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식용피’ 지역특산작물로 복원
<특별기고> ‘식용피’ 지역특산작물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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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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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덕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신소재개발과 이학박사
“오뉴월에 피죽도 한 그릇 못 얻어먹은 사람 같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예에서 보듯이 식용피는 고조선시대부터 한반도에서 오곡 중의 하나로 재배되어 온 우리 민족의 주식이었다.

또한 전쟁이나 기근이 닥쳤을 때는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준 대표적인 구황작물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지금은 우리가 잡초로만 알고 있는 피는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농경 역사와 함께 해 온 소중한 식량작물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식용피는 한때 10만ha까지 재배되었다는 보고가 있으며, 현재도 전남 구례군에는 식용피를 많이 가꾸었던 곳이라는 유래에서 ‘피아골’이라는 지명이 남아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식용피는 산업 근대화와 녹색혁명에 의해 쌀이 자급되면서 가난하던 시절에 먹던 작물로만 취급되어 우리 주변에서 급격히 자취를 감추었고, 마침내 소중한 유전자원까지 소멸되어 가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재배되는 식용피는 거의 없는 실정이며, 식용피 품종 또한 급격하게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최근에 식용피가 우리 몸에 좋은 기능성 생리활성물질의 보고라는 새로운 발견이 주목받으면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식용피 유전자원 69종의 농업적 특성을 조사하고 6종의 우수 유전자원을 선발하여 영양성분을 분석한 결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익산(Linoleic acid C18:2) 함량이 쌀과 보리에 비해 2~2.2배, 필수아미노산 함량 또한 1.5~3배 높음을 확인하였다.

그 중 토종유전자원인 ‘수래첨’에서 10종의 기능성 생리활성 물질을 분리?정제하여 다양한 생리활성을 분석하였다. 식용피에 함유된 코마릴 세로토닌, 페루릴 세로토닌, 루테오린, 트리신 등의 알카로이드계와 플라보노이드계 기능성물질은 당뇨병 관련 핵심효소인 당 분해효소(알파-글루코시데이즈)를 선택적으로 저해할 뿐 만 아니라 피부세포의 색소침착, 기미생성 등에 관여하는 멜라닌 생성효소(타이로시네이즈)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미백효과를 보였다.

식용피에 포함되어 있는 대표적인 기능성물질인 코마릴 세로토닌은 현재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아카보즈(Acarbose) 보다 약 5~6배 높은 우수한 항당뇨 활성을 나타냈다. 또한 미백화장품 원료로 쓰이고 있는 코직산(Kojic acid)에 비해 피부 세포독성이 없는 농도에서 미백효과 또한 약 2.2배 높은 활성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식용피는 타 화곡류에 비하여 생육기간이 짧고 간척지와 같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생육에 소요되는 물요구량도 적은 특성이 있다. 또한 생체중 생산량이 많아 사료용, 바이오에너지용 소재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서 식용피가 작물로 복원된다면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도할 친환경 작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현재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나라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중의 하나로 소규모 농업경영체 중심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강소농(强小農)’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땅에서 나는 우리 농산물 기반에 ‘건강기능성’의 개념을 추가하여 ‘기능성 농산물’을 소비자 요구에 맞게 상품화 하고 농업경영체가 그 원료곡 생산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지역특산화’를 통해 작지만 강한 농업 경영체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식용피는 일본 북동부의 이와테현에서 지역특산화 작물로 재배되어 다수의 업체와 함께 도정피, 피죽, 피국수, 스넥 및 선식 등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에서는 식용피가 농가와 연계된 다양한 마케팅으로 고소득을 창출함으로써 지역특산화의 전형적인 롤모델이 되고 있다.

식용피는 현재 농촌진흥청 기능성작물부와 괴산, 김포 등의 농업기술센터 중심으로 기능성 물질 연구뿐만 아니라 육종, 재배, 병해충 관리 등의 생산연구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따라서 조만간 식용피가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지역특산화 작물로 복원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통해 국민 건강 증진과 더불어 농가 소득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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