때문이리라. 사람에 따라서는 보도위에 나뒹구는 나뭇잎과 풀밭 가장자리의 풀포기 더미가 ‘그 놈의 원수처럼 지긋지긋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 쯤에서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 한 토막.
어느 교회의 신축현장에서 세 사람의 석공이 돌을 다듬고 있었다. 지나가던 목사님이 그들에게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 대답이 조금씩 달랐다.
석공 1: ‘돌을 쪼고 다듬고 있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배운 게 이것 밖에 없어요.’
석공 2: ‘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야 멋있는 건물이 되지요’
석공 3: ‘하나님이 계실 거룩한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일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은 이처럼 다르다. 가령 위의 석공 세 사람 가운데 누가 진짜 좋은 걸 만들까 묻는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질문(우문愚問) 이다. 석공3의 반응을 현명한 대답(현답賢答) 으로 꼽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

세상 살기 무척 어렵다는 한숨소리가 드높다. 잘해 보려고 젖 먹은 힘까지 다 하는데 알아주지 않는다는 볼 멘 소리도 적지 않다. 그저 먹는 장사 뿐 이려니 싶어 있는 돈 없는 돈 탁탁 털고, 아파트 담보 은행 대출금 까지 쏟아 부었는데 ‘대박’은 언감생심이요 ‘쪽박’ 차기 십상이라는 탄식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음식 값 올려서 언론에게 뭇매 맞으며 ‘나쁜 가게’ 로 찍히느니 이익을 못 내더라도 값을 올리지 않음으로써 ‘착한 가게’ 소리를 듣고 싶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으니 어쩌면 좋으냐는 하소연도 넘쳐난다. 그래서 한잔, 저래서 두 잔, 느는 게 술이라던가?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저 환경미화원의 캠퍼스 쓰레기 치우기의 고통보다는 떨어지는 나뭇잎과 풀포기의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낭만의 힘’ 을 믿으라는 이야기다.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만 있다면 비록 되는 일 없어 막막한 생각에 하루 종일 부어라 마셔라, ‘고! 스톱!’을 외치며 시끌벅적 난리굿일 지라도 미래를 담보로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능히 확인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돌을 다듬되,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석공1’ 이나 단순한 조각 작품 만들기 라는 ‘석공2’ 가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을 짓고 있다는 ‘석공3’ 의 긍정적 패러다임이야 말로 이 풍진세상을 극복하며 사는 법이 아닐는지.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낭만의 힘’, ‘긍정의 힘’(조엘 오스틴, 정성묵 역) 을 믿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좋아하는 가을노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으로 시작해서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로 끝나는 ‘세월이 가면’ (박인환 시, 이진섭 곡, 박인희 노래, 이동원의 음반도 있음)을 그리그의 ‘솔베이지 노래’ 와 함께 올 가을에 들어야 할 필청곡의 하나로 강추하는 이유다. 이 두 개의 가을노래로 낭만의 힘, 긍정의 힘을 느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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