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칼럼>우리말과 우리 식문화-우리말에만 우리 식문화의 혼이 깃들어 있다
<식품칼럼>우리말과 우리 식문화-우리말에만 우리 식문화의 혼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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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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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 연구원
2011년 8월 31일 국립국어원은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았던 ‘짜장면’ 표기를 ‘자장면’ 표기와 함께 표준어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서와 문화는 아무래도 짜장면에서 잘 표현된다.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우리는 우리말 하나하나에 우리의 정서와 문화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나는 여러 지면에서 우리말의 의미가 잘못 전달되는 기사를 많이 보았다. 김치의 어원이 한자어 ‘沈菜(침채)’라고 하는가 하면 무의 어원은 ‘蕪(무)’이고, 돈의 어원도 刀[칼도]이고, 요즘 한참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 배롱나무의 어원도 한자어 ‘百日紅(백일홍)’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들이다. 다만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우리말의 중요성을 잘 모르거나 그 뜻을 무시하고 한자를 더 선호하고 맹신한다. 본인은 “고추이야기”라는 책에서 고추는 우리말 ‘고쵸’에서 왔고 김치도 우리말 ‘딤(짐치)’에서 왔다고 주장하였다. 우리글이 없었을 때는 우리가 즐겨 애용하는 고추라는 사물을 기록할 때 한자를 빌어서 ‘椒[고쵸초]’로 표기하였으며, 백성들은 대부분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몰라도 말로는 ‘고쵸’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한글이 창제되어 ‘고쵸’라고 한글로 쓰니까 한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한글 ‘고쵸’에 맞게 한자 ‘苦椒’로 표기하였을 뿐인데 고추의 어원이 마치 한자어 ‘苦椒’인 듯이 황당무계한 설을 퍼뜨리고 만 것이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백성들은 김치를 담가 놓고 ‘딤’라고 불렀다. 그리고 기록의 필요에 의하여 한자어 '菹[딤채저]’로 표기하였을 뿐이다. 한글이 창제되고 김치를 딤채로 부르니까 한자를 좋아한 사람들이 우리말 ‘딤채’의 음을 빌어 이와 비슷하게 ‘침채(沈菜)’라고 한자어를 만들었을 뿐이다 (한자를 사용하여야 배운 사람으로 취급받던 시대니까).

참고로 한자어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사물에 대하여 새로운 글자가 필요하면 항상 조어(造語)를 해나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에 있는 도깨비라는 귀신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중국인에게 도깨비를 설명할 때 귀신 ‘귀(鬼)’로 표현하였더니 맞지 않으므로 나중에 중국인은 우리말의 뜻과 소리에 맞게 ‘도귀비(盜鬼飛)’라고 쓰자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도깨비[盜鬼飛]하면 ‘날아다니고 이상한 짓을 하는 조선의 귀신’이라고 한다. 여기서 우리말을 업신여기고 한자에서 우리말이 왔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도깨비의 어원이 ‘盜鬼飛’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현재 김치가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우리나라 배추, 무가 한자어 ‘白寀(백채)’와 ‘蕪(무)’에서 왔다고도 주장한다. 어안이 벙벙할 따름일 뿐이다. 김치가 한자어 '沈菜(침채)'에서 왔다는 것과 같이 이러한 주장들은 우리나라의 식문화 정신과 혼을 빼앗는 일이다. 예를 들면 ‘무’는 고어에 ‘무수, 무시’(지금도 일부 지방에는 무시, 무수가 사투리로 남아 있다)에서 ‘무, 무’로 변하면서 표준어로 ‘무’로 통일되고 이 무가 ‘무우’로 가면서 옛문자(ᅀ)가 사라지고 그 다음에 단모음화 현상으로 ‘무’로 변하여 간 것인데, 현대의 ‘무’라는 글자만 보고 ‘무’의 어원은 사대주의적 발상에서 한자어 ‘蕪(무)’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이는 참으로 우리의 문화와 혼을 왜곡하는 슬픈 주장이다. 왜 우리말이 중국의 한자에서 와야 하는가? 우리말은 중국어와 계통(알타이어)이 다르다. 따라서 우리말은 중국 한자에서 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중국에 없는 김치, 고추장, 청국장, 도깨비와 같은 고유의 우리의 말과 문화가 있는 것이다. 다만 고유의 우리말을 한자를 빌어서 기록하였을 뿐이다.

굳이 검은 딸기를 복분자로, 검은깨를 흑임자로 밀가루를 소맥분으로 표현해야 할 것인가? 이렇게 더 나아가다 보면 검은 딸기는 ‘覆盆子(복분자)’에서, 검은깨는 ‘黑荏子(흑임자)’에서, 밀가루는 ‘小麥粉(소맥분)’이라는 한자에서 어원이 나왔다고 엉터리 주장을 하는 사람이 꼭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게 방치하게 되면 우리 조상들의 혼과 얼이 깃들여 있는 우리 문화와 역사를 되찾기 힘들고 잃어버리기도 쉽다. 배운 사람일수록 더욱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아끼고 사랑하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 식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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