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란은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유기농우유ㆍ칼슘우유 등 강화우유와 PB우유, 일반우유 21개 제품을 대상으로 가격과 품질을 비교 발표하면서 발단이 됐다.
소시모가 발표한 검사 결과에 따르면 유기농우유는 우유의 산도ㆍ유지방ㆍ세균 수 등 항목과 항생제, 잔류농약, 특정영양성분 측면에서 차이가 없었다는 것.
그럼에도 가격은 유기농우유가 최대 2.7배 가량 비싸게 팔리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제안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유업체 입장은 다르다. 단순한 성분 비교로 유기농우유와 일반우유의 품질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는 유기농우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결과라고 맞서고 있다. 단순히 성분 함량이 비슷하다고 해서 품질까지 같다고 매도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즉 유기농우유는 가치소비성 제품으로 결과가 아닌 과정을 소비하는 것에서 그런 차이를 무시한 채 단적으로 두 제품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양자의 갈등은 ‘유기농을 어떤 기준에서 봐야 하느냐’의 기준 차이에서 빚어진다. 눈에 보이는 성분의 차이냐,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기준 차이냐에 따라 유기농의 명제가 엇갈린다.
유기농우유는 유기 인증을 받은 환경에서 자란 소에서 짠 우유를 말한다.
유기농우유를 얻는 젖소는 농약을 치지 않은 유기농 사료를 먹고 무 항생제로 키워야 하며, 젖소용 운동장을 별도로 갖춰야 하는 등의 80여 가지 기준이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과 기준을 갖춘 유기농우유의 품질이 일반우유에 비해 2배 가량이 높아야 한다는 명확한 논리는 없다. 어떤 우유를 선택할 것인가는 어찌됐든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일부 여론 때문에 그 기준 판단이 흐려진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자칫 유기농은 값만 비싸고 품질은 다 똑같다는 식으로 매도될 수 있어 위험하다.
이럴 때일수록 유기농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육돼야 하는 필요성을 느낀다.
지난 9월 29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열린 ‘세계유기농대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치러진 이번 행사는 유기농 제품을 만드는 생산ㆍ제조ㆍ유통 과정 등을 알기 쉽게 한 눈에 보여주며 일반제품과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도록 돕는 자리였다.
이 행사를 주관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아직도 유기농은 비싸다고만 생각하는데 소비자들이 유기농법 재배에 대해서 이해하고, 인증관리 체계에 대해서도 신뢰를 얻는 계기로 삼아 앞으로 유기농 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HACCP을 보더라도 향후 식품업계에서는 식품의 안전성이 어떤 가치 기준에서도 앞서는 새로운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혹자처럼 말로만 프리미엄이 되지 않는 안전성과 품질기준에 있어서도 확고한 프리미엄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업계-정부-소비자 간의 행동 단결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백안진 기자 b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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