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칼럼>파마톤과 인삼 종주국
<식품칼럼>파마톤과 인삼 종주국
  • 관리자
  • 승인 2011.10.14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연구원
며칠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인삼제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나라가 인삼종주국이라고 하면서도 인삼 수출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와 인삼제품면에서도 세계 인삼제품 시장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진세나’는 인삼과 상관없는 스위스 제품인데 왜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제품이 없느냐에 대한 것이다. 이는 식품을 연구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마 이를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바라볼 수 있고 똑바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스위스 파마톤사가 진세나를 어떻게 세계적인 1등 식품으로 발전시켰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1980년대 우리정부는 인삼연구소를 중심으로 인삼가공제품을 만드는 것에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였다. 그 결과 인삼을 넣어 안 만들어본 제품이 없다. 전통적인 인삼주를 비롯하여 인삼쿠키, 인삼캔디, 인삼초콜렛, 인삼주스, 인삼빵 등 우리는 인삼을 넣어 만들어 볼 수 있는 것은 무조건 다 만들어 보았다. 그 비싼 인삼을 이용하여 인삼김치도 만들어보고 인삼을 먹여 키운 인삼닭과 인삼달걀도 만들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무수한 제품 개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찾는 식품으로 남은 것은 많지 않았다. 그 시절에 우리나라는 고려인삼만 무조건 좋은 것이지 화기삼(花旗參,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생산되는 서양삼)으로 대표되는 외국산은 인삼도 아니라고 외쳐대기만 하였다.

그러나 그 시절 스위스의 작은 회사인 파마톤사는 인삼에는 어떤 성분이 있으며, 그 성분들이 어떻게 몸에 좋은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하였고, 심지어 인체시험결과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파마톤사는 우리나라 인삼을 갖고 실험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연구에 1원도 투자하지 않을 때 그들은 인삼의 효능과 그 성분에 대하여 동물시험 및 인체실험 결과를 발표하여 인삼의 기능을 홍보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그들의 이러한 발표를 보고 인삼이 몸에 좋은 식품라고 흥분하기도 하였지만, 우리정부는 우리나라 학자들이 이러한 연구를 하겠다고 연구계획서를 올리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우리 연구자들은 열심히 인삼제품 시제품을 만들어 세계박람회에서 전시하였지만 바이어나 소비자의 요구 즉 ‘몸에 좋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 요구에 하나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우리 기업은 과학적인 논문이 없어서 특허를 수십 건 보여주었지만 그들은 특허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만 스위스 파마톤사만 조용히 화기삼을 이용한 인삼의 건강 데이터를 조금씩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어느날 ‘진세나’라는 제품을 시장에 내 놓은 결과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에 이른 것이다. 현재 세계 인삼시장의 50%이상을 이 진세나 한 제품이 잡고 있다.

그들은 인삼제품을 바로 시장에 내놓지 않고 한국에서 인삼에 대하여 홍보할 때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마케팅 포트폴리오로서 과학적인 데이터를 하나씩 내놓기 시작하더니 어느 정도 마케팅 포트폴리오가 완성되니까 진세나를 시장에 내놓아 세계 시장을 석권한 것이다. 그들은 데이터라는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었고, 우리는 시제품이라는 하드웨어를 갖고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그들이 미래에 만들어낼 제품을 선전해주고만 꼴이 되었다.

우리는 아직도 시제품이나 제품개발에 의하여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요구하는 과학적인 정보요구를 만족시켜줄 수 없는 콘텐츠가 없으면 절대로 시장에서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정부나 기업들도 식품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무조건 제품개발에 정부의 R&D 예산이 투입될 시기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면도 있지만 이는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가치 없는 일이었는지 후회스럽다. 우리 연구자도 이러한 정부 정책에 ‘아니요’라고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오히려 쉽게 연구비를 따려고 정부를 부추긴 면도 없지 않다. 홍삼의 경우 그나마 많은 건강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가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시장 성장이 가능하였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